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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상황 단상

올해는 유럽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금년에 경쟁적으로 정권이 뒤바뀌는 시기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그리스, 한국 등등.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어쨌든 경제기조도 어느 정도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두 나라가 현재 프랑스와 그리스다. 두 곳 다 “좌파”로 분류되는 정치집단이 득세했다.

이 시점에서 왜 유럽이 유로라는 화폐를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 ‘하나의 유럽’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사실 정치적인 이슈였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지도자들은 ‘하나의 유럽’을 꿈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적 연합으로 가는 과도기가 경제연합이었다.

1950년대 중반에 접어들 무렵 서유럽 지도자들은 경제연합이 곧 정치연합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샤를르 드골 대통령의 고문이자 경제학자인 자크 뤼에프는 1950년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유럽은 화폐를 통해 연합하던가 아니면 아예 연합하지 않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유로화의 종말,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정향 옮김, 골든북미디어, 2012, p46]

이러한 정치적 동기는 역사적으로 볼 때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어왔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 정도의 이슈였지만 어쨌든 그들의 동맹세력들, 그리고 유럽인이라 불리기 원하던 주변국들이 가세하면서 유로통화권이 탄생했다. 문제는 이 통화권이 재정동맹이 없는 희한한 하나의 통화권이란 점이다.

그런 모순을 가지고 출발한 통화권이었음에도 시장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신뢰도를 독일의 분데스방크 급의 신뢰도로 간주한 것이다. 1999년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의 실질금리는 5%였지만 2005년에는 0%로 떨어졌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에도 비슷한 기적이 일어났다.


출처
 

이런 낮은 금리의 혜택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는 활성화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고유의 제조업 기반이 미약했다는 점, 유로화의 사용으로 인해 경쟁력을 얻는 독일제품이 밀려들어왔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는 부동산의 앙등이 경제를 이끌었다.

 

이 거품은 아시다시피 미국의 신용위기와 맞물린 시점부터 터졌다. 부동산의 속락, 이를 기초자산으로 해오던 금융권의 붕괴, 그리스 등 주변국의 변칙적인 재정운용, 채무불이행의 위험, 원칙을 벗어난 금융지원, 긴축재정의 강요, 이로 인한 국가 간 갈등 등 수면 아래 있던 수많은 상처가 속속 드러났다.

그 와중에 오랜 기간 세 가문의 지배를 통한 과두정치가 온존했던 그리스에서 긴축재정을 거부하는 좌파연합 시리자가 실세로 등장했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막상 이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있다. 애써 유럽에서의 그리스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스 정치권의 강경한 입장으로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이었던 긴축재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는 거의 그리스의 유로 탈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어렵게 지켜오던 통화권의 분열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며, 스페인 등 여타국가의 신용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는 작지 않다.

그렇다면 독일이나 프랑스는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고 후련하게 손을 털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이미 유로존의 출범과 함께 그들의 경제는 어느 정도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유럽의 은행들은 그동안 주변국들에 열심히 돈을 빌려줘 이들의 신용거품을 조성하는데 일조하였다.

유럽의 은행들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을 상대로 막대한 양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뷰이터와 에브라힘 라바리는 “현재 프랑스와 독일 정부의 선택지는 그리스를 살리느냐 자국의 은행을 살리느냐이다.”라고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유로화의 종말,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정향 옮김, 골든북미디어, 2012, p242]

그리스의 반항에 대해 강경자세를 계속 취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은행들이 부실해지게 된다. 이미 형식적인 스트레스테스트로도 그 부실이 위험수준이었던 은행들이 새로이 자산이 부실해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위기의 시작을 의미하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유로화의 종말’의 저자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는 독일이 유로존을 떠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의 서문을 쓴 로버트 앨리버는 이는 독일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유로존 탈퇴는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의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의 탈퇴를 더 현실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식이 되었든 급진세력에게 표를 던진 그리스의 국민들에게 물러날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직장을 찾아 독일로 떠나고 있고, 독일에 대한 증오심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고,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이나 유로존에게 더 뺏길 것도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게 일정 정도 사실이고.

