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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터질 때라야 거품인줄 안다”

지난 6년간, 저금리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수익(yield)을 향한 필사적인 탐색을 자극해 왔다. 이로 인하여 투자자는 美국채나 영국 국채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등급, 하이일드, 이머징마켓의 채권을 사야 했다. [중략] 투자 매니저들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금융위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그들의 돈을 펀드에서 빼내는 바람에 채권 시장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뒷그물의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없다면 펀드들이 채권들을 팔아야 할 때 이를 사줄 기관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Global fund managers warn of a bond bubble]

이 문장에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나 환경, 그리고 이것들에 관한 고민이 잘 설명되어 있어 인용해보았다. 투자 매니저들은 일정한 수익률을 약속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 수익예정자들로부터 돈을 모은다. 일부 실력 있는 매니저들은 일정기간 동안에는 돈을 환매할 수 없는 약정을 맺기도 하지만 대개는 환매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매니저는 펀드의 안정성이나 기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지분의 안전한 국채를 매입한다. 하지만 이들 국채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있다. 심지어 유럽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금리다. 따라서 매니저는 펀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이를 보충할 높은 수익률의 투자 상품을 매입한다. 이것이 어떤 면에서는 바로 중앙은행이 온갖 전통적/비전통적 통화정책를 동원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매니저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투자환경 자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ed가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바로 투자자들의 환매를 촉발시킬 수 있는 채권가격 하락이 현실이 되고 매니저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채권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딱 그렇듯 누군가 그 채권을 사줄 사람이 없으면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채권 버블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You only know you’re in a bubble when it pops. But this market could pop.”

위 기사에 인용된 한 투자회사의 픽스드인컴 부문 총책의 말이다.

“인내심(patient)”은 삭제 가능할지 몰라도 채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 outright purchase 하는 방식은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한 이후에도 장기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장기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돈을 풀어서 금리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법입니다. [중략] 금리가 올라 국채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동안 국채를 매입했던 중앙은행이 평가손실 또는 매각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5년, pp275~276]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시행하고 있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중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 대한 설명이다. 앞부분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 이유와 방법, 뒷부분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부분은 양적완화는 쉬운 말로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될 ‘시장 리스크를 떠안고 하는 금리 장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장에 발전함에 따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형식적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방만한 예산운용을 방지하고자 함도 있다. 하지만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는 금리하락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도 정부의 예산운용 폭을 비정상적으로 늘려주는 작용도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 리스크는 중앙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Fed의 자산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전통적인 채권은 비중이 줄었고 양적완화를 거치며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자산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위한 장기국채와 부동산시장 유지를 위한 MBS다. MBS는 매입을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 조치로 말미암아 Fed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은행으로 등극하였다.(아마 아직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이익은 시장 리스크를 부담한 대가이고 엄밀히 말해 그러한 예상치 못한 이익 역시 어떤 면에서는 불확실성의 증가라는 점에서 리스크에로의 노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시장참여자들은 Fed가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에 인내심(patient)을 가질 수 있다’라는 문구를 뺏기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단어 하나 가지고 경제정책을 예단하는 이런 모습이 흥미롭긴 해도 개인적으로는 뭔가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말장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내심은 없어졌겠지만 저리의 국채는 자산명세에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스위스 프랑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斷想

최근 스위스 프랑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몇몇 사태는 제3자의 시각으로 관전하기에는 – 몇몇 실패자에게는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이었겠지만 –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자국 통화를 유로에 고정시켜놓거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 실질적인 통화 보관료를 받는 등 환율 방어에 힘썼던 스위스가 “기습적으로” 페그 정책을 포기한 후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갔고, 이로 인해 몇몇 주요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여 펀드를 접는 등의 일련의 혼란스러운 사태가 요 며칠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실시 계획을 눈앞에 두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내린 결정이 원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스위스의 정치적 특수성, 스위스의 무역구조 특성, 유럽의 경제상황 등이 다층적으로 맞물린 상황이 이번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당사자나 언론이 투자자들의 손익계산서를 계산중인 모양이지만 일단 가장 극적인 실패를 맛본 이는 스위스 프랑의 약세에 돈을 걸었다가 주요 펀드 하나를 통째로 잃어버린 에베레스트 캐피탈이라는 회사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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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Everest as seen from Drukair2 PLW edit” by Mount_Everest_as_seen_from_Drukair2.jpg: shrimpo1967
derivative work: Papa Lima Whiskey 2 (talk) – This file was derived from: Mount_Everest_as_seen_from_Drukair2.jpg .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이들의 극적인 패배는 러시아의 경제상황에 올인했다가 역사적인 패배의 사례가 되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환율변동에 돈을 걸었다가 몇몇 투자자들이 참패를 맛본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또 다시 펀드 자본주의의 투기적 성격이 도마에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실패의 배경이었을 단기적 성과주의, 높은 레버리지, 투기적 투자성향 등이 펀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하지만 정작 헤지펀드들이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면서 거둔 성적은 무척 초라하다.

