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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진화에 대한 단상

인터넷이 생긴 이래, 그중에서도 특히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보편화된 이래 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초기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거대기업이 된 각종 사이트들도 정말 단출하다 할 정도의 서비스들을 제공했었다. 당시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야후는 어찌 보면 검색엔진이라기보다는 디렉토리 서비스에 가까웠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최대 포탈이 되어버린 네이버도 초기 모습은 지극히 단순했다. 공짜 이메일과 공짜 홈페이지 제공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 뒤 블로그라는 전달방식이 생기면서 이전의, html을 직접 짜는 등 기술적인 숙련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포털이 제공하는 레이아웃에 의존해야 했던 ‘홈페이지’에서 좀 더 사용이 용이하고 독립적인 개인 미디어가 생겨났다. 여전히 홈페이지에서 보던 신변잡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미디어라는 자각 역시 보다 강화되면서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매체가 되었다. 한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블로그마저도 귀찮게 여기던 수많은 개인들이 엮여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요컨대 지금은 기업형 포털이나 SNS, 그리고 그 서비스에 의존하거나 또는 독립된 개인 미디어들이 공존하면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단계로 여겨진다. 사실 포털에 대한 이슈 독점이나 SNS 거대화에 따른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특히 페이스북)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 초기, 서비스 공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급되어왔던 콘텐츠가 이제는 개인들의 활발한 참여(블로깅, 트윗 등)가 있고 그것들이 상호 링크되는 기능이 제공되면서, 어느 정도 대중의 목소리도 높아져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위기 이후 각국의 대중시위에 블로그, 유투브, 그리고 SNS가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상황인데, 비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역시 개별 자본으로서 그들이 인민의 편에 서있달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없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민에게 일종의 대자보와 같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좀 더 활발한 대중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배계급은 그러한 현상에 크게 당혹하며 SNS 친화적으로 거듭나겠다고 하고 선언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체의 특성을 모르는 코미디에 가깝다.

결국 과거에는 일종의 신변잡기와 같은 역할을 했던 홈페이지가 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블로그로 진화하고, 자유게시판과 같았던 댓글 기능이 댓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트위터 등으로 진화하고, 또 이것들이 공유 버튼 등을 통해 상호교류하면서 그 창시자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거대한 지식이나 의식공유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리되어야 할 주제에 대한 저장고 기능을 담당하는 블로그, 순간적이지만 놓쳐선 안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SNS의 조화로운 역할분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p.s. 어제 트위터에서 시청 앞 한미FTA 반대시위에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악랄한 탄압을 생중계하는 동안, MBC 9시 뉴스는 저 멀리 이집트 시위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다. 이쯤 되면 미디어 전쟁이다.

짐 크레이머가 대답하길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아마도요.”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 대해 여러 유명인들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팀 로빈스, 수전 서랜든, 마이클 무어와 같은 익히 알려진 진보적 연예인들이 이미 지지의사를 밝혔고, 마크 러팔로와 같은 배우 겸 감독은 광장에서 직접 토론에 참석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다.

이러한 유명인들의 지지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순환 논리적이긴 하지만 유명인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유명해지는 이유가 클 것이다. 비슷한 근거이긴 하지만 유명인들은 대개 물질적으로 기득권자이기 때문에, 자기의 계급기반이 아닌 물질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파급효과가 크다.

연예인들보다 더 흥미로운 경우는 비난받고 있는 계급 자체에서의 지지일 것이다. 유명 투자자면서도 월스트리트의 이단아 분위기를 풍겨온 조지 소르소의 심정적지지 발언은 그리 놀랍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색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유명한 투자자 짐 크레이머가 CNBC에서 한 돌출발언은 더더욱 이채롭다.

“Well I was at one point I’d say further to the left than most, and was part of a series of protests…” Cramer said. He was presumably referring to a time before he embarked on his career as a high-flying hedge fund manager and financier.

“You sound like you have to apologize for that, I don’t think you do,” Faber responded.

“No, just that I think…it’s a different time, and when you thought about that time, the Soviet Union for instance was still a power, so you were really trying to always skirt the notion that you were working for foreign interests when you were against certain issues and Vietnam,” Cramer said.

