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소유의 민주주의”

( A )는 그 단어 자체는 아닐지라도 그 개념만큼은 받아들였다. 그 말 속에서 재무부의 수입을 올리거나 노동조합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 이상의 뭔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사회의 균형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 B )를 자본 소유의 민주주의라는 내 야망을 달성하는 데 사용하고자 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집과 주식을 소유하고, 또 사회에 이해 관계를 가진 그런 국가를 말한다. 미래의 세대에게 넘겨줄 부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그녀의 열정은 그 야망에서 나온 것이다. [시장對국가(원제 The Commanding Heights), Daniel Yergin and Joseph Stanislaw, 주명건譯, 세종연구원, 1999, p187]

A와 B는 각각 무엇일까?

답은 ‘대처’와 ‘민영화’(즉 privatization)다. 대처는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이 영국병이라 지칭한 정체되어 있는 영국을 치유하기 위해 각종 혁신적 조치를 들고 나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민영화’다. 대처를 비롯한 보수당 정권은 이 말이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비국유화(denationalization)’ 등 다른 대체할만한 표현을 생각해보았으나 결국 자신들의 의지를 이만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없었기에 그것을 채택하였다고 한다.

결국 이후 이른바 ‘신자유주의’는 이전의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다른 프로세스, 즉 사회주의 혹은 케인즈주의적 정책실현을 통해 다져진 혼합경제를 해체하는 ‘민영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는 80년대와 90년대에 세계 각국에서 일상화된다. 한편으로는 국유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한 최상의 대안이라고 칭송받는 한편, 이익의 사유화와 공공성의 포기라는 비판을 받는 뜨거운 감자가 된다.

한편 내게는 대처가 민영화를 통해 달성하려 했던 그 목표가 흥미롭다. 민영화를 통해 주식을 공개하여 “자본 소유의 민주주의”(주1) 를 달성하고자 했던 그 지향은 우리가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펀드, 연기금,  각종 금융도구들에서 그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것들은 증권화와 유동화 등을 통해 각종 기초자산 – 대표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을 나눠가진 “자본 소유의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현태가 아니던가.

민영화를 통해 주식들이 민간에게 분산되는 “소유의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소유의 집중으로 귀결되었고, 적어도 비용 차원에서 보자면 민간기업 역시 국유기업 못지않은 비효율을 자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판은 제켜두고라도, 오늘날 그러한 “소유의 민주주의”가 대처의 당초 목표에서 많이 탈선한 느낌도 없지 않다. 즉 각종 금융도구들의 가치는 바로 요즘 시점 전 세계적인 자산가치 하락에 속절없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의 세대에게 넘겨줄 부”는 고사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동반한 국유화의 재등장만 초래하고 말았다.

이 사태를 대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주1) 물론 이 목표가 립서비스였는지 아니면 현실적 한계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유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10 thoughts on ““자본 소유의 민주주의”

  1. 대처의 목표가 저것이었다니..(그게 진심이든 포장이든) 그 자체로 놀랍습니다.
    현 정부의 ‘닥치고 민영화’와는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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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적어도 그들은 하이예크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그가 있었기 때문에 저런 수사학이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우리의 이데올로그는 … 헌재나 만나고 다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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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여기 잘 설명되어 있는 글이 있군요.(물론 친대처리즘적인 글)

      “The defeat of the trade unions, together with privatization, represented one of Margaret Thatcher’s greatest successes. The effect was to bring large sections of the working class within the Conservative fold. She had extended to them what had been regarded as middle-class ideals and had, through privatization, created popular capitalism and the beginnings of a shareholding democracy.

      When Margaret Thatcher took office, there were 3 million private shareholders; when she left, there were almost 11 and a half million. The tabloid newspapers latched onto this and joined their broadsheet cousins in publishing alongside the racing columns share market information and news. The popularity of privatization increased as each industry was floated on the stock exchange. When the gas industry was launched, the shares were oversubscribed by 500 percent.”
      http://www.heritage.org/research/politicalphilosophy/hl650.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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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저는 공유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에 대한 사적소유권(Private Ownership)을 매우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공유가 국유, 즉 국가에 의한 배타적 독점을 의미 할때, 그 독점은 사적인 독점의 형태로 쉽게 전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적어도 대처의 명분이란, 이러한 국유를 사적소유권으로 확보하는 공유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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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러니까 jayhawk님 의견은 소유의 분산을 통해 소유의 독점 – 공적이든 사적이든 – 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처식의 소유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의미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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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혜의길

    민영화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도 문제지만, 민영화를 음모론적으로 비난하는 경향도 좀 문제가 있어 보이더군요.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리와 이론들을 들어보면, 사실 어느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고, 결국 산업, 국가, 사회적 특성에 맞게 국가가 관념적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실용적으로 선택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일 민영화 한다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고, 규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철저한 대책 하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특정 주주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보다는 주식 소유분산을 통한 민영화가 가장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냥 foog님의 글과 제 민영화에 대한 단상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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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한때 민영화를 도입한 것이 계급적인 문제이고 정치적인 문제여서 반대한 당위는 여전하지만 이제 그것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한편으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해야되겠죠. 마치 파생상품처럼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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