이는 펀드 투자 자체가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그 업계도 지나친 경쟁으로 말미암아 진작 뜯어먹을 시체도 별로 없는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을 투자자들의 인내심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진다. 펀드 매니저로서도 못해먹을 노릇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일부 탑클래스의 매니저들은 영구자본의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자에게 환매가 아닌 다른 투자자로의 주식 매도 등으로 펀드를 빠져나가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펀드 투자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사실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극히 일부의 매니저에게나 가능한 시도일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펀드 투자가 이렇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펀드 자본주의는 투기 자본주의’라는 선입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본주의 체제 건전화의 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펀드가 레버리지보다는 안정적인 영구자본을 투자재원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이번처럼 하루아침에 에베레스트에서 수직 낙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위기 이후의 부채의 손바꿈, 과연 “새로운 정상”인가?

신용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주로 위기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의 목적으로 부채를 크게 늘렸다. 그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부채도 크게 늘었다. 투자은행 등 사기업을 정부의 돈으로 살린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한 정부가 중앙은행을 움직여 비전통적 수단을 – 실질적으로는 정부부채의 부외금융화 –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췄다. BIS의 한 보고서는 이를 두고 “중앙은행의 공개지상 조작과 정부부채 관리 사이의 깔끔한 분리를 오염시켰다”라고 논평했다.

반면 민간부채는 줄어들어 정부부채의 증가와 대비됐다. 민간부문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부진 혹은 적극적인 디밸류에이션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장기 시계열 자료 확보가 가능한 9개 국가 1의 부채수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2년 기간 동안 GDP 대비 정부부채는 51.7% 증가한 반면, 민간부채는 6.3%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산 대비로는 정부부채는 35.0% 증가, 민간부채는 6.1%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중앙은행의 부채, 실질적인 정부부채를 감안할 경우 그 추이는 더욱 드라마틱해질 것이다.



자산 대비 글로벌 정부 및 민간부채지수 추이(출처)

물론 정부부채의 상당부분은 중앙은행 자산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즉 통화발행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흥미로운 의식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대차대조표에 부채와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 바지의 양쪽 주머니의 거래상황만 상쇄한다면 사실상 중앙은행의 부채는 또한 정부의 부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전문가는 두 재무제표의 통합을 주장하기도 한다. 통합의 함의는 둘째치더라도 일단 중앙은행의 부채는 넓게 보아 정부부문의 부채임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경고가 이어졌는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윌리엄 더들리는 시장 변동성의 하락이 “나를 약간 긴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란은행 부총재 찰리 빈은 상황이 위기 이전의 시절을 “으스스하게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분데스뱅크의 이사회 멤버 안드레아 돔브레트는 “우리는 시장이 고요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엿보인다.”라고 말했다.[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연달아 자금시장에 대해 이례적인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블름버그는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정책결정자의 염려는 그들의 손쉬운 돈(easy money)이 시장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손쉬운 돈”이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가 – 중앙은행 포함 – 억지로 유동성을 공급한 돈을 말한다. 이런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저금리를 유지하여 시장이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신용위기 이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금리였고 지금은 통화 그 자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빈사상태의 시장에 수유된 “손쉬운 돈”은 대개는 다시 중앙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돌아와 이자수입만 챙겼다. 나머지 돈은 시중에 떠돌아 역대 최저의 금리 상황을 즐기면서 자산시장에 몰리기도 했다. 압도적으로 낮은 통화승수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있기는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시장이 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유례없는 비정상(abnormal)의 상황을 두고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 말할 정도로 감각이 둔해져 있다.