Melissa Lee then asked Cramer if he were “a twenty year old today, would you be out in Zuccotti Park?”

After a short pause Cramer answered, “probably yes, probably yes.”[Jim Cramer: Occupy Wall Street Would Have Appealed To Me In My Youth]

지난번에도 소개했다시피 투자 전문방송 CNBC는 시위자들을 개차반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CNBC의 “Squawk On The Street”라는 프로의 금요일 방송에서 사회자가 시위에 대한 짐 크레이머에의 의견을 묻자 대뜸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영화 월스트리트의 모델인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에서 나온 대답치고는 당황스러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좀 놀란 대목은 “I think…it’s a different time.”이란 대목이다. 예전엔 소련이 엄존하는 냉전의 시대였기에 (그렇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그러므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그리고 ‘그럼 넌 오늘 스무 살이었다면 데모에 나갈래?’란 질문에 ‘아마도 그럴 거다.’라고 대답한다.

흥미로운 언급이다. 짐 크레이머는 아마도 냉전의 시대엔 국익논리 때문에 인민의 요구가 억눌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한계를 전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대’라는 그의 언급은, 사회주의가 망했으므로 자본주의의 승리라며 ‘역사의 종말’을 선언한 후쿠야마의 논리를 역으로 뒤집은 것처럼 여겨진다.

그의 이력을 보면 대학 졸업 후 비교적 성공적인 기자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비교적 정확한 사회인식은 이러한 기자로써의 훈육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지각이 있는 자들이라면 기득권자든 아니든 간에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것이다. 또 하나의 역사가 끝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시위를 소재로 한 The Daily Show

진보성향의 토크쇼 The Daily Show with Jon Stewart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시위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다. 이번 시위에 대한 주류 미디어의 보도태도, 특히 우익 성향의 티파티와 대비되는 그들의 이중성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시위자들을 옹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뚜렷한 메시지를 모으지 못하고 있는 이 운동의 약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어서 이런 쇼가 생겼으면 좋겠다.

The Daily Show With Jon Stewart Mon – Thurs 11p / 10c
Parks and Demonstration
www.thedaily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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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py Wall Street 시위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의 시각

미국의 주류언론에서는 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 곱지 않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 시장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전문방송 CNBC의 보도태도는 거의 멸시와 조롱에 가깝다. 이들이 시위자를 향해 내뱉는 단어는 “bizarre”, “freaks”, “law-breaking”, “anti-American”, “anarchists”, “more aligned with Lenin.”처럼 한결같이 편견에 가득 찬 단어들이다. 소위 이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정당하다고 옹호한 반면, 희생자들인 채무자들을 “suckers”라고 조롱한바 있다.

그들이 비록 주식시장의 기술적 분석이랄지, 더 나아가 경제 사이클의 이론들에 있어서는 시위자들보다 더 잘 알지 모른다(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그러한 기술적 우월함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렇게 겸손함이랄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고찰과 같은 진지한 고민이 채워져 있지 않은 우월한 지적능력(?)으로 생산되는 금융상품이나 시스템, 메시지는 결국 극소수만을 위한 것들(또다시 그들이 무시하고 있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이거나 현실세계와는 괴리된 이론적 완벽함만을 추구하는 공허한 것들에 불과할 것이다.

작은 교훈 하나 : 조중동이 ㅈㄹ한다고 선진(?)언론 부러워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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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씨는 정말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이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나?

김현종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예전 발언이 새삼 화제다. 최근 위키릭스에 의해 공개된 美정부의 서류에서 그가 당시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 한미FTA와 연계된 의약품 이슈와 관련해 한 “매국적” 발언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위키릭스의 공개내용과 이에 대한 국내보도를 근거로 8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미FTA 협상 과정의 진실과 위법성을 감사해 달라”며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대변인’과 다름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25일 전문에선, 당시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한 걸로 나온다.[미 대사관이 전한 이상득 의원의 말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김현종 씨의 해당발언이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은 한겨레신문의 2011년 9월 6일자 보도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 함은, 보건복지부가 기존의 무차별적으로 약가를 적용해주던 네가티브 방식의 급여 방식이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판단 하에, 선별적으로 협상된 급여로 약값을 지급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적정화 방안이었다. 미국 측은 우리의 이러한 정책시행을 저지하려 했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입법예고를 막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고 공치사를 했다는 것이다.

