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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라더스가 망한 진짜 이유?

나는 왜 리만이 무너졌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Fed는 그 일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모럴해저드에 관해서 그들이 어떤 조치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리만이 생존을 위한 차입에 충분한 담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나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중략] 그들이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는 엄청난 기록이 있는데 담보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벤 버냉키가 금융위기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길, 뉴욕Fed의 사람들이 충분한 담보가 없었다고 결정했다고 말했고, 그들은 그에게 공청회와 이어지는 편지에서 계속 상세한 사항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누가 분석을 했으며, 그들이 얼마 정도의 담보를 가졌는지 또는 가지지 못했는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논리적인 결론은 그들은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략] 왜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려면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그 결정을 내린 이는 재무부 장관이었던 행크 폴슨입니다. [중략] 현재의 규정인 도드-프랭크 법에서는 재무부가 Fed의 대출을 허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런 법은 없었습니다. [중략] 헨리 폴슨이 정치에 매우 민감했다는 것은 분명하죠. 베어 스턴스의 구제 당시 엄청난 정치적 반발이 있었고요. 그리고 폴슨이 “내가 미스터 금융구제가 될 순 없어.”라고 말했던 것은 널리 인용되기도 했습니다.[Could the Fed Have Rescued Lehman Brothers? Q&A with Laurence Ball]

왜 금융위기 당시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졌는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당사자들의 회고록이나 언론보도 등에서 드러난 당시 정황에 대해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그리고 그 이슈에 관해 로렌스 볼(Lawrence Ball)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가 집요하게 파고들어 218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로렌스 교수와의 인터뷰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요컨대 ▲ 리만의 담보가 충분치 않았다는 Fed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 ▲ 구제 포기라는 결정은 정치적 결정이다 ▲ 그 결정을 내린 이는 합법적 결정 주체가 아닌 행크 폴슨이다 등이다.

로렌스 교수는 폴슨이 골드만삭스에서 일했기 때문에 경쟁자인 리만을 돕기를 꺼렸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여러 책에서도 볼 수 있듯 폴슨은 민간 금융기업의 리만 인수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1 다만 교수는 정치적 반발에 민감했던 폴슨이 “미스터 구제금융”이란 별명으로 역사에 남는 것을 원치 않았고, 리만의 도산에 따른 결과를 과소평가했다는 정도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심각했고 이 후유증으로 AIG나 다른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다. 결국 리만의 도산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이들에 의한 좌충우돌일 뿐이었다.

결국 이러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 로렌스 교수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 아무리 당사자들이 그렇게 주장할 지라도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Fed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였던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국 재무부 장관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은2 어쩌면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가 실은 이자를 내지 않는 정부채권일 뿐이라는 사실 만큼이나 명백하면서도 자주 간과되고 있는 진실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허울 좋은 자주성을 획득하고 있는 Fed는 여태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래서 두 기관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출처]

중앙은행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2006년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에서 “우리의 인식에 어떤 거대하고 부정적인 충격이 없는 한, 주택 가격에 예상되는 냉각의 효과는 완만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발언했다. 버냉키 의장은 농담 분위기를 빌어서 뉴욕의 조합(co-op) 아파트의 미친 듯한 가격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했고, 위원들은 웃었다. [중략] 그러나 2007년 3월은 서브프라임에 대한 경고를 하기에는 게임에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내 견해로는, 위험을 줄이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식은 감독자들이 주요 금융사들이 위기에서 생존하는 데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만드는 것뿐이었다.[스트레스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인빅투스, 2015년, pp133~135]

공개시장조작위원회에서 집값하락에 대해 Fed의장이 농담을 할 정도로 그렇게 낙관적이었던 분위기가 가이트너가 뒤늦게 고백하는 “경고하기에 너무 늦은 시점”으로 바뀌는데 불과 1년이 걸렸을 뿐이다. 그 1년 사이에 미국 부동산 시장에 무슨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그렇게 분위기가 돌변하였을까? 왜 경제위기는 이렇게 우리 앞에 갑자기 등장하는 것일까,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최근 우리나라의 조선/해운업의 위기 상황에서의 정부와 한국은행의 갈등 과정에서 생겨난 새로운 의문이다.

우선 롱포지션과 숏포지션의 시간상의 차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롱포지션은 각종 채권이 가격을 오름으로써 이익을 보는 위치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오른다는 전제 하에 이 위치를 롱포지션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whatever). 그리고 숏포지션, 즉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이익을 보는 위치다. 가격하락은 서서히 과열되었던 거품이 터지며 투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에 짧은 시간 안에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인용문에서의 기간이 바로 이렇게 급격한 투매의 시기였고, 많은 참여자들은 시장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버냉키처럼 농담으로 그 경고를 무시했다.

두 번째,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의 한계다. 회의 시간에 농담을 한다고 해서 정책집행자들이 마냥 시장을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Fed는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0.25%씩 인상하면서 긴축정책에 돌입하였다. 문제는 이런 단기금리 인상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고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경제가 전통적인 Fed의 정책수단으로 통제하기에는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수단의 한계를 깨달은 현 상황을 우리는 “새로운 정상” 심지어 “새로운 비정상”이라 이름붙여 정당화하게 되었다.