스페인에서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국가 채무에 지불하는 수익률은 역대 가장 낮다. 반면 영국에서 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자산 시장은 폭등하고 있다. [중략] 에쿼티, 통화, 원자재, 그리고 채권 등에 대한 등락을 예측하기 위한 옵션으로 쓰이는 뱅크오브어메리카의 시장 리스크 인덱스는 5월 14일 –1.22로 떨어져 200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략] 월스트리트에 대한 Fed의 선두척후병인 더들리는 어제 뉴욕에서 말하길, 그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변동성이 우려스러운데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고정수입(fixed income)이 아니다. 그것은 고정수입(fixed income)이다. 환율 그리고 에쿼티.”[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더들리가 일종의 말장난을 한 것 같다. 원래 투자은행은 fixed income 부문에서 국채 등과 같은 “비교적” 고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에 주력했다가 환율, 에쿼티, 파생상품과 같은 전혀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을 지향하여 위기를 초래했다. 더들리는 이런 상품들이 변동성이 큼에도 지금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여하튼 인용문은 시장은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와 기록적으로 높은 유동성 속에서 슬슬 위기 전처럼 실물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찰리 빈은 “투자자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서와 시장 리스크에 대한 과소평가”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 과소평가하고 있는 시장 리스크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시장은 지금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부채가 출렁거리고 있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단순히 부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본원통화 자체가 전례 없이 늘어 있다. 정상적인 통화승수가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지금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

신용제도에 관한 칼 맑스의 서술

그러나 결코 잊어선 안 될 점은, 첫째 귀금속형태의 화폐가 여전히 토대이고 이 토대로부터 신용제도는 본질적으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신용제도는 사회적 생산수단의 사적 개인에 의한 독점적 소유(자본과 토지소유의 형태로)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신용제도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재적 형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생산양식을 그 가능한 최고·최후의 형태로 발달시키는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중략] 은행제도는 자본의 분배를 사적 자본가와 고리대금업자의 수중으로부터 빼앗아 하나의 특수한 업무, 사회적 기능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렇기 때문에 은행과 신용은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을 그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추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되며 공황과 사기의 가장 유효한 매개물의 하나로 된다. [칼 맑스, 자본론 제III권(下), 1992년, 비봉출판사, pp 746~748]

신용제도에 대한 맑스의 혜안을 살펴볼 수 있는 문장이라 인용했다. 신용제도라는 것은 맑스도 자본론에서 말하다시피 금세공업자, 고리대금업자의 약탈적 금융을 자본주의 체제에 맞게, 즉 “이자 낳는 자본”을 산업자본에 종속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네덜란드의 발달한 금융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던 영국의 표준적인 개인은행업의 시조인 조시아 차일드(Josiah Child)는 고리대금업자의 독점을 맹렬히 비난하며 고리대로부터 상업, 산업, 국가를 해방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영란은행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신용제도는 귀금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신용제도가 탄생한 이후 각국이 금본위제 등 귀금속 연계 신용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금융견실주의에 충실하고자한 것을 보면, 경제 지배층도 신용제도가 “본질적으로” 귀금속 형태의 화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귀금속에 대한 믿음은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아래 금값의 변동을 보면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금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美대선에서 롬니는 금본위제 복귀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WGC-Gold-price
출처
 