¶6. (C) 윤과 김종훈과의 미팅 후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24일 오후 대사에게 전화를 했다. 김은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의 파라미터들을(즉, 미국정부와 사전입법예고를 공유하는 것, 공개적인 입법예고 전에 의미 있는 의견을 내놓을 시간을 준다는 것, 그러한 입법예고에 한해서만 60일 간의 공개적인 입법예고를 시작하겠다는 것, FTA 제약/의료 기구 워킹그룹에서 협상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말했다. 김은 규칙안을 입법예고하는 절차를 논의하는 7월 21일 청와대 미팅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사전에 “4대 선결과제”(자동차, 소고기, 의약품, 스크린쿼터)를 동의함으로써 FTA를 개시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등에 의한 강한 반대여론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말했다.
¶6. (C) Following the Yoon and Kim Jong-hoon meetings, Trade Minister Kim Hyun-chong phoned the Ambassador in the afternoon of July 24. Kim said he had been “fighting like hell” on behalf of the parameters for release of the draft implementing regs to which the ROKG had committed (i.e., sharing them pre-release with the USG, allowing time for meaningful comment prior to their public release, starting the 60-day public comment period only with their release, and providing an opportunity for negotiation within the FTA Pharma/Med Devices WG). Kim said that the July 21 Blue House meeting that discussed the process for releasing the draft regs had focused on the strongly adverse public reaction to press stories claiming that the ROKG had caved prior to the start of FTA talks by agreeing to the “four preconditions” (on autos, beef, pharma, and screen quotas). [Viewing cable 06SEOUL2505, PHARMACEUTICALS AND KORUS-FTA: TURNING THE TABLES]

이 부분이 위키릭스에서 한겨레가 인용보도한 “죽도록 싸웠다”는 내용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한겨레 보도를 보고는 엄청 열이 받았지만, – 당연히 김현종 씨도 싫어하는 와중에 – 보도 내용이 과연 위키릭스의 공개분과 내용상으로 일치하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김현종 씨가 싸운 것은 한겨레가 인용부호를 쳐서 김현종 씨가 말한 것처럼 보도한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이 아니라 미국 측에 입법예고 전에 FTA 틀 안에서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하게 하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의약품 관련, 우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포지티브 제도를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고, 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을 미국이 수용하면 세부사항들은 FTA 협상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복지부를 설득했다. 의약품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라는 것을 인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7월 중순 취임하자마자 나와 유시민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3자 회담을 주최했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은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한 약가 결정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원칙을 관철시키면서 FTA 협상에서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마련하는 유연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FTA 협상 틀에서 협상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세부 사항들을 FTA의 틀 내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가 깨지는 것인데, 좋습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렇게 중요한 정책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우선 빨리 대통령께 한미 FTA 협상이 의약품으로 인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드려야 합니다. 둘째, 그 이후 결렬된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합니다.” 그러고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중략] 광화문 청사에 도착하기 전에 권오규 부총리에게 전화가 왔다. “김 본부장. 복지부 장관에게 방금 전화가 왔네.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이 약가를 결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세부 정책들은 FTA 틀 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하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p 134~136]

김현종 씨가 작년 한미FTA의 협상과정과 소회를 적어 내놓은 책의 일부다. 아마 이러한 부분이 그가 “죽도록 싸웠다”고 말한 내용이리라. 시기상으로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할 당시다. 그가 유시민 당시 장관에게 설득하고 있는 – 심지어 판을 깨겠다고 협박 – 내용은 위키릭스의 공개서류에서처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한미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주장이다. 그가 여기서 잘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자면, 바로 주권국가의 권리에 해당하는 사항을 FTA 협상 틀에 끌어들이려 한 것일 것이다.

