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우익정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한 단초

월스트리트는 너무 추상적이고 대침체를 초래한 금융 게임들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은 거의 모든 이들이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티파티의 등장이 월스트리트의 구제금융의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티파티를 지지하는 한 지인은 “정부가 힘 있는 자들에 의해 포섭되어, 우리 세금을 가져가고, 우리의 점심을 먹기 때문에” 정부를 싫어한다고 내게 설명했다.

동시에 보통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조밀하게 엮여져 있어 거의 정부가 하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의 헬스케어 예산안에 대항하기 위해 의회의 주민회의에 나타나 “내 메디케어를 뺏어가지 마라!”라고 소리치던 분개한 유권자를 생각해보라.

코넬의 정치학자 Suzanne Mettler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정부보조의 수혜자가 그들이 여하한의 혜택도 받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소셜시큐리티 수혜자의 44% 이상이 자신들이 “정부의 어떠한 사회 프로그램도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는 것을 발견했다. 정부보증의 학생대출을 받는 가구의 반절 이상, 홈모기지의 이자공제를 받는 이들의 60%, 실업보험 수혜자의 43%, 그리고 소셜시큐리티 장애급여 수령자의 30% 역시 같은 대답을 했다.[The Rise of the Wrecking-Ball Right]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힘 있는 것들이 싫다면서 왜 우익정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Robert Reich의 설명이다. 즉, 일반유권자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시장의 작동원리보다는 그 시장과 협잡해 세금을 갈취해가는(!) 정부에 더 분노하기 쉽고, 우익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작은 정부”라는 – 실질적으로는 “더 큰 시장”이라는 – 그들의 목표를 위해 유권자를 포섭한다는 것이 민주당 지지자인 Reich의 설명이다.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정부의 복지기능을 인지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은 ‘정부가 혈세로 엉뚱한 짓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하고, 나아가 큰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세력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할 개연성이 있다. 즉, 정부의 형태를 진보적으로 바꿔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한다는 대자적 목표는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프로파간다에 정부일반에 대한 혐오감이라는 즉자적 대응으로 치환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유권자의 염세주의를 부추기고 대자적인 정치행위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Robert Reich로서는 민주당을 변호하고 싶겠지만, 결국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 역시 경제운용에서 보자면 공화당의 민간금융기업과의 회전문식 인선을 답습하고 있고, 염세주의를 부추긴 월스트리트 구제금융의 장본인이니 말이다.

우리의 경우는 더욱 심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정치적 입장차에 비해 경제적 입장차가 매우 좁은 형편이다. 둘 다 성장주의적, 친재벌적 경제운용을 지향하여 왔고, 큰 정부나 복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최근에서야 재야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한 진보정당의 그것을 많이 차용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으로는 극단적으로 민주당 정권을 저주하던 보수정당과 보수지가 한미FTA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는 한 목소리로 칭송하는 상황까지 연출하였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러한 나라들의 양당정치가 갈수록 퇴보하는 것은 기업정치와 자본의 세계화가 한 나라의 행정권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결국 생존을 위해 그들에게 생존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강화되면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은 번영을 위해 점점 더 정부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정부가 필요한 서민들이 염세주의적으로 계급모순적인 정치행위를 하게 되는 상황은 지금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르겠다.

6 thoughts on “서민들이 우익정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한 단초

  1. vit

    저기, 이 글 읽고서 무릎을 치며 맞다! 했거든요. 나중에 무릎을 치며, 안 그래도 그 글 읽고 내심 매우 미심쩍던 부분을 잘 건드려주셨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처음 이 글 만났던 바로 그 블로그였던 것 있죠! 신기하고 감사~ 이제 이 블로그 안 잊어먹을 듯 해요. 의견을 표하신 원글 ‘~해법’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못 된다,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외람된 질문일지 모르지만, 블로그로 수입은 어떻게 버시나요? 여기 블로그에는 배너광고도 안 보여서요. 아주 작은 후원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드는. 좋은 글을 읽었으면 글쓴이에게 보답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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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블로그 수입은 따로 없습니다. 구글 광고 같은거 붙이기 번거로워 그냥 심심풀이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후원”해주시겠다는 정말 감사하고요. 안 그래도 후원란이라도 만들어 누군가 돈을 주면 그 돈을 모아 투쟁기금으로라도 지원하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만 귀차니즘하고 그런 적절한 시스템이(페이팔같은) 국내엔 없는지라 그냥 시도 안하고 있습니다. 후원해주실 요량이라면 한진투쟁기금이나 다른 투쟁현장에 제 대신 내 주신다고 생각하고 기부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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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t

        아,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Rarely Asked Questions에 농담을 너무 심각하게 읽어나봅니다. ^^; 블로그 광고수입으로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탠다는 분들도 본 것 같아서… 네 그럼, 한진투쟁기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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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it

    아니, 글 제목에 가로를 쳤더니 명령어, 코드 같은 거 때문인지 단어가 쏙 빠지네요. 그 글이란 ‘창비주간논평의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법에 관한 글’인데, 제목이 쏙 빠져서 위에서 문장이 이상해져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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