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과 임금의 상관관계, 그리고 경제에의 영향에 대한 단상

시계열적으로 생산성 대비 임금이 연동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는 크게 이견이 없으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고의 저변에는 최초에 책정된 노동임금이 생산에 대한 올바른 몫을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같아 그리 탐탁지는 않다. 그러함에도 생산성 대비 임금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것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다.

_cfimg3079392009558170485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에서 재인용

위 표에서도 보듯이 1947년 이후 미국경제에서의 비농업 분야의 임금은 생산성 향상 추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사하게 접점을 찾아가던 생산성 증가와 임금 증가 추이는 1980년 언저리를 기점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신용위기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경제위기를 틈타 기업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결과일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어째서 임금-생산성 갭이 확대되고 노동을 통한 소득이 감소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장기적인 요소들을 규명하였다. 첫째는 노동시장 정책의 변화와 보다 조직화된 부문의 감소로 인한 노동의 협상력 감소를 들 수 있다. 다른 요소로는 증가하는 세계화와 무역개방인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부문들이 발달된 경제에서 신흥 경제 쪽으로 이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발달된 경제에 남겨지는 부문은 상대적으로 덜 노동집약적이고 노동의 평균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세 번째 요소는 정보 및 통신기술의 개선과 관련한 기술변화인데, 이로 인해 여가분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노동에 대한 보상에 비해 자본에 대한 보상이 늘어나는 것이다.[Behind the Decline in Labor’s Share of Income]

왜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리서치 분석가의 분석이다. 언뜻 어느 진보적인 논문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분명한 톤이다. 노동의 협상력 감소, 세계화, 기술변화 등 세 가지 요인이 임금조건 악화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인데, 앞서 두 가지는 진보진영에서 꾸준히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한 경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유의미한 자료조사는 1999년경부터 축적되고 있어서 아직 시계열적 분석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여겨진다. 조사범위나 분류도 다소 혼란스러워 분석의 적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도 좀 망설여지지만, 여하튼 1999년 이후 광공업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과 임금추이는 얼추 조응하고 있다.

10
1999.1~2010.4 광공업 평균 상용임금 변화 추이(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11
1999.1~2010.4 광공업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지수 변화 추이(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하지만 현상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살펴볼 통계는 예컨대 지난번 이 블로그에 올린 ‘그래프 몇 개와 암울한 현실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살펴본 몇몇 가계소득의 질적 측면일 것이다. 생산성 증가추이 대비 노동소득을 광공업 분야 노동자가 가져온다 하더라도 기업과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 고용의 질, 물가 대비 임금상승(또는 복지수준) 등도 살펴야 한다.


‘최근 소비부진 원인 진단 및 시사점’(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재인용

이렇듯 최근 가계소득의 질적/양적 상황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내수는 부진해지고 장래에 수출 감소 등으로 줄어들 GDP를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여 생산도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사측은 근로시간이 줄면 소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조건의 변화는 결국 “노동의 협상력”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중략] “자동차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동차 생산 1대당 노동비용이 상승해 기업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독일 폭스바겐의 기세가 강해지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권토중래를 꾀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기업경쟁력 하락은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업체가 황금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 [중략] 이동응 경총 전무는 “폭스바겐은 임금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해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했으나 우리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근로시간 줄면 임금 낮춰야” vs “소득 감소는 안돼”]

혹자는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해서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조 간에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즉, 기업은 근로시간 연장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노조는 어차피 야근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대한 수당을 확실히 챙겨 실질임금을 더 높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므로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개연성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어쩌면 더 수혜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일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중 상층부가 기업과 이런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면 조직화되지 않은 대다수 노동자는 이런 수혜에서 배제되고 있다. 따라서 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내수활성화, 나아가 총자본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