맑스의 두 번째 강조점은 신용제도의 탄생의 기원에서 궁극적인 방향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기에 그 자본 역시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렇듯 발달된 생산력 체제가 사적인 독점적 소유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자본이 필요한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야 하고, 이는 신용제도의 발달을 수반하게 된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발달이 가속화되기 위해 신용제도는 꼭 필요했고, 결국 그 신용제도는 생산양식의 최후의 형태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된다. 맑스의 “모순의 변증법”의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자유방임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국가라 할지라도 “자본의 분배”를 마냥 사적 자본가의 손에 맡겨놓지는 않는다. 바로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 때문이다.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는 필히 중앙은행 등을 통해 신용을 통제하였다. 시장자유주의의 본산 미국조차 민간과 관이 결합된 형태의 Fed라는 나름의 독특한 제도를 통해 “자본의 분배” 기능을 통제하였다. 문제는 맑스가 예언한 것처럼 그 자본과 신용 또한 사적자본, 최근 들어 투자은행이 독점하고 그 생산을 한계이상으로 몰아붙이면서 공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짧은 문장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19세기 후반에 쓰인 이 책이 이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감탄할만한 재능이다.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에 살았고, 공산주의자이면서도 자본가였던 삶을 살았던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평생의 동지로 있었기에 가능한 서술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 사실 제III권은 맑스의 원고를 엥겔스가 정리해서 쓴 것이고 – 위와 같은 송곳 같은 문장을 보면, 우리 후대들이, 심지어 맑시스트를 자처하는 자들조차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Gold
Always believe in your soul
You’ve got the power to know
You’re indestructible
Always believe in, because you are
Gold
[Spandau Ballet 의 히트곡 Gold 중에서]

뮤직비디오 보기

2011年09月20日(火) ~ 2011年09月25日(日)

2011年09月25日(日)

RT @pariscom: http://bit.ly/n3tIKs 선대인 우석훈+게스트 포맷. 이제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팟캐스트 방송이 꽃피는 건가.. 양질 팟캐스트 많이 나왔으면 ^^
☞ “나꼼수 경제편”이라고는 타이틀을 붙이지만 나꼼수처럼 당파성이 엿보이면 곤란할 듯. 들을만한 경제관련 팟캐스트로는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RT @WSJ: Dozens of ‘Occupy Wall Street’ Protesters Arrested http://on.wsj.com/nck4jr #OccupyWallStreet
☞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미국의 주류언론의 외면을 받는 와중에 경찰은 시위대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다.

2011年09月24日(土)

서울 교육시설 민자사업, 교육청 되레 3500억원 손해 | 권영길 의원이 제기한 이슈인데, 민자사업의 수익률 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따지면 이자를 취득하는 금융업도 이자를 받으면 안된다는 논리. http://bit.ly/nWb0BG
☞ 권영길 의원 측이 “손해봤다”고 말한 3500억원은 민간사업자의 최초투자분에 대해 사업기간 되돌려 받는 정부지급금의 추가분, 즉 수익률로 계산되는 마진이다. 권 의원측은 마진의 과다나 부정부패가 아닌 수익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현실의 자본역학 자체를 부인하는 것. 심지어 사회주의 사회가 되더라도 존재할 수 없는 경제법칙이다.

2011年09月23日(金)

Photo: 새로 읽기 시작한 책, “제3제국의 흥망” http://tumblr.com/xkl4ukxl89
☞ 히틀러의 등장과 성장에 관한 서술을 읽고 있는 중. 당연한 이야기지만 히틀러는 문명화된 유럽에서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혼란스러운 유럽과 독일의 각박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시대적 적자에 가깝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고용인이 많은 고용주들. 매우 흥미로운 그림. http://bit.ly/pMqi1O

베네수엘라와 중국산업은행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소식. 이른바 “비동맹” 국가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자원외교의 차원으로 해석됨. 그나저나 차베스 아프다더니 머리를 다 밀어버리고? http://bit.ly/owX8Ep

The Fed Will Take 174 Pages To Tell You What “Prop” Trading Is | 월가 은행들의 악행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고유계정거래’에 관한 정의의 어려움 http://bit.ly/q6XQhe

94세의 일본 할아버지 “이 나라는 다시 형태를 바꿔 전쟁을 시작하고있다. 결코 원전이라는 이름의 무기를 가동시켜서는 안된다. 그때 분한 마음을 여기서 풀어내고 싶다” http://dangunee.com/133412

김중수 “무리해서 물가목표 달성 않겠다” | 참~ 이런 분이 한국은행에 재직하신다니… http://bit.ly/pjs2a9
☞ 한국은행도 노골적이긴 하지만 Fed를 보더라도 오늘날 경제운용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본질적 가치를 찾고 있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과연 그 존재의의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 혹자는 미국의 재무부 부채와 중앙은행 부채를 합해서 계산해야 한다고까지 주장. 어느 정도 공감함.

