칭찬받아야 할 TV프로그램 ‘아워아시아(Our Asia)’

필자는 집에서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기료에 포함되는 TV시청료도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체력단련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러닝머쉰(한글날 특집으로 우리말 표현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실패 “뜀박질 기계”정도?)을 하면서 가끔 TV시청을 한다. 역시 최고의 애청 프로그램은 CSI.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폼생폼사의 호라시오 반장과 냉정일급의 그리섬 반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얼마 전부터 내 눈을 끌어 잡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채널도 기억나지 않는다(하도 많기 때문에). 바로 아워아시아(Our Asia). 이 프로그램의 공략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아시아의 일원인 한국 땅의 방송에서조차 소외받고 있는 아시아에서, 계층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여성과 아동의 실태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 전략이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본 몇 번의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태국의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미성년자들, 스리랑카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총알받이로 몰리는 어린 전투병들(전체 전력의 3분의 1가량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네팔에서 미니버스의 차장으로 일하며 하루 천원을 버는 12살 소년 등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어제 본 네팔의 버스 차장 순버하둘의 에피소드(검색 결과 재방송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자못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세 시간을 차를 타고 가서 다시 다섯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깊은 오지에 가족과 살던 이 꼬마는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도시로 도망쳤다. 부랑아 생활 끝에 어느 착한 버스 운전사의 도움으로 차장 일을 맡게 되었고 그 운전사의 집에서 머물 수도 있게 되었다. 분명 현대사회에서 금지되어 있는 아동노동이었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버스기사가 되고 싶은 순버하둘의 꿈은 덧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버스 운전사의 승낙으로 하루 휴가를 내어 13개월 만에 찾아간 그의 가족은 낯선 카메라 앞에서 뚱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다가 선물을 사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아들의 말에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순버하둘은 오랜 동안 산중턱에서 집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

분명 제3세계의 이러한 수탈적 상황에 대한 근본적 모순을 파헤치거나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공중파 방송의 인기프로그램 ‘인간극장’의 아시아 버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약간은 ‘세상에 이런 일이’ 풍의 인간극장과 달리 아시아의 빈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수탈적 상황과 그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약자들을 담담히 비출 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어느 나라나 잘 살수 있다는 ‘근대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순버하둘은 카트만두 시내의 매연을 맡아가며 하루 12시간을 일해서 천원을 버는데 더 이상 열심히 노력할 기운이 있을까? 그가, 그의 나라가 게을러서 못살게 되었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좀 더 잘사는 나라와 그 기업들이, 또 그 기업의 일거리를 받아 아동노동을 이용하는 현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국제적 차원의 수직계열 노동분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할 뿐이다. 나이키의 축구공을 어린 인도 소녀가 직접 손으로 꿰매어 만들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삶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상품의 먹이사슬에서 우리와 그들이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고 우리 또한 일정정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아워아시아 같은 프로그램이야말로 방송의 존재의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방송인들끼리도 서로 반말과 막말을 하면서 시청률을 높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는 요즘, 그 리얼리티마저 조작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방송계에서 차분한 영상으로 이 지구촌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우리의 성찰을 요구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참고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24/2007082400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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