저는 장관 취임 직후 FTA 담당 팀장에게, 약가제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문서로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구두로 약속한 것을 기록한 문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외교부의 관련 문서를 다 뒤졌지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에게 무언가 우호적인 언급을 했을 수는 있지만, 국제법이나 외교 관례에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제약할 수 있는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자의 견해였습니다. 결국 ‘4대 선결조건’에 약가제도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4]

유시민 씨도 주장하다시피 포지티브 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임이 분명하다. 우선 해당 제도는 예산낭비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고, 특히 미국의 FTA 틀내에서의 협상이 내정간섭일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김현종 씨 역시 앞서의 책에서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p 129)이냐 반문했다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제도다.

제일 큰 고비는 2006년 7월 하순 대통령을 모시고 연 한미 FTA 관계 장관 회의였습니다. 이때는 미국 측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할 테니 세부사항을 FTA 틀 안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고, 저는 이것이 정책주권 사항이고 국내외 자본에 대한 비차별적 제도이기 때문에 그대로 입법예고 하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습니다. [중략] 결국 대통령이 정리해주셨지요. 미국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한 것은 큰 성과이고, 보건복지부가 핵심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한 것입니다. [중략] 이렇게 해서 보건복지부는 7월 26일 선별등재목록 도입,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특허 보호기간 만료시 신약의 가격인하, 오리지널 제품과 복제약의 가격 비율 인하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을 60일간 입법예고할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8]

결국 노무현 前 대통령의 교통정리를 통해 유시민 당시 장관은 미국 측의 “FTA 틀 안에서 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관련제도를 입법예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입법예고일이다. 해당안의 입법예고는 2006년 7월 26일이었는데 위키릭스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美대사와 7월 24일 통화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는 우리 정부의 행정행위를 사전에 통지한 셈이다. 요컨대 그 스스로도 정책주권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안을 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했고, 이를 입법예고 사전에 미국에 자신의 그러한 노고를 변명한 셈이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건강보험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우리나라의 주권행사적 사항이라는 사실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중략] 나는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인지 반문하고, 정당한 국내 정책에 무리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 128]

한겨레 보도로 다시 돌아가자면 기자의 의도가 어떠했는지 몰라도 큰 틀에서 그가 인용부호를 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즉, 김현종 씨가 “죽도록 싸웠다”한 부분은 “입법예고가 되지 않도록” 싸운 게 아니라, 사전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고 그가 조건으로 내세운 약속을 위한 거였다.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는 타 언론사에 인용 보도되면서 해당 문구가 여과 없이 인용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엄밀히 파악하지 않은 보도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양되어야 할 보도태도다.

비싼 전세금이 집값을 올리나?

“비싼 전세금이 집값 올리기 전에 내집 마련할까”

이 카피는 분양광고가 아니다. 아니 사실 분양광고에 가깝다. 소위 “경제신문”이 연내 나올 신규분양분을 소개하면서 걸은 카피다. 사실 기사의 명목으로 내놓는 이런 분양정보는 정보의 성격과 함께 광고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 기사도 은연중에 자극적으로 지금 분양을 받으라고 꼬드기고 있다. 기사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치솟는 전세금에 전세난민으로 떠도느니 이참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전세난민”!

정말 무서운 말이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보다 싼 지역으로 떠돌아다니는 정처 없는 유랑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면 전세금도 없어 떠도는 “전세난민”이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단 말인가?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거나, 보다 현실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행간에 깔려 있는 조언은 ‘어차피 전세금이 많이 올라 집값과의 가격이 좁아졌으니 기왕의 전세금을 합하면 돈 얼마 안 빌려도 되지 않느냐’는 오지랖 넓은 조언일 것이다.

그럼 “전세난민”들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을까? 분양광고를 보면 “전세금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9.1%를 기록해 60%에 육박하고 있고 서울도 48.9%를 나타내며 50%대에 근접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결국 “전세난민”이 집을 사려면 현재의 전세금 이상의 돈을 융통해야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데스크에서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질타하는 경제신문이 내놓은 대안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싼 전세금이 집값을 올릴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전세금이 오르면 집주인은 그 집이 보다 높은 교환가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이에 동의해주냐다. 비싼 전세금의 이유가 주택소유에 대한 장점이 사라진 상황에서의 매매심리 위축, 이에 따른 수요증가의 결과라면 전세금과 매매가의 비례관계를 당연시하는 것에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통계를 보면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린 것처럼 보인다. 17만호에 달했던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호까지 빠지는 등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어가는 듯 보이고, 지방의 경우 집값과 전세가가 동시 상승하는 등 집값과 전세가에 대한 비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을 놓고 볼 때 치솟는 전세가에도 불구하고 매매가는 계속 횡보하고 있다. 집값이 전세라는 운영수입외에 매매차익이 더해진 가치라면, 후자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국면이랄 수 있다.