참고할만한 글들

Greece Can No Longer Delay Euro Zone Exit
What Happens If Greece Leaves?
Greece’s predicament: Lessons from Argentina
장하준 교수한테 듣는 유럽재정위기 세계경제위기
그리스, 벼랑 끝에 서다
그리스, 몰락과 회생 사이
Debtocracy

유로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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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 coins and banknotes” by Avij (talk · contribs) – 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요즘 ‘유로화의 종말’이란 책을 읽고 있다. 현재는 저자인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가 유로화가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경제/정치적으로 두루 소개하면서 유로가 가지는 한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나가는 부분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제이론 중 하나는 로버트 먼델이란 경제학자가 초석을 다진 ‘최적 통화 지역(optimum currency area)’라는 이론이다. 최적 통화 지역이란 “ 단일통화가 통용되기에 가장 이상적인 크기의 지역”을 의미하며, 해당 이론은 특정 지역이 단일통화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조성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그리 복잡한 이론은 아니며, 이 이론에 따르면 최적통화지역을 구성하기에 유리한 조건은 △각국의 경제구조가 유사해 경제적 충격이 대칭적일 것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이동이 자유로울 것 △역내 국가들 간 경제연관성이 높을 것 △역내 각국의 산업구조가 다변화돼 있을 것 등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유럽이 바로 이러한 조건을 결여 – 내지는 부족 – 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라는 단일한 통화동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가 들고 있는 성공한 통화연맹은 미국의 통화연맹이다. 여러 조건 중 노동의 이동에 관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화폐통합을 이루기 전부터 자본과 노동의 높은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의 노동시장과 임금은 여전히 유럽통화연맹 국가들보다도 덜 엄격하다. 유로존 내에서는 0.1% 이하의 인구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영구적으로 이동하지만 미국의 주들 간에 인구 이동 비율이 2.5%에 달한다. 노동력의 유동성은 미국이 유럽의 3배나 높다.[유로화의 종말,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정향 옮김, 골든북미디어, 2012년, pp 111~112]

이런 묘사는 경제학이나 고용 등에 대해 심오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즉각 와 닿는 묘사다. 한때 총칼을 겨누고 싸울 만큼 지역적인 분열도 있었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일찌감치 연방정부가 있었고 단일한 언어를 쓰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유럽보다는 더 일체감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였듯이 미국에서는 정치연맹이 통화연맹보다 수십 년 앞서서 이루어졌다. 반면 유럽의 통화연맹은 훗날 정치연맹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이렇기 때문에 노동의 이동은 다른 많은 요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가 유럽에서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라스케바와 같은 수많은 그리스인들이 그들의 고향에서의 나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향하고 있다. 약 25,000 명의 그리스 이민자들이 작년 독일 당국에 등록을 했는데, 이는 2010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함부르크 이민 전문가 바실스 치아노스는 이런 수치가 독일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이민자들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므로, 작년에 독일에서의 신규 그리스 이민자는 6만 명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이 학위가 있는 경제적 난민인데, 변호사, 엔지니어, 그리고 건축가들이다. [중략] 그러나 아파트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우리는 그리스인에게 세를 놓지 않아요.” 그녀가 종종 들은 말이다. 파라스케바는 누구라도 어떤 회원국에서든 일할 권리가 있다는 단일시장으로서의 유럽연합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이었는지에 대해 재빨리 깨달았다.[Young Greeks Struggle to Gain Foothold in Berlin]

위기 전에는 이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위기로 말미암아 더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한 슈피겔의 기사다. 유럽연합은 회원국 내의 노동이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니 이동이 수월할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았겠지만 파라스케바가 처한 상황은 그러한 명시적 선언이 없는 국가 간에서 국력의 차이에 따른 차별받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파라스케바와 독일인이 같은 화폐를 쓴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동질감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에 비하면 미약할 뿐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화폐는 경제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개념이다.

한미FTA, 환율감시개혁법에 대한 美양당의 묘한 입장차이

Bernard Gwertzman : 또 하나 질문을 제가 한다면. 상원에서 그것(한미FTA 이행법안을 포함한 FTA이행법안들 : 역자주)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Edward Alden: 알잖아요. 일반적으로 말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민주당 온건파 상원의원들은, 공화당도 그렇고, 충분히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 NAFTA와 같은 매우 논쟁적이었던 조약에서조차 — 상원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하원이었었죠.

그리고 또, 알잖아요. 이 조약들을 진행시키는 것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원들이 완전히 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리고 새로운 뉴파티 멤버들이 무역 이슈에 대해 어떻게 할지 불확실성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견고한 자유무역 지지자임이 밝혀졌죠. 사실 상원이 오늘 표결할 예정인 법안이 하나 있었는데, 이는 미국이 저평가된 중국화폐의 결과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었죠. 그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겁니다. 하원에서는 전망이 매우 불확실합니다.

