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an Santos/PR – https://www.flickr.com/photos/palaciodoplanalto/48149860167/in/album-72157709308281487/, CC BY 2.0, Link
자유무역 시대의 풍경 하나 : 유럽연합-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 조인식 장면
왜 극우파는 구미권에서 상당 부분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모순들이 가져다준 결과다. 1980년대 이후의 세계화는 구미권에서 시작됐지만, 그 최고의 수혜자는 이제 전세계 제조업 생산의 무려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국 등 신흥국들이 됐다. 1973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계속 내려갔던 이윤율은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1991~2007년 사이에 반등했다가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는 계속 내림세로 일관했다. 구미권에서는 양적 완화, 즉 추가 통화 발행과 공적 자금 투입으로 세계 금융 위기를 부랴부랴 수습했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지속적인 생활 수준의 저하, 대중들의 빈곤화 문제에 직면했다. 스스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로 가난해졌다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보호주의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열망하게 됐는데, 이런 요구에는 여태까지 세계화를 잘 반대하지 못했던 제도권 좌파보다 극우 정당들이 더 적합한 것이다.[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 교수의 칼럼 중 일부다. 그의 분석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뒤돌아보면 1980년대 이후는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지구촌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만이 경제발전을 가져온다는 신념하에 자유무역을 기치로 무역협정을 쌍방간 혹은 다자간으로 맺어나갔는데 이는 표방하고 있는 정치이념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은 신자유주의의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물론 서구에게도 혜택은 있었다. 제조업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옮겨버렸기에 경기는 호황이면서도 물가는 상승하지 않는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의 꿀맛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호황의 수혜자는 자본가였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뺏겨 삶의 공간은 피폐해졌고 이주노동자, 여성, 기타 소수자에 대한 배척 등 우경화 경향이 강해졌다.
즉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경향으로 ‘저축률의 증가를 통한 부의 성장’이 아니라 바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미국의 욕구를 아시아가 채워주고 대신 받아온 달러를 주체할 길이 없어 저축을 해놓을 수밖에 없었던 ‘생산-소비 연계 고리’를 먼저 짚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즉 90년대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불리던 소위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는 실은 미국내 제조업(특히 제조업 노동계급들)의 희생, 아시아 노동계급들의 저임금, 그리고 이러한 양 대륙의 노동계급의 희생을 강요했던 자유무역론의 허구였음을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골디락스의 환상과 그 결과]
신자유주의가 일상화되어왔던 지난 몇십 년간 전 세계의 자유주의 “진보” 정치진영은 국내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았고 인구노령화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제3세계의 젊은이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사실상 이러한 조치는 자본가들이 노동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 혹은 더 인하하면서도 국내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속셈인데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른바 소수자 보호 등 노동계급(그것도 주로 남성)의 이해관계를 배제한 리버럴 들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일환인양 비쳐지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러스트벨트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동독지역의 노동자는 AfD를 지지하는 우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리버럴과 좌파는 그들에게 부자들의 패션 트렌드로서의 PC함을 충족시키는 무지개 정치집단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략]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의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중략] 무역협정 재검토 등을 지시한 행정명령에 한국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해 2월 1일부터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것을 보면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물론, 상호 관세 인하와 폐지 등을 지향하는 양자 FTA의 상대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중략]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이던 지난 2017년 한미 FTA 폐기를 위한 서한의 초안까지 작성했던 전력이 있다.[발등의 불 한미FTA, 경제동맹 지킬 신속 대응 절실하다]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자유무역의 시대를 끝낼 것이다. 이미 조바이든 때부터 한미FTA 등 “자유무역”협정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트럼프의 시대는 업그레이드된 보호무역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는 보편관세를 을러대고, 파나마 운하를 탐내고, 중국과의 무역을 금지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할 것이다. 인공지능 등 미국의 혁신이 유럽, 중국 등 경쟁자를 앞서며 오만함은 더욱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이 주변부 파트너로서의 자격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제조업의 탈국내화, 성장 동력 고갈, 정치혼란, 부동산 몰빵의 경제 시스템 등 각종 모순과 문제가 만연해있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의 우익 테러범들은 경제에는 일말의 공명심도 없이 사적이익을 위한 정치적 우경화만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WTO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https://youtu.be/jFBFuxHff0s?si=rBgJgESDV1PRV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