즉, 그간 한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지역은 신용위기 이전까지 전세가에 크게 상관없이 줄곧 상승했었다. 그 시기는 집값 상승요인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실망감 및 이에 대비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 증대가 주로 거론되었다. 자연히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난 시기였다. 그 뒤 신용위기가 닥치며 집값과 전세가가 공히 떨어졌으나, 전세가는 바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매매가는 횡보를 거듭하며 전세가와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요컨대, 전세금과 매매가가 각각 설명변수와 종속변수인지, 또는 서로 비례관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임대소득을 위한 주택보유보다는 개발호재에 따른 매매차익 기대감이 훨씬 더 우세를 점했고 그것이 집값 거품을 키워왔던 시장에서 ▲ 경제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 매크로 시장 변화에 따른 집값 상승 심리 퇴조 ▲ 저금리 기조에 따른 전세 소득 저하 등의 상황에서 막연히 전세금이 오른다고 매매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보론 : 트위터에서의 대화 펌
@changebetterr @EconomicView 전세금이 집값을 올리는 요소는 된다고 봅니다. 주식 배당정도 역할을 하는 거 같네요. 배당 좋다고 주식가치가 반드시 오르진 않지만 오를 요인은 되겠죠.
@EconomicView @changebetterr 말씀그대로 동의합니다. 배당이 주가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죠. 하지만 또한 상승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되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배당성향이 작은 나라는요.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둘 다 케인즈의 말처럼 미인대회에 가까울 듯.,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세가가 오른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을 당연시 하는 언론의 자세입니다. 전세:집값은 배당:주가와는 다른 성격도 있습니다. 글에 썼듯이 집값 정체 기대감이 전세에 몰리는 경향은 주식에선 찾아볼 수 없죠.

금리인상 관련, 엉뚱한 신문기사를 읽고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금리 인상 영향 때문인지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는 뚝 끊겼고, 매도 호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서울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당분간 거래가 끊겨 가격이 더 떨어질 텐데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아시아경제,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 직격탄 맞나..”집값 하락, 거래 위축 불가피”]

6월 1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로 상향조정했다. 위 기사는 같은 날 아시아경제 웹사이트에 실린 기사다. 입력시간이 10시 27분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9시에 시작해서 금리 인상 여부는 10시 조금 넘어서 발표된다하니, 정말 기자가 잽싼 분인가 보다. 그 사이 업계 연구소장님과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인터뷰까지 진행해서 기사를 써냈으니 말이다.

금리를 인상할 때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기사들은 위 기사처럼 매크로 함수라도 작동한 것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런 기사에는 으레 정부의 대책 마련을, 특히 건설업계에의 지원책, 촉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위 기사는 게다가 – 오늘 금통위 발표 후부터 기사입력 시간까지의 사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면 – “금리인상 영향으로 매수자 문의가 끊겼다”는 엉뚱한 소리까지 하고 있다.

현재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물론 금리인상은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은 가계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다 겪은, 피할 수 없는 –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 부동산 자산의 디플레이션을 우리만 억지로 이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죽으니 금리 올리지 마라’는 주문은 증상을 더 악화만 시킬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 기회를 차라리 부채청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옳다.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정부 들어 특히 부동산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일본이 그러했고, 미국이 그러했고, 중국이 그러고 있는 것처럼 거품만 키울 뿐이다. 더구나 미래세대는 지불능력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 엄청난 등록금을 냈는데도 이전 세대보다 못한 보수를 받는 새로운 세대가 지금 부풀어 오른 부동산 시장을 받쳐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