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old and Kumar Go to White Castle

외국, 특히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외화에서 우리나라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는가는 우리 한민족(!)의 지속적이고도 지대한 관심사다. 우리가 유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일수도 있고 또는 일본과 중국 등 소위 아시아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로서의 자괴감 때문 일수도 있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여하튼 일단 한반도에 관계된 뭔가가 끼어들면 마냥 극을 태평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외화에서 한국, 한국인, 그리고 한반도에 관련하여서는 이러저러한 왜곡 또는 희화화가 다반사였고 현재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본 중 가장 지독한 조롱은 프랑스 영화 ‘택시’에서였을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한국인은 24시간 교대로 운전하는 택시기사였다. 비번인 택시기사는 택시 뒤 트렁크에서 잠을 청한다. 홍세화 씨가 그런 프랑스에서 얼마나 고생했을 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 장면이다.

그 외에도 어떤 연유에서든 한국과 관련된 소재가 끼어든 영화를 생각나는 대로 몇 개 나열해보면 ‘M.A.S.H’, ‘아웃브레이크’, ‘레모’(주1), ‘007 Die Another Day’(주2), ‘로스트’, ‘오스틴파워’(주3)등등…. 아 그리고 삼성 리모콘을 잃어버려 소동이 벌어지는 다소 황당한 소재의 ‘리모콘과 금붕어’라는 북구 영화도 있다.

이러한 허다한 영화들 중에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영화를 최근 접하게 되었는데  Harold and Kumar Go to White Castle 이라는 제목의 코미디가 그 영화다. Ashton Kutcher가 주연을 맡은 Dude, Where’s My Car?(2000) 라는 개념 없는 코미디를 만든 Danny Leiner의 2004년 작품이다. 둘 다 개념 없이 사는 두 청년이 자동차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Harold~에서는 미국 내에서의 인종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미덕은 일단 인종주의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고 어쩌고를 떠나 골때리게 재밌는 코미디라는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투자은행에 근무하지만 동료들로부터 봉으로 취급당하는 Harold와 유복한 의사 집안 출신이지만 백수건달인 인도계 미국인 Kumar는 한 집에서 동거하는 사이인데 이들이 마리화나에 취해 White Castle(주4)의 햄버거 광고를 보고는 뿅가서 기어코 White Castle에 가서 햄버거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나섰다가 겪는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이 이야기의 고갱이다.

Dude~에서의 이야기 전개방식과 거의 유사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인종문제가 양념으로 가미되면서 극의 윤기와 현실감이 더해진다. 그들을 항상 골탕 먹이는 동네의 백인 불량배들, 선배의 투자은행 취직을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주류사회로의 진입을 꿈꾸는 한국계 미국인 학생들, 유색인종은 무조건 범죄자로 여기는 경찰(주5), 유색인종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고 봉으로 생각하는 백인 투자은행 직원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자신이 유색인종일 경우 웃음은 공감어린 쓴 웃음이 약간 가미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에서 인종문제는 극의 재미를 위해 가미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은 백인인 감독 Danny Leiner는 미국에서의 인종문제가 단순히 흑백간의 갈등이 아닌 한국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간의 다양한 상호관계에서 규정됨을 잘 알고 있었고(주6) 이를 교훈적으로 설교하는 대신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로 승화시키고 있다. 종내는 그 갈등은 주인공들이 White Castle에 도착하여 수십 개의 햄버거를 포식하며 절정감을 느낀 후 통쾌하게 해결된다. ‘하얀 성(城)’의 마술?

뭐 리뷰가 다소 심각하다고 해서 이 영화를 심각하게 감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실생활도 개념 없을 것만 같은 Ashton Kutcher가 한국계 배우 John Cho(주7)로 바뀐 것뿐 지저분 개그가 주는 즐거움은 똑같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극의 전개의 밀도가 속도감 측면도 Harold~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현재 속편이 다른 감독에 의해 제작 중에 있는 것 같다.

p.s. 천재소년 두기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주1) 좀 엉성한 수퍼히어로 영화인데 주인공 Remo의 스승이 한국인이라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빵점. 밥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다.

(주2) 주적이 북한으로 설정되어 있어 차인표가 캐스팅을 거절했고 대신 와튼 출신의 릭윤이 맡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영화

(주3) 악당킬러가 한국인이었던 시리즈가 있었다

(주4) 당연하게도 White Castle 측은 홈페이지에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전격배치하여 마아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다

(주5) 무뇌아 경찰 들이 웃음을 안겨주는 또 하나의 코미디로는 Superbad를 추천한다

(주6) 개인적인 느낌으로 그가 실제로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 있고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묘사가 아닌가 싶은 장면이 몇 개 있었다

(주7) 이 배우는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인기 TV시리즈 Ugly Betty에도 등장한다

16 thoughts on “Harold and Kumar Go to White Castle

    1. foog

      요즘 메인랜드에 계시느라 문화생활이 여의치 않으시겠군요. ^^;
      두기는 이 영화에서 아주 패륜아로 나옵니다. 아주 잘 어울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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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요즘 메인랜드에 계시느라 문화생활이 여의치 않으시겠군요. ^^;
      두기는 이 영화에서 아주 패륜아로 나옵니다. 아주 잘 어울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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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이 영화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두기 부분이 특히.. (어렸을 때 두기 열심히 봤기 땜에)
    두기 역할 배우는 이 영화 말고 다른 영화에서도 (역시 인종 문제 다룬 영화인데) 자폭스런 역할을 종종 하더군요. 꽤 생각이 있는 친구 같아요;;

    Reply
    1. foog

      두기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케빈은 13살’의 주인공 케빈도 오스틴파워 시리즈에 깜짝 출연해서 즐거움을 줬었죠. 커다란 점이 있어서 오스틴파워에게 놀림을 받던 굴욕캐릭터긴 했지만 말이죠… 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시절 TV물이 또 보고 싶어지는군요. 말콤네는 못말려..도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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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이 영화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두기 부분이 특히.. (어렸을 때 두기 열심히 봤기 땜에)
    두기 역할 배우는 이 영화 말고 다른 영화에서도 (역시 인종 문제 다룬 영화인데) 자폭스런 역할을 종종 하더군요. 꽤 생각이 있는 친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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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두기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케빈은 13살’의 주인공 케빈도 오스틴파워 시리즈에 깜짝 출연해서 즐거움을 줬었죠. 커다란 점이 있어서 오스틴파워에게 놀림을 받던 굴욕캐릭터긴 했지만 말이죠… 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시절 TV물이 또 보고 싶어지는군요. 말콤네는 못말려..도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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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히치하이커

    이편 보니 코쟁이들의 어설픈 한국어 연기는 어쩔 수 없더군요. 뭐, 엄밀히 말하자면 해롤드와 쿠마에선 소통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같지만요.
    “니 아들이~블라블라~” ㅋㅋㅋ

    좌우간 NPH가 왕입니다요. 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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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히치하이커

    이편 보니 코쟁이들의 어설픈 한국어 연기는 어쩔 수 없더군요. 뭐, 엄밀히 말하자면 해롤드와 쿠마에선 소통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같지만요.
    “니 아들이~블라블라~” ㅋㅋㅋ

    좌우간 NPH가 왕입니다요. 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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