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실험

은행이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가난하고 미천한 방글라데시의 여인네들에게? NO WAY!

미시신용

바로 그러한 선입견을 깬 이가 무함마드 유누스 Muhammad Yunus 다. 그는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지만 유복한 보석세공사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공부도 잘한 덕택에 영국에서 경제학 공부를 하고 돌아와 고국에서 교수로 편안한 삶을 살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이른바 미시신용 microcredit 의 개념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금융제도를 착안한다.

그의 돈 빌려주는 방식은 가난한 이들에게 – 특히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일종의 가족 사업을 벌일 밑천을 대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선의 성격이 짙었겠으나 의외로 회수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상식을 깨는 수준이었기에 그의 사업(?)은 번창일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의 ‘그라민은행 프로젝트(Grameen Bank Project)’의 성공의 보답으로 2006년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주1)

소셜비즈니스

그는 최근 Common Dreams 웹사이트에 “어떻게 소셜비즈니스가 가난 없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가(How Social Business Can Create a World Without Poverty)”라는 글을 기고했고, 이글을 통해 그가 실천해낸 미시신용이 어떻게 제1세계, 나아가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가를 설명하였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행위를 함에 있어 이윤추구는 정당한 것이지만 그만으로는 반쪽짜리이며 배려, 관심, 나눔, 동정 등의 요소들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갖추고 있는 개념이 바로 소셜비즈니스(주2) 라 할 수 있다.

Muhammad Yunus at Chittagong Collegiate School.JPG
Muhammad Yunus at Chittagong Collegiate School” by Hossain Toufique Iftekher – 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자본주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가

소셜비즈니스의 핵심은 다음 문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자선은 아니되 사회효용적인 차원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장에서 ‘돈빌려주는 사람(owner)’은 이익을 취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A social business is not a charity. It is a nonloss, nondividend company with a social objective. It aims to maximize the positive impact on society while earning enough to cover its costs, and, if possible, generate a surplus to help the business grow. The owner never intends to take any profit for himself.

그렇다면 그가 소셜비즈니스를 통해 꿈꾸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일까? 분명 가난이 추방된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극복된 사회는 아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였지만 번영을 가져다주었고 산업을 자극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비록 그것이 미국의 유럽 사회에만 집중적으로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이제 그가 발전시킨 미시신용을 통해 제3세계 국가의 빈민들도 이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Capitalism has the capacity to do good in the world, provided we recognize that the motivation for the entrepreneur need not be exclusively economic and personal.

의미 있는 실험, 그러나

그의 실험은 분명히 의미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본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이들이 그의 은행에서 돈을 빌려 어엿한 자산가(주3)가 되기도 하는 광경을 직접 보았고 실제로 그의 프로젝트를 통해 약 600만 명이 혜택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엔 미시신용이라는 이러한 그의 아이디어를 원용한 사업도 창출되고 있다. 일례로 웹사이트에서도 이러한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Prosper.com 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그의 프로젝트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 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Common Dreams 에 유누스가 쓴 글에 댓글을 단 alexnosal 이라는 누리꾼은 방글라데시에는 미시신용이 있겠지만 미국 주식회사에는 이미 거시신용 macrocredit 이 버티고 있는데다 모든 것은 프랜차이즈化 되어 있어 미국에 유누스의 방법을 적용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비판

방글라데시와 같이 금융의 인프라가 절대부족한 곳에서는 그의 프로젝트가 마치 먹물이 백지에 스며들듯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상인들도 금방 기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lexnosal 라는 이의 글처럼 제1세계 –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에서 과연 품앗이로 빌린 소액의 돈으로 할 만한 마땅한 사업이 있을까? 동네빵집? 파리바께뜨 아니면 장사가 안 되는데 그게 한두 푼으로 되는가?

보다 근본적인 비판은 kropotkins이라는 이가 제기하고 있다. 무정부주의자임이 분명한 이 누리꾼은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체제라면 왜 여전히 ‘주인(owner)’와 ‘금전의 문지기(monetary gatekeeper)’가 존재하여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또한 그는 결국 국가와 자본주의의 절멸만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의 전제조건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If the point is to have a socialy benificial system then why would we still need owners and monetary gatekeepers.

그럼에도 의미 있는 실험

무정부주의자는 그를 쓰레기로 폄하하였지만 분명 그의 실험은 의미 있다. 또한 제1세계에서도 이른바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에게 또 다른 개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유(free)로운 경제’도 중요하지만 ‘공정(fair)한 경제’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유누스가 말한 배려와 나눔이 없이 오직 돈벌 자유만 판치는 경제가 아닌 서로 골고루 분배하는 경제가 이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간적인 자본주의자’ 유누스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GATT 가 출범할 적에 그 본래 목적은 사실 ‘자유무역’의 촉진이 아닌 ‘공정무역’의 촉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자유무역’이 대체하고 있다.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복잡한 수식을 써가며 설명하여 왔다. 하지만 그 무한자유가 제1세계, 제3세계 공히 피착취 계급에게는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음이 이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설명할만한 수식을 경제학자들이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아니면 유누스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돈이라도 빌려줘 보던가.

