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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지대(Rust Belt)”에서의 외침

출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58:37의 추세로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했다. 백인 유권자 중 대졸자가 아닌 이들의 유권자의 비율은 67:28이었다. 그러나 학위를 가진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49:45의 비율이었다.[‘Forgotten’ white vote powers Trump to victory]

이러한 눈에 두드러진 결과 때문에 결국 트럼프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가진 저학력의 백인 유권자의 몰표 덕분에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비록 어떤 트위터 사용자는 “모든 트럼프 지지자가 인종주의자인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이 트윗에 다른 사용자가 “트럼프를 지지한 모든 이는 인종주의자에게 투표한 것이다”라고 응수함으로써 그의 볼멘소리에 돌직구를 던졌다.

성난 백인 유권자의 목요일의 외침은 오하이오와 인디아나와 같은 러스트벨트에서 가장 시끄러웠고 이전의 민주당 강세지역이었던 미시간이나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곳에서도 – 두 곳 모두 1988년 이래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 – 작동하였다.[‘Forgotten’ white vote powers Trump to victory]

백인 투표자의 몰표가 더욱 극적으로 두드러졌던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소위 “러스트벨트(rust belt)”였다. 트럼프는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오대호 주변 미국의 전통적인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 위치한 5개주에서 승리함으로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클린턴은 당초 이 중 적어도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인종주의적 언행을 지속했고 이로 인해 많은 양심적 유권자들과 유색인종을 마음 아프게 하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트럼프의 이런 공격은 주로 경제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전략적으로 미국 정부가 정당에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한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응답자의 93%가 미국에서 “너무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 응답자의 74%가 “중국산 제조품”에 대해 비호감이었는데, “보수적” 응답자는 77%가 그랬다.
– 응답자의 96%가 “미국산 제조품”에 호감을 보였고, “공화당의 보수적 당원”중에서는 98%였다.
– 응답자의 92%가 “너무 많은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86%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것도 만들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Free Trade”: The Elites Are Selling It But The Public Is No Longer Buying]

올 초 한 단체가 오하이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러스트벨트의 유권자들이 무역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이 결과 당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는 역시 “자유무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던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미시간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하였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의 58%는 무역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없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에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제3세계로의 공장의 이전을 유혹하는 자유무역협정, 자동화 기술의 발전, 혁신을 거부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 등등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이 중 어느 원인이 더 주되게 지역의 쇠퇴를 초래하였는지는 계속 논의할 주제이지만, 당연히 정치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이 가장 공격하기 쉬운 대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공격에서 외통수로 몰린 것은 단연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가 퍼스트레이디이던 지난 1994년, 남편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당초의 정치적 입장을 뒤집고 그 뒤 악명이 높아질 NAFTA에 서명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훗날 입장을 바꾸지만, 당시 이 협정에 찬성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자유무역협정, 특히 TPP지지하였다. 러스트벨트의 유권자에게는 무척 인기 없을 공약이었다.

외교관계협의회의 Edward Alden은 “NAFTA는 상징적일 뿐이다. 다만 그 협정은 미국이 자신보다 훨씬 임금이 싼 나라와 맺은 최초의 대규모 협정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즉, 이전부터 이미 러스트벨트를 포함한 미국의 제조업은 쇠퇴하던 중이었고, NAFTA는 그러한 경향을 상징하는 하나의 변곡점이 된 것이다. 따라서 힐러리 클린턴은 적어도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민주당 후보가 될 운명이었다.

어쨌든 이 지역의 실제 경제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1999/2000년의 피크를 지난 후 이 지역의 소득은 – 아이오와를 제외하고 – 퇴보했다. 최근 다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노동자들은 트럼프가 재건하겠다는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 시절의 노동자의 고임금 정규적 일자리가 아닌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상황을 트럼프가 되돌릴 수 있을까?


