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산업복합체”의 등장을 경고하는 조 바이든

오늘날, 미국에서는 극단적인 부와 권력, 영향력이 결합되어 민주주의 전체,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그리고 모든 사람이 앞서 나갈 공정한 기회를 위협하는 과두정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략] 미국인들은 허위 정보와 왜곡된 정보에 의해 권력 남용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자유 언론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편집자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사실 확인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권력과 이익을 위한 거짓말에 의해 숨겨지고 있습니다. [중략] 한편, 인공지능은 우리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아마도 역대 가장 중요한 기술일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경제, 안보, 사회, 그리고 인류를 위한 심오한 가능성과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안전장치가 없다면, 인공지능은 우리의 권리, 생활 방식, 개인 정보 보호, 그리고 국가 방어에 새로운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중략]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들에 의한 거버넌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유의 땅인 미국이 — 중국이 아니라 — 세계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이끌어야 합니다.[출처]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별연설 중 일부다.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과도하게 부와 권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술이 집중된 형태의 과두정치2가 등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 역시 이미 이러한 정황은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손을 잡고 권력을 잡았을 때, 소수의 기술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비를 들여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짓고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비하고 있을 때, 인공지능과 소셜미디어가 어느 샌가 우리의 삶에 필수서비스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해 엔비디아가 새로운 시대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위 인용문도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번역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서의 기술 과두정치는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원리에 대해 최근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부지런히 공부한 결과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문외한으로서 거칠게 설명하자면 과거 우리가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원시자료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함수를 입력하여 분석결과를 출력하는 방식이었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은 원시자료를 그냥 집어넣으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함수를 알아내고 그에 따라 분석결과를 내는 방식이다. 좀 심하게 보자면 인공지능의 하드웨어 안에는 우리가 넣어주지 않았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데이터와 함수가 창조(!)된 것이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지식을 창조해내는 기술이 기술, 자금, 그리고 전력사용을 독점하는 과두정치에 휘하에 놓인다면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독점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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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PxG – DALL-E 3, Public Domain, Link

바이든의 집권 기간도 혼란의 세계였다. 그 와중에 미국은 러-우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 있어 뒷배 역할을 했다. 이는 지배계급의 지리정치학적 이해관계, 군산복합체의 이윤창출 등의 야욕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국내적으로는 친(親)노동자적 행보, 재생에너지 육성 등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활동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역부족이었는지 의지부족이었는지 이제 고별연설에서 경고하고 있는 기술 과두정치의 등장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오히려 연설 중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고별연설에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듯이 자신도 “기술산업복합체(tech industrial complex)”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이라 말하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립서비스란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설미디어, 플랫폼, 인공지능은 그 이전의 어느 기술혁신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과 노동자의 적응능력이 힘에 부친다. 그리스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진작부터 빅테크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이 세계의 시템이 “기술봉건주의(technofeudalism)”의 시대라고 정의한 바 있다. “자본주의의 두 기둥인 ‘시장과 이윤’은 빅테크의 ‘플랫폼과 임대료’로 대체됐고, 우리가 클릭과 스크롤을 할 때마다 자발적인 노예가 돼 봉건지주인 그들을 위해 일하는 꼴”이라는 그의 묘사는 이미 우리 옆에 와있기도 하다. 여기에 그가 아직 미처 더 자세히 분석하지 못한 인공지능이 결합할 때 기술봉건주의는 한층 더 가속화될 개연성도 있다. 미국 행정부를 나치식 경례를 해대는 머스크가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1. 이상하게도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의 해당 페이지는 열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연설이 기분 나쁘다고 없애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2. 버니 샌더스가 트윗한 과두정치의 한 풍경

3 Comments on ““기술산업복합체”의 등장을 경고하는 조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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