세 번째, 두 번째의 배경과 겹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정책집행자들의 믿음 혹은 그들의 계급적 성향이었다. 버냉키 전의 그린스펀은 아인랜드에 열광했던 시장근본주의자였고 시장 불개입주의자였다(다만 거품 붕괴로 인한 채권자의 채권회수에 문제가 있을 시에는 예외였다). 경제학자 제럴드 앱스테인(Gerald Epstein)은 금리조정 등을 – 주로 단기금리 – 통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경제가 자연스럽게 굴러갈 것이라 여기는 이러한 발상을 신자유주의 적이고 금융엘리트를 위한 발상이라고 비판하였다.

금융위기 도래 이후, Fed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을 비롯한 여러 비정상적인 조치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지연시켰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정책집행자들의 – 행정부나 의회로부터 독립되어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여겨지는 고매한 금융 엘리트 – 손에 흙을 – 또는 피 – 묻히는 행위는 이미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좀더 일상적으로 취해지던 조치와 유사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하지만 Fed의 조치가 “미국판 관치주의”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판 양적완화”든 “미국판 관치주의”든 간에 경제의 순환은 금융시스템에서의 유동성을 통해 가속화되고 이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에는 사회 대다수 구성원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시장의 본질이든 오작동이든 간에 거품이 터지고 나면, 그 치유는 주로 – 여태 시장과 함께 사태를 마냥 낙관했던 – 중앙은행을 포함한 금융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 여태의 행위가 주로 자산가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1

늘 그렇듯 중앙은행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주장하며 시장의 완벽한 작동에 미세조정만을 가하는 금융엘리트 집단으로 남기를 꿈꾸지만, 시장은 늘 미세조정 이상을 요구하며 요동쳤고 결국 중립성과 독립성은 허울 좋은 명분으로만 남게 되었다. 오늘날의 중앙은행 재무제표는 국가재정의 부외금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의회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또 하나의 주머니일 뿐이란 사실은2 현재 한국정부의 한국은행 흔들기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중앙은행의 존재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그들은 1. 너무 순진하거나 2. 너무 무력하거나 3. 너무 고매한 것일지도?

헬리콥터 투하를 고려할 때라는 이코노미스트

정치인들이 중앙은행과 함께 싸움에 동참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가장 급진적인 정책 아이디어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융합한 것이다. 그런 옵션 중 하나가 “헬리콥터 투하”라고 알려진, 돈을 찍어내어 공공 지출에 (또는 세금 감면) 쓰는 것이다. 양적완화와 달리 헬리콥터 투하는 은행과 금융시장을 거치지 않고 막 찍어 낸 현금을 사람들의 주머니에 바로 찔러 넣는 것이다. 이 단순함 무모함을 통해 이론적으로는 사람들은 횡재를 저축하는 대신에 사용하게 된다.[Out of ammo?]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수단들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이제 정치인이 가세해야 한다며 쓴 기사의 일부다. 이 아이디어는 일부 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본소득을 연상시킨다. 돈을 찍어내어 바로 사람들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는 행위, 그 행위가 소득수준 등에 따라 차별적이지 않다면 바로 그것이 기본소득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어쩌면 점점 더 많은 중앙은행들이 시도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는 보다 급진적인 정치적 행위라 할 만하다.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자들에게 금리 대신 오히려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예금을 찾아 어딘 가에 돈을 쓰기를 기대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시원찮다면 예금 대신 쓸 돈을 정부가 직접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인 예상을 벗어나서 사람들이 국가의 용돈마저 비용을 물고서라도 저축을 하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적어도 여태의 양적완화가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특정용도에 부어넣음으로써 자금배분 왜곡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반면, 기본소득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무차별적인 살포라는 점에서 진일보해 보이기는 하다.

(첨언)

한편 페이스북에서 어느 분도 지적하셨다시피 시장자유주의 성향의 이코노미스트가 이런 케인지언 적인 주문을 한다는 사실이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용기사의 결론부분을 보면 이코노미스트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것은 “국유화와 같은 궤멸적인 계획을 대안으로 가지고 있는 포퓰리스트”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다. 누군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한편 바로 그런 점에서 급진좌파 일부는 오히려 기본소득이 사회주의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기본소득은 “현찰자본주의의 일환으로서 복지의 시장화”일뿐 이라는 주장이다. 시장을 거치지 않은 소득이긴 하지만 다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쓰일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수긍이 가는 의견이긴 하다. 그게 과연 “사회주의 강령”과 충돌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품을 터질 때라야 거품인줄 안다”

지난 6년간, 저금리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수익(yield)을 향한 필사적인 탐색을 자극해 왔다. 이로 인하여 투자자는 美국채나 영국 국채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등급, 하이일드, 이머징마켓의 채권을 사야 했다. [중략] 투자 매니저들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금융위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그들의 돈을 펀드에서 빼내는 바람에 채권 시장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뒷그물의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없다면 펀드들이 채권들을 팔아야 할 때 이를 사줄 기관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Global fund managers warn of a bond bubble]