트럼프는 집권 이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제소하고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의 자유무역에 대한 무모하리만큼 단순한 접근은 많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은 러스트벨트가 쇠퇴하는 와중에 중국의 저가 제조품 덕에 고성장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던 골디락스 시절을 누렸었다. 트럼프의 현재 공약은 이 경제순환 고리를 대책 없이 끊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노동계급들은 골디락스라는 환상 속에서 자신들이 일하던 일터를 멕시코나 아시아의 노동계급에게 빼앗겨버리고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빚을 얻고, 월마트에서 중국산 싸구려 상품을 구입하는 자기 파괴적인 소비패턴으로 버텨왔던 것이다. 물론 아시아 노동계급이라고 나을 것은 없었다. 약간의 실질소득 증가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잉여는 다시 자국 내 기업의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가거나 국가의 외환보유고에 쌓여 선진국에 재투자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골디락스의 환상과 그 결과]

나는 자유무역협정의 위험성이 단지 트럼프의 지나친 허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자유무역협정이 그렇듯이 TPP역시 지적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보호,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 다국적 자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를 찍은 백인 노동계급도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꿈꾸는 위대한 미국이 “위대한 백인의 미국”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리버럴은 – 브렉시트를 수세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던 영국의 리버럴도 마찬가지지만 – 전통적인 제조업 지역의 노동계급(또는 그 노동계급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의 외침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급 표에 의존하던 서구의 리버럴이 이제 그들을 무시하고 사회문화적인 진보에 주력하는 동안, 이 (쇠퇴하는?) 계급은 트럼프와 같은 극우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인 노동계급 남성은 현재의 시스템이 자신들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미국(Working America)’의 멤버인 ‘전미철강노동자(United Steelworkers)’의 부의장 Fred Redmond의 말이다. “펜실베이니아의 전역에 걸쳐 트럼프를 그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 시스템의 대안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고철회사의 매니저인 Matt Sell이 이중 하나다. “우리는 한번 흔들어 엎어줘야 합니다. [중략] 트럼프를 찍는 것은 진정 워싱턴에 있는 복도 양쪽에 있는 정치 내부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Labor Makes Clinton’s Case to Rust Belt Whites Curious About Trump]

하필 그 메시지의 전달자가 트럼프라니. OTL

Viva Venezuela! : 베네수엘라 대선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베네수엘라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고 지난 선거에서의 풍경을 스케치한 정도의 비디오지만, 노래와 풍경이 좋아서 공유한다. 🙂 리듬이 살아있는 남미, 언제나 가볼 수 있을까?

美대선 관련, 이념적 순수성에 관한 雜念

美대선이 끝났다. 오바마의 승리는 예상됐지만 그 차이는 제법 컸다. 상원과 하원은 여전히 양당이 다수당으로 나눠가져 소위 “재정절벽” 위기가 원활하게 해소될지에 대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어느 선거나 이념전의 양상을 띠지만 이번에는 유난히도 우익에서 이념적 순수성을 앞세워 오바마를 공격했다.

폴 크루그먼이 쓴 칼럼 Socialism!을 보면 우익들은 미국이 사회주의자의 손에 넘어갔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양이다. 이스라엘의 한 신문은 “미국이 사회주의를 택했다”라고 헤드라인을 뽑기까지 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혁명”을 부르짖었다. 부자에 의한 제5인터내셔널이 뜰지도 모르겠다.

예상컨대 향후 4년의 경제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간의 이념공세는 강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완화를 시도하거나 부시의 작품인 감세조치를 끝내거나 증세라도 할라치면 이를 드러내며 짖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너그러운 태도를 보일 거면서 말이다.

최근 Siri 비슷하게 묻는 질문에 대해 인터랙티브한 대답을 하는 evi라는 아이폰앱을 다운받았는데, 심심풀이로 이 앱에 ‘오바마가 사회주의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대답이 “Yes. Barack Obama is a socialist.”라고 대답한다. 아마 앱을 공화당원이 만들었나 보다. 유료였는데 일시무료일 때 다운받길 잘한 것 같다.

그 와중에 워싱턴 주에서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한 하원의원 후보가 27%의 표를 얻었다고 한다. “사회주의자 대안”이란 정치단체의 후보인 Kshama Sawant는 18년간이나 의원직에 머물러 있는 Frank Chopp 민주당 의원의 강력한 도전자가 되었다. Occupy Wall Street 운동의 영향력이 선거에까지 미친 사례랄 수 있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

“대마불사” 상황을 끝내고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한다 : 롬니-라이언 계획은 이 정부보증기관들을 개혁함으로써 “대마불사”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인수한 이후, 이 과정에 1400억 달러를 쓴, 지난 4년 동안은 개혁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단순히 개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롬니-라이언 행정부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금융 개혁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추가적인 위험으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End “Too-Big-To-Fail” And Reform Fannie Mae And Freddie Mac: The Romney-Ryan plan will completely end “too-big-to-fail” by reforming the GSEs. The four years since taxpayers took over Fannie Mae and Freddie Mac, spending $140 billion in the process, is too long to wait for reform. Rather than just talk about reform, a Romney-Ryan Administration will protect taxpayers from additional risk in the future by reforming Fannie Mae and Freddie Mac and provide a long-term, sustainable solution for the future of housing finance reform in our country.[밋 롬니의 공약집 중에서]

밋 롬니가 자신의 공약 중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모기지 거인”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표현처럼 이 공약은 거의 개그 수준의 헛소리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As for Romney and Ryan’s plan to reform the GSEs, the plan is to … reform them)” 수준의 동어반복 개그일 뿐이기 때문이다.