그로버 노퀴스트(Grover Norquist)라는 보수 행동주의자는 티파티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관세 인상은 세금 인상에 상응해야 한다고 말해왔었죠. 그래서 공화당의 지배 하에 있는 하원은 매우 확실하게 자유무역을 지지합니다. 이것이 조약들이 최소한의 민주당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쉽게 나아갈 수 있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Media Conference Call: South Korean President Lee Myung-bak’s State Visit]

美외교협회의 선임연구원 에드워드 알덴(Edward Alden)이 언급한 법안은 이른바 환율감시개혁법안이다. 이 법안은 “저평가된 무역 상대국의 환율을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으로 찬성 63, 반대 35로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산 제품에 개별적으로 무역제재를 해왔지만, 이번 법안이 시행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모든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보복 상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을 좀 더 들여다보면, 미국이 저평가된 환율을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美기업과 노동조합이 상무부를 상대로 외국 정부의 환율조작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하원의 통과는 에드워드 알덴 연구원의 전망처럼 그리 녹록치 않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한미FTA 이행법안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상하원 양당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협조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약간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FTA의 기본 틀에 대해서는 보수양당체제인 美정치권이 이의가 있을 수 없었고, 그동안은 자동차 등의 이슈에 있어 한국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주장한 민주당이, 스스로 이명박 정부와의 재협상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는 점을 보면, 어차피 찬성했을 공화당의 반대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환율보복에 대해서는 묘한 입장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할 민주당으로서는 보호무역적 제스처를, 자기나라 세금도 없애자는 극단적 시장자유주의 세력인 티파티에 휘둘리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자유무역적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본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은 상하원 역할을 분담을 통한 중국 위협용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초당적 협력인 셈이다.(굿캅 배드캅)

미국은 지금 초유의 실업률, 회복되지 않는 부동산 등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침체기 한복판에 있다. 결국 美정치권이 한미FTA를 초당적으로 통과시키고 환율전쟁을 불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경제회복을 꾀하려는 냉정한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계산식이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미FTA의 수혜층이 계층차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환율전쟁은 미국의 발등을 찍을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기루일까?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

재무부는 또한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Fed가 긴급대출자로서 활동할 때 납세자의 돈을 빌려주고 있고 그들의 여하한의 보증에는 연방의 뒷심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부 자체가 할 수 없는 것은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Fed는 의회가 그렇게 공급했다 해도 재무부 역시 가지지 못하는 어떠한 처분가능한 원천이나 힘이 없다. 재무부의 최종대부자 역할의 가정도 그러한 대출에 대한 더 큰 정치적 책임감을 부여할 것이다. 더 큰 책임감에 대한 필요성은 최근 위기 동안 매우 확실했었다.

Fed가 재무부로 통합될 일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의회는 차선의 단계를 밟을 수 있고 재무부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 예를 들면 월간으로 – 내가 표9와 10에서 보여준 것처럼 Fed와 재무부의 통합 대차대조표를 만들도록 지시할 수 있다. 그렇게 통합하게 되면 연방의 재무상황과 미국 경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향력의 보다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출처]

美하원 재무위원회의 청문회에서의 금융분석가 Bert Ely의 발언록 중 일부다. 그는 연방준비제도는 통화정책은 정치적 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재무부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규정하면서 Fed와 재무부는 통합되어야 한다고, 최소한 통합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Fed가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이상한 의식 때문에 음모론자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지만, Bert Ely의 말마따나 실제로 Fed의 여태의 모습, 특히 금융위기 때의 모습은 여느 정부기관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들이 정부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은 사실 신기루에 불과하다.

같은 이치로 한국은행과 같은 다른 중앙은행들도 명목적으로는 독립된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행태는 정부기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거대한 정부부채가 부채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부외금융적 효과를 불러왔다.

지난번 글에서 Fed의 MBS 등의 매입액이 1조 달러라고 했는데, 재무부까지 합치면 2.12조 달러에 달한다. 정부기관이지만 아닌 척 하고 있는 페니메 등이 MBS를 발행하고 역시 정부기관이 아닌 척 하는 Fed와 실제로 정부기관인 재무부가 인수한 금액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다. 독립성은 일종의 현실도피에 불과한 셈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자유주의적”인가?’라는 이전의 글에서 만약 누가 ‘중앙은행이 어떤 상태가 좋으냐?’ 묻는다면 난 독립을 택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삼권분립보다 더 열악한 – 그조차도 기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와중에 – 착시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다.

