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가는 이라크에서의 민간군사기업

최근 재밌게 본 미드 중에 Dexter 라는 시리즈가 있다. 주인공은 마이애미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보다 정확하게는 형사(detective)가 아니라 감식반(forensics)이다.) Dexter Morgan 인데 특이하게도 형사인 동시에 연쇄살인자다. 어린 시절 범죄현장에 방치되었다가 그 현장을 발견한 형사 Harry 에게 입양된 그는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으나 몸속에 내재해있는 폭력성향을 잠재우지 못한다. 이런 그의 본능을 알아챈 Harry는 결국 그의 살인본능을 인정하지만 그 분출구를 또 다른 연쇄살인자들에게만 향하게 하는 일종의 ‘Harry의 원칙’을 Dexter에게 가르친다. 결국 Dexter는 연쇄살인범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라는 희한한 캐릭터로 탄생한다.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의 현대판 해석으로 볼 수도 있고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나 공권력을 배경으로 한 사적(私的)살인이나 뭐가 다르냐는 냉소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시리즈는 뭐니 뭐니 해도 사실 형사가 바로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묘한 일탈감과 해방감을 관객들에게 안겨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알량한 지적허영의 소유자답게 소위 ‘Harry의 원칙’이 자본주의의 법률과 제도와의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는 그 비판자들, 특히 Karl Marx로부터 태생부터 살인자임을 들켜버렸다. Karl Marx는 자본주의의 살인무기는 바로 잉여노동의 착취임을 자본론에서 밝혀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체재 내에서의 기업은 그가 연쇄살인범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건 불특정 다수를 죽이는 연쇄살인범이건 간에 살인범은 살인범일 뿐이라는 원죄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본인이 신경 쓰건 말건) 그런데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 살인범에게 부여한 원칙이 있다. ‘자본주의 판 Harry의 원칙’

즉 이 원칙은 ‘너희가 잉여노동을 착취하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다만 (나에게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물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자본주의가 잘 굴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도가 있으니 그 한도는 지켜달라.’라는 자본주의의 법률과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것들에는 예를 들면 독점금지, 아동노동금지, 8시간 노동, 노동3권 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갔다.(물론 그것은 지역적 편차가 있으며 때로 역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나마 제1세계에선 사회구성원의 상호감시 속에서 나름대로 제법 꾸준히 지켜져 오고 있다.

그런데 Common Dreams 의 Contractors Gone Wild라는 글을 읽어보면 ‘자본주의 판 Harry의 원칙’이 적어도 이라크 전쟁에 뛰어든 민간군사기업에게만큼은 개 짖는 소리임을 알 수가 있다. 그간 민간군사기업의 과다청구, 전투병 기능에의 개입, 민간인 학살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여러 고발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의회 민주적 정책 위원회(the Senate’s Democratic Policy Committee)’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세 명의 내부고발자가 전하는 내용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KBR의 직원이었던 Frank Cassaday는 회사가 배달하여야 할 (사막 지방에서 특히 귀중품인) 얼음들이 다른 직원들에 의해 중간에서 가로채어져 다른 물품들과 교환되었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KBR 직원들은 수시로 군용품을 훔쳐냈는데 이중에는 중화기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 역시 KBR 직원이었던 Linda Warren에 따르면 궁전이나 각종 청사의 재건축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각종 문화재 및 귀중품을 훔쳐 eBay 에 팔곤 했다 한다.

한층 놀라운 증언은 DynCorp 의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Barry Halley의 입에서 나왔다. 그에 따르면 이라크의 업체직원들은 일종의 ‘매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매춘부들은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로 장갑자동차로 수송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렇게 매춘부 수송을 위해 장갑자동차가 이용되는 바람에 다른 미션에 있는 이들이 이 차를 사용하지 못해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위의 범죄들은 어쩌면 부도덕한 개인직원들의 범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문회에서의 세 내부고발자들이 그들의 상관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보고했을 때에 다른 곳으로 발령 나거나 심지어는 억류되기도 하고 종국에는 해고되었다는 사실은 최소한 회사가 그 사실을 방조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그 범죄들을 조장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아무리 최신 운영기법인 민영화를 통해 전쟁수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이라크 전쟁일지라도 그 주체들의 행태에는 유사 이전의 야만적인 살육전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나는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가가 궁금할 따름이다. ‘Harry의 원칙’은 도대체 어디 간 것일까? 우리는 그 원인을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할까? 우리는 과연 살인범의 살인본능 치유는 고사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는 있는 것일까?

8 thoughts on “미쳐가는 이라크에서의 민간군사기업

  1. 히치하이커

    군산복합체(+ 위에서 말하신 민간 군사 기업)와 전쟁에 대해 아무리 좋은 소릴 떠들어봐야, 자본주의란 판이 유지되는 한 그 ‘장사’가 남겨주는 이득이 삶 속에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 있기에. 그 모든 게 결국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가하는 아득한 마음마저 듭니다.

    (덱스터는 저도 무지하게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ㅎ)

    Reply
    1. foog

      여담입니다만 아무리 재밌게 본 미드라도 시즌2는 왠지 꺼려지더군요. 그래서 요즘 시즌1들만 골라보고 있습니다.(유일한 예외는 어글리베티^^)

      Reply
  2. 히치하이커

    군산복합체(+ 위에서 말하신 민간 군사 기업)와 전쟁에 대해 아무리 좋은 소릴 떠들어봐야, 자본주의란 판이 유지되는 한 그 ‘장사’가 남겨주는 이득이 삶 속에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 있기에. 그 모든 게 결국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가하는 아득한 마음마저 듭니다.

    (덱스터는 저도 무지하게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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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여담입니다만 아무리 재밌게 본 미드라도 시즌2는 왠지 꺼려지더군요. 그래서 요즘 시즌1들만 골라보고 있습니다.(유일한 예외는 어글리베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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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김증말

    푸그님의 글들은 너무너무 유익해서 링크를 안 걸수가 없답니다!
    민간군사기업과 관련된 글을 제 블로그에 인용해도 될까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라는 영화를 봤는데 비슷한 내용이더군요.
    정말 푸그님의 이 글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ㅠ

    Reply
  4. 김증말

    푸그님의 글들은 너무너무 유익해서 링크를 안 걸수가 없답니다!
    민간군사기업과 관련된 글을 제 블로그에 인용해도 될까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라는 영화를 봤는데 비슷한 내용이더군요.
    정말 푸그님의 이 글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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