이 문장에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나 환경, 그리고 이것들에 관한 고민이 잘 설명되어 있어 인용해보았다. 투자 매니저들은 일정한 수익률을 약속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 수익예정자들로부터 돈을 모은다. 일부 실력 있는 매니저들은 일정기간 동안에는 돈을 환매할 수 없는 약정을 맺기도 하지만 대개는 환매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매니저는 펀드의 안정성이나 기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지분의 안전한 국채를 매입한다. 하지만 이들 국채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있다. 심지어 유럽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금리다. 따라서 매니저는 펀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이를 보충할 높은 수익률의 투자 상품을 매입한다. 이것이 어떤 면에서는 바로 중앙은행이 온갖 전통적/비전통적 통화정책를 동원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매니저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투자환경 자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ed가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바로 투자자들의 환매를 촉발시킬 수 있는 채권가격 하락이 현실이 되고 매니저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채권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딱 그렇듯 누군가 그 채권을 사줄 사람이 없으면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채권 버블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You only know you’re in a bubble when it pops. But this market could pop.”

위 기사에 인용된 한 투자회사의 픽스드인컴 부문 총책의 말이다.

“인내심(patient)”은 삭제 가능할지 몰라도 채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 outright purchase 하는 방식은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한 이후에도 장기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장기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돈을 풀어서 금리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법입니다. [중략] 금리가 올라 국채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동안 국채를 매입했던 중앙은행이 평가손실 또는 매각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5년, pp275~276]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시행하고 있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중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 대한 설명이다. 앞부분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 이유와 방법, 뒷부분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부분은 양적완화는 쉬운 말로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될 ‘시장 리스크를 떠안고 하는 금리 장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장에 발전함에 따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형식적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방만한 예산운용을 방지하고자 함도 있다. 하지만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는 금리하락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도 정부의 예산운용 폭을 비정상적으로 늘려주는 작용도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 리스크는 중앙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Fed의 자산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전통적인 채권은 비중이 줄었고 양적완화를 거치며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자산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위한 장기국채와 부동산시장 유지를 위한 MBS다. MBS는 매입을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 조치로 말미암아 Fed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은행으로 등극하였다.(아마 아직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이익은 시장 리스크를 부담한 대가이고 엄밀히 말해 그러한 예상치 못한 이익 역시 어떤 면에서는 불확실성의 증가라는 점에서 리스크에로의 노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시장참여자들은 Fed가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에 인내심(patient)을 가질 수 있다’라는 문구를 뺏기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단어 하나 가지고 경제정책을 예단하는 이런 모습이 흥미롭긴 해도 개인적으로는 뭔가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말장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내심은 없어졌겠지만 저리의 국채는 자산명세에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스위스 프랑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斷想

최근 스위스 프랑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몇몇 사태는 제3자의 시각으로 관전하기에는 – 몇몇 실패자에게는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이었겠지만 –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자국 통화를 유로에 고정시켜놓거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 실질적인 통화 보관료를 받는 등 환율 방어에 힘썼던 스위스가 “기습적으로” 페그 정책을 포기한 후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갔고, 이로 인해 몇몇 주요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여 펀드를 접는 등의 일련의 혼란스러운 사태가 요 며칠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실시 계획을 눈앞에 두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내린 결정이 원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스위스의 정치적 특수성, 스위스의 무역구조 특성, 유럽의 경제상황 등이 다층적으로 맞물린 상황이 이번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당사자나 언론이 투자자들의 손익계산서를 계산중인 모양이지만 일단 가장 극적인 실패를 맛본 이는 스위스 프랑의 약세에 돈을 걸었다가 주요 펀드 하나를 통째로 잃어버린 에베레스트 캐피탈이라는 회사인 것으로 보인다.

Mount Everest as seen from Drukair2 PLW edit.jpg
Mount Everest as seen from Drukair2 PLW edit” by Mount_Everest_as_seen_from_Drukair2.jpg: shrimpo1967
derivative work: Papa Lima Whiskey 2 (talk) – This file was derived from: Mount_Everest_as_seen_from_Drukair2.jpg .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이들의 극적인 패배는 러시아의 경제상황에 올인했다가 역사적인 패배의 사례가 되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환율변동에 돈을 걸었다가 몇몇 투자자들이 참패를 맛본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또 다시 펀드 자본주의의 투기적 성격이 도마에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실패의 배경이었을 단기적 성과주의, 높은 레버리지, 투기적 투자성향 등이 펀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하지만 정작 헤지펀드들이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면서 거둔 성적은 무척 초라하다.

이는 펀드 투자 자체가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그 업계도 지나친 경쟁으로 말미암아 진작 뜯어먹을 시체도 별로 없는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을 투자자들의 인내심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진다. 펀드 매니저로서도 못해먹을 노릇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일부 