롬니가 이런 저질 코미디를 구사하는 이유는 사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약집에도 인용해놓았지만 정책결정자는 이 기관들에 대해 그동안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왜냐?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까. 현재 MBS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소화하고 있는 이 기관을 “개혁”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민영화밖에 없을 것인데 이 거인들을 소화할 기업도 없고, 민영화될 경우 조달 금리는 치솟아 경쟁력을 상실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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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시장에서의 GSEs의 비중(출처)
 

실질적으로 이 “모기지 거인”들은 이제 미국이라는 유기체와 한 몸이 된 체제의 근간이다. 미국이 달러를 이토록 열심히 찍어내도 갈길 없는 투자자들이 ‘미국은 돈을 갚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미재무부 채권을 사듯이, ‘모기지 거인의 빚도 미국 정부가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채권을 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롬니처럼 “대마”도 죽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당시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미국이 “기만적인 사회주의” 국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등의 기만적인 정부 행태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해있을 때라 이러한 비난은 다분히 정략적인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는 시장의 근저에는 너무나 잘 보이는 손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어쩌면 진정한 개혁은 이들 기관을 실질적이고 영구적으로 국가에서 소유하고 그 운용이 親자본적이기보다는 親납세자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랄 수 있다. 납세자들이 실질적인 주주이므로 이들 기관은 실질적인 ‘납세자 협동조합’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국유화’라는 단어에 생득적으로 질색하는 미국인이 받아들여야 할 진실은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덩치 큰 유동성 공급 기업이 국유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선거 소회

이 블로그에서는 의회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생각했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를 지켜보며 느꼈던 소회에 대해선 몇 마디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글을 남긴다. 선거가 끝나고 이른바 범야권의 참패와 그 뚜렷이 보이는 패인이 안타까워서 트위터에 몇 마디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원칙 없는 단일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여러 항의 트윗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는 내 트윗의 “싸가지”없음을 비판하면서 “너희나 잘 하세요”라는 내용의 트윗이었다. 그래서 나는 “왜 민주당이나 민노당을 까면 진보신당 당원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트윗을 남겼다. 그랬더니 다른 트위터러가 그 트윗을 RT하면서 “대안이 없으니 욕을 듣죠”라고 답하였다.

하지만 그 트윗은 엄밀히 말해 답이 아니었다. 난 진보신당 당원이 아니라 했는데 그 트윗은 필시 ‘진보신당이 대안이 없으니 욕을 듣는’ 것 아니겠냐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엄한 소리였다.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그 트위터러의 프로필이었다. 프로필에 보니 민주노동당원이었다. 내가 민주노동당원일때 지겹게 듣던 소리를 민주노동당원에게 들은 것이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대안이란 무엇일까? 내가 물었지만 그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멋대로 추측해보자면 그것은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야권 단일화인 것 같다. 즉 민주노동당은 야권 단일화에 나서 성공했는데 진보신당은 그러지 않아 대안이 없는 것이라는 논리인 것 같다. 이 역시 80년대 이후 지겹게 들어오던 레퍼토리다.

그렇다면 옳고 그름, 대안의 있고 없음을 다 떠나서 이번 은평을 선거만을 놓고 보자. 그것이 “대안”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남은 인생 내내 그것은 대안이 아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여당의 승리를 막기 위한 범야권의 단일화라는 것이 고작 부패 의혹이 강한 전혀 개혁적이지 않은 정치인으로의 단일화라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장상 씨는 이미 지난 김대중 정권에서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인물이다. 청문회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의 스타일은 그 뒤 많은 부패의혹의 공직후보들에 의해 답습될 만큼 한 전형을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은 당연히 그를 반대했다. 그런데 그뒤 어떻게 상황이 바뀌었기에 민주노동당은 그를 야권의 후보로 추대한단 말인가?