은(銀)이 사람들의 노동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실한’ 화폐?

이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 정부는 과거 연방준비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고금리의 이자를 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은본위제의 화폐는 미래의 돈을 미리 당겨쓰는 ‘채무’화폐가 아니라 사람들의 노동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실한’ 화폐였다.[화폐전쟁, 쑹홍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랜덤하우스, 2008년, p266]

저자인 쑹홍빙 씨가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유로 그가 은본위제를 추진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음모론 책은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그만이겠지만 – 물론 그 안에 팩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 이 부분은 좀 황당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금본위제, 은본위제, 그리고 금과 은 둘 다를 기반으로 하는 복분위제 등을 시행해왔다. 금과 은이 모든 금속 중에서도 노동이 많이 투입되고 기타 다양한 이유가 있기에 화폐로써의 우위를 점하여 온 것이다.

현대에 들어 금본위제로 단일화된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나 美동부의 금융가에 금이 많이 쌓여 있기에 그러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쑹홍빙 씨가 주장하는 바 금본위제 화폐는 채무화폐고 은본위제 화폐는 노동화폐인가 하는 점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금과 은, 둘 다 투입된 노동을 기반으로 화폐의 위치를 점해온 금속이다. 한편으로 어느 것이든 채무화폐가 될 수도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금을 쌓아놓고 이를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정부를 채무자로 만들었다면 은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수크레

“베네수엘라는 현재 쿠바, 니카라구아,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과 함께 소위 수크레(Sucre)라고 불릴 단일한 지역 정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As for Venezuela, we are working together with Cuba, Nicaragua, Bolivia and Ecuador, in order to create a single regional offset system, the so-called Sucre,”[출처]

베네수엘라 재무장관 알리 로드리게즈 Ali Rodriguez가 중국의 새로운 기축통화 제안을 지지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수도이자 볼리비아의 통화 단위이기도 하다. 뭐라 이름 붙이던 남미 “사회주의” 지역경제권에서의 결제단위의 변화는 신선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시도는 당연히 경제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지닌 시도다.

본격화되는 화폐전쟁

우리는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 SDR)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SDR은 초국적 기축통화의 특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SDR 할당 증가를 통해 펀드가 그 금원 문제와 발언의 어려움과 대표성 개혁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SDR 할당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어야 한다. 이는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Special consideration should be given to giving the SDR a greater role. The SDR has the features and potential to act as a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 Moreover, an increase in SDR allocation would help the Fund address its resources problem and the difficulties in the voice and representation reform. Therefore, efforts should be made to push forward a SDR allocation. This will require political cooperation among member countries.[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23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가 웹사이트에 기고한 “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라는 글의 일부다. 지난번 유럽에서의 SDR 위상 강화에 대한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이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은 SDR 강화라기보다는 – 본문에서 美달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 명백히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폐기처분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떤 국가나 중앙은행도 공식적으로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안을 최대의 달러 보유국(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이고 이중 상당수 자산을 미국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의 중앙은행에서 대외에 천명한 셈이다.

World Socialist Web Site 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이러한 태도표명은 미행정부의 금융위기 해법에 대한 그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엄청난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재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국채매입 계획 발표 이후 달러는 이틀 만에 유로 대비 4.5% 하락하였다. 따라서 비록 국가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SDR 체제 구축이라는 학술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위 글은, 사실 그 어떤 글보다도 중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wsws는 왜 중국이 직설화법이 아닌 우회적인 표현으로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곤경에 처해있다. 한편으로 미국의 정책은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리라는, 그래서 거대한 달러 위기의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임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부채에 대한 의존도를 경감할 방도를 찾고 싶어 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러한 방향으로의 여하한의 시도는 시장을 위협할 것이고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위기를 촉진시킬 것이다.
The Chinese government is caught in a bind. On the one hand, it knows that US policy is potentially inflationary, that the prospect of a massive dollar crisis is very real. It would like to find a way to lessen its dependence on US debt. On the other hand, any moves by the Chinese in this direction could spook the market and precipitate the very crisis it fears.[Chinese central banker says US dollar should be replaced as global reserve currency]

한마디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미국에 대한 인질인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질인 셈이다.

이러한 모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저우샤오촨 총재가 제안한대로 기축통화를 한 국가의 화폐가 아닌 세계화폐로 대체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순수한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그러므로 아직 먼 이야기다. 그나마 현실적인 것은 대륙간 경제권을 아우르는 지역 기축통화의 역할분담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정도일 것이다. 유로와 위안화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