2011年09月22日(木)

Duopoly 🙂 http://yoono.com/PpjvBqHk
☞ 🙂

Holders of Sovereign Debt | 아주 좋은 자료. 각 주요국들 채무를 누가 들고 있는지 요약한 그래프. http://bit.ly/qlkcCk
☞ 미국의 부채의 30%정도는 Fed가 들고 있다.

“오퍼레이션트위스트”는 쉬운 말로 온갖 쓰레기 자산이 가득찬 Fed의 재무제표의 만기도래의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더 장기의 채권으로 갈아타겠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트위스트한 표현. 별로 할일이 없다는 증거. http://bit.ly/owxGch

2011年09月21日(水)

“난 파생상품 시장이 원래 의도한 바처럼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리스크, 그 자체가 되었다.” Satyajit Das http://bit.ly/qYnvrO
☞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책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중에서’의 저자 Satyajit Das의 짧은 인터뷰

“국내IB는 단순브로커 성격이 강했죠. 진정한 IB로 발전하려면 투자 비히클에 위험포지션을 적절히 인수한 후 구조화·증권화함으로써 자본시장의 조절 기능을 확대해야합니다” | 쉬운 말 어렵게 하는게 IB의 미덕 http://bit.ly/oZEicG

2011年09月20日(火)

리스크 관리는 리스크를 감추는 무화과 잎이며, 리스크 매니저의 일은 회장, 이사와 경영진을 보호하는 총알받이다. 수리금융은 이처럼 실망스런 현실에, 허위로 정확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된다. –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중에서
☞ 실제로 계량화되는 리스크 지수는 어떻게 보면 참 허무하다.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2%라고 측정이 되더라도, 그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의미도 없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수치를 빌미로 무리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사례.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기루일까?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

재무부는 또한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Fed가 긴급대출자로서 활동할 때 납세자의 돈을 빌려주고 있고 그들의 여하한의 보증에는 연방의 뒷심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부 자체가 할 수 없는 것은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Fed는 의회가 그렇게 공급했다 해도 재무부 역시 가지지 못하는 어떠한 처분가능한 원천이나 힘이 없다. 재무부의 최종대부자 역할의 가정도 그러한 대출에 대한 더 큰 정치적 책임감을 부여할 것이다. 더 큰 책임감에 대한 필요성은 최근 위기 동안 매우 확실했었다.

Fed가 재무부로 통합될 일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의회는 차선의 단계를 밟을 수 있고 재무부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 예를 들면 월간으로 – 내가 표9와 10에서 보여준 것처럼 Fed와 재무부의 통합 대차대조표를 만들도록 지시할 수 있다. 그렇게 통합하게 되면 연방의 재무상황과 미국 경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향력의 보다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출처]

美하원 재무위원회의 청문회에서의 금융분석가 Bert Ely의 발언록 중 일부다. 그는 연방준비제도는 통화정책은 정치적 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재무부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규정하면서 Fed와 재무부는 통합되어야 한다고, 최소한 통합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Fed가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이상한 의식 때문에 음모론자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지만, Bert Ely의 말마따나 실제로 Fed의 여태의 모습, 특히 금융위기 때의 모습은 여느 정부기관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들이 정부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은 사실 신기루에 불과하다.

같은 이치로 한국은행과 같은 다른 중앙은행들도 명목적으로는 독립된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행태는 정부기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거대한 정부부채가 부채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부외금융적 효과를 불러왔다.

지난번 글에서 Fed의 MBS 등의 매입액이 1조 달러라고 했는데, 재무부까지 합치면 2.12조 달러에 달한다. 정부기관이지만 아닌 척 하고 있는 페니메 등이 MBS를 발행하고 역시 정부기관이 아닌 척 하는 Fed와 실제로 정부기관인 재무부가 인수한 금액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다. 독립성은 일종의 현실도피에 불과한 셈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자유주의적”인가?’라는 이전의 글에서 만약 누가 ‘중앙은행이 어떤 상태가 좋으냐?’ 묻는다면 난 독립을 택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삼권분립보다 더 열악한 – 그조차도 기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와중에 – 착시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