그러고도 결과는 패배였다. 명분 없고 대안 없는 “대안”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 이재오가 너무 강했다고? 그러면 문국현은 그를 어떻게 이겼을까? 정치시장에서 허접한 상품이라도 “야권”표만 붙여서 내놓으면 ‘야권 오다꾸’들이 상품을 구매해줄 것이라는 ‘애플적’ 오만함이 어느새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에도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대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정치시장에서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과점체제가 너무 견고하기 때문에 틈이 없으니 단일화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광주의 득표를 생각해보라. 한때 10%를 훨씬 상회했던 민주노동당의 지지도를 생각해보라. 한때 “우리의 꿈은 너희와 다르다”고 선언하면서도 얻은 지지도다.

물론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 범야권 지지자들 중에는 심정적으로 사상적으로 진보정당의 지지자들과 겹치는 부분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원칙을 세운 연대도 가능하다.(주1)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이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연대라기보다는 굴종이었다. 이제 유일한 로드맵은 민주당과의 합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1) 유시민 씨로의 단일화마저 얼마나 민주노동당의 기본원칙을 깬 연대였는지는 여기를 참고하라

‘공포심’을 이용한 정치

그러나, 그 굶주림은 끝끝내 히틀러를 휘몰아,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는 최후 수단을 강구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하지는 못했다. <나의 투쟁>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히틀러는 프롤레타리아, 육체노동자의 계급으로 전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쁘띠부르죠아의 불안을 끊임없이 지니고 있었다. 훗날, 그는 이 불안을 이용하여, 국가 사회주의당을 쌓아 올린 것이다. 나치의 基盤이 된 것은, 자기들은 적어도 <노동자>보다는 사회적으로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품고 있는 수백만의, 그때까지 이렇다 할 지도자를 가지지 못하고, 값싼 월급에 얽매여 있던 쌜러리맨 계급이었다.[第三帝國의 興亡1, 윌리엄 사이러 著, 安東林 譯, 學問社, 1974년, p48]

자본가들은 노동자계급이 투표권을 얻을 경우 정치권력이 사회주의 세력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실제로 서구에서 사회민주당이나 공산당은 20세기 초반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기반으로 강력한 야당, 심지어는 집권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나치는 그러한 계급전선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하층계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지니고 있는 쁘띠부르죠아가 그들의 공략대상이었다. “계급”으로까지 부를 수 있는 성질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이러한 현존재로서의 계급과 그것의 지향이 다른 이 애매한 계층은 오늘날까지 이른바 중산층, 부동층, 화이트칼라 등 다양한 표현으로 불리며 선거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대상으로 자리잡아왔다.

정치가가 선거에 임해 사회공동체의 공동선(公同善)을 추구하는 것이 이익이냐, 혹은 개개인의 물적(物的)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이익이냐를 가늠할 적에 이들 계층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었다.

적어도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서구사회에서는 68년 세대라는 짧은 일탈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보수화의 경향을 보여 왔고, 반면 이른바 후진국에서는 정치적 민주화라는 의제와 맞물려 보다 헌신적인 쁘띠부르죠아 계층이 형성되어 – 소위 학생운동 세력 들 – 일정 정도 정권교체에 일조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형식으로서의 정치적 민주화가 달성된 나라는 그 투표성향, 나아가 정치성향이 서구의 그것과 비슷하게 개개인의 물적욕망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에 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제 그들은 민주화 투사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자본주의자인 것이 더욱 친숙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민주대의제 시스템에 있어 이들의 성향에 대한 분석과 정책대응은 날로 중요해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치는 참 선진적인 정치의식을 가진 정치집단이었던 셈이다. 바로 ‘공포심’이라는 심리적 측면을 이용한 정치를 창안한 셈이기 때문이다.

에콰도르에서 무슨 일이?

에콰도르는 일요일 라파엘 코레아 Rafael Correa 의 권력을 확대하고 그의 – 베네주엘라, 볼리비아와의 좌익 연합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 “21세기형 사회주의”로 인도하는 새 헌법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7월 24일 제헌의회를 통과한 새로운 마그나카르타는 인구 1천3백9십만의, — 인구의 반은 빈곤층이고 — 주로 석유수출과 이민자로부터의 송금에 의존하는 작은 나라의 경제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리서치 회사 Cedatos의 사견에 따르면 이번 투표에서 개혁안은 에콰도르인의 60% 정도가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24% 이상이 개혁안에 반대할 것이다. 또 다른 독립적인 조사기관인 Market이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새 헌법은 투표의 31%에 대해 60%로 승인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지지율 차이가 70%일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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