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 시클그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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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ndesarchiv, Bild 102-15234 / CC-BY-SA 3.0, CC BY-SA 3.0 de, Link

요즘 일론 머스크에 이어 트럼프의 과거 책사로 알려진 인물 스티브 배넌도 연설 도중 나치식 경례를 해서 화제다. 나치식 경례란 과거 전체주의 시기 독일에서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이나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오른팔을 들어 올려 뻗는 경례를 일컫는다. 고대 게르만족의 상징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하켄크로이츠가 그러하듯이 끔찍한 나치 시대를 떠올리기 때문에 금기시되어왔던 그 인사를 이제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불리던 미국의 집권세력들이 거침없이 해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 섬뜩한 경례 법은 아무래도 “하일 히틀러”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외침과 함께 해야 폼이 난다. 머스크와 배넌은 아직까지는 “하일 트럼프”라고까지 외치지는 않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DOGE라는 정체불명의 부서를 만들어 국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해체하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선물한 전기톱을 ‘텍사스의 살인마’ 포즈로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일 트럼프”를 외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뭐든지 권력은 간지라고 – 특히 전제 주의적 권력에서는 – 그 간지가 빠지면 어떤 곤란한 상황이 됐을 지에 대해 약간 웃픈 역사의 사연이 있어 아래에 인용한다.

어쨌든 이 뒤늦은 인지는 1876년 6월 6일에 있었고, 11월 23일에 공증된 인지서의 송달을 받은 데렐샤임의 성당 주교는 세례자의 대장에서 알로이스 시클그루버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알로이스 히틀러의 이름을 기입했다. 그때부터 아돌프의 아버지는 법률적으로 알로이스 히틀러로 알려지고, 물론 그 이름은 아들에게도 전해졌다. [중략] 나는 히틀러가 시클그루버로서 세상에 알려졌더라면, 독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독일인들이 얘기하는 것을 가끔 들었다. 시클그루버라는 말이 남부 독일인의 혀꼬부라진 소리로 발음되면, 약간 우스운 느낌을 주게 된다. 열광한 독일 대중이 우뢰 같은 함성을 지르며 시클그루버를 하일 하고 환호할 수 있을까. 하일, 시클그루버라고 할 수 있을까. <하일 히틀러>는 거대한 나치스 집회의 신비로운 야외극에서 대중에 의해 바그너식의 이교도적 찬가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제3제국 시기의 독일인들의 의무적으로 나누는 인사의 형식이 되었으며, 전화에서도 종전의 여보세요를 대신하기까지 했다. 하일, 시클그루버-이것은 아무래도 곤란한 이름이다.[제3제국의 흥망1 히틀러의 등장, 윌리엄.L.사이러 지음, 유승근 옮김, 에디터, 1993년, pp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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