그런데 한 실험에 의하면 경제학과 학생들이 가장 이타적인 행위에 인색하다고 한다. 수업을 너무 충실하게 들은 탓(덕택)인지….(주4)

(주1) 그런데 노벨 경제학상이 아니라 노벨 평화상이다. 세계는 아직도 가난한 이에게 돈을 빌려주어도 떼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경제학 이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모양이다.

(주2) 우리 말로 하면 ‘사회사업’이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회사업과 너무 혼동되어서 그냥 원어 식으로 표현한다

(주3) 그들 동네에서 자산가였는데 사실 여전히 궁핍하긴 했다

(주4) 혹시 경제학도시라면 화내지 마시길… 실험은 실험일뿐…

8 thoughts on “자본주의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실험

  1. 히치하이커

    매번 이런 알토란 같은 글을 올려주시니~아아~♬

    여담이지만 돌이켜보면 전 자본주의는 극복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사유 재산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집착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흐음.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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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생산수단으로서의 목적이 아닌)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사회주의라면 결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소장하고 있는 CD를 사회주의 조국에 헌납하라랄지 하는.. –;

      하지만 사실 이는 오랜 편견일 수도 있는데 사실 화폐가치로 궁극적으로 환원되는 사유재산에 우리들이 종교적인 집착 – 부자든 아니든 – 을 가지길 포기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면 – 예를 들어 무료주거, 무상교육, 무상의료 – 그 사유재산의 상당부분을 포기하지 못할 이유도 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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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gle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실험” 이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은 어지간한 재산소유자들에겐 돈으로 여겨지지도 않는 작은 액수의 돈이 없어서 괴로워하다 인생이 꼬여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대출을 통해서 안정적인 소상공인 혹은 교육받은 노동자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은행-시장과 개인이 서로가 서로를 살찌울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배려, 관심, 나눔, 동정” 등의 자선적 차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건강성이랄까, 지속적 발전가능성 이랄까 아무튼 그런 걸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이 실험을 무작정 비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스킨이 다 좋은데 사이즈가 작아져서 그런지 글자가 좀 뭉게지네요. 불여우인데, 영문이 잘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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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데에 동의합니다. 가끔 보면 시스템이 더 부패해서 최종심급에 빨리 도달하여야 한다는 희한한 세계관의 사람들도 있던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

      (스킨 문제는 또 고민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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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정환

    저는 사회책임투자나 마이크로파이낸스나 사회적 기업이나 기부나 사회공헌 등등 그런 착한 생각들로 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와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하는데 약간 회의적입니다. 필요한 운동이고 또 이를 열렬히 지지하기도 하지만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착한 생각들(시스템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착한 생각들에 기대를 거는)만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기에는 이 시스템이 너무 견고한 것 같아요. 저는 정치적인 투쟁과 제도 개혁에 더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것도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고요. 노동자 민중의 세계적인 연대, 그리고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고 아래로부터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일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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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물론 ‘착한’ 자본주의가 가능한가라는 철학적 경제학적 정치학적…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겠죠. 그러한 한편으로 이 문제는 저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내에서 그 시스템의 은덕(?)을 입고 먹고사는 수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고민하여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견고한 시스템 내에서도 할 몫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는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면 시스템 안에서라도 무공해 자동차 프로젝트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 정치세력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당명이 공산당이라고 일단 의회내에 들어와 있다면 자본주의의 체질개선을 포기한 채 혁명활동에만 매달릴 수는 없으니까요.(의회밖 정치세력이라면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시스템의 해체는 .. 저도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의도적으로 해체시킬 수도 있을테고 어느날 갑자기 붕괴될 수도 있겠고 또는 계속 근근히 살아갈 수도 있겠고…

      어쨌든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는 그 날이 오려면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시스템의 인너써클에서의 배반자(?)의 협조 없이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즈니스가 이전 세기에 비해 계속 파편화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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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미친고양이

    가난한이들을 위한 은행가였던가 하는 책에서 이 사례가 나왔었는데 뒤에 세계은행의 영향력이 너무 짙게 깔려 있어서(행간 사이사이에) 세계은행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들었었습니다.

    뭐 지금 세계은행이야 부시의 딸랑이가 이끄는(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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