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진화에 대한 단상

인터넷이 생긴 이래, 그중에서도 특히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보편화된 이래 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초기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거대기업이 된 각종 사이트들도 정말 단출하다 할 정도의 서비스들을 제공했었다. 당시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야후는 어찌 보면 검색엔진이라기보다는 디렉토리 서비스에 가까웠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최대 포탈이 되어버린 네이버도 초기 모습은 지극히 단순했다. 공짜 이메일과 공짜 홈페이지 제공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 뒤 블로그라는 전달방식이 생기면서 이전의, html을 직접 짜는 등 기술적인 숙련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포털이 제공하는 레이아웃에 의존해야 했던 ‘홈페이지’에서 좀 더 사용이 용이하고 독립적인 개인 미디어가 생겨났다. 여전히 홈페이지에서 보던 신변잡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미디어라는 자각 역시 보다 강화되면서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매체가 되었다. 한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블로그마저도 귀찮게 여기던 수많은 개인들이 엮여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요컨대 지금은 기업형 포털이나 SNS, 그리고 그 서비스에 의존하거나 또는 독립된 개인 미디어들이 공존하면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단계로 여겨진다. 사실 포털에 대한 이슈 독점이나 SNS 거대화에 따른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특히 페이스북)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 초기, 서비스 공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급되어왔던 콘텐츠가 이제는 개인들의 활발한 참여(블로깅, 트윗 등)가 있고 그것들이 상호 링크되는 기능이 제공되면서, 어느 정도 대중의 목소리도 높아져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위기 이후 각국의 대중시위에 블로그, 유투브, 그리고 SNS가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상황인데, 비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역시 개별 자본으로서 그들이 인민의 편에 서있달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없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민에게 일종의 대자보와 같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좀 더 활발한 대중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배계급은 그러한 현상에 크게 당혹하며 SNS 친화적으로 거듭나겠다고 하고 선언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체의 특성을 모르는 코미디에 가깝다.

결국 과거에는 일종의 신변잡기와 같은 역할을 했던 홈페이지가 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블로그로 진화하고, 자유게시판과 같았던 댓글 기능이 댓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트위터 등으로 진화하고, 또 이것들이 공유 버튼 등을 통해 상호교류하면서 그 창시자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거대한 지식이나 의식공유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리되어야 할 주제에 대한 저장고 기능을 담당하는 블로그, 순간적이지만 놓쳐선 안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SNS의 조화로운 역할분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p.s. 어제 트위터에서 시청 앞 한미FTA 반대시위에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악랄한 탄압을 생중계하는 동안, MBC 9시 뉴스는 저 멀리 이집트 시위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다. 이쯤 되면 미디어 전쟁이다.

1 thought on “인터넷 진화에 대한 단상

  1. j준

    인민은 진화하고 권력은 퇴화하고…

    이런 와중에도 어떤 이들은 ‘한국은 독재로 다스려야돼’라는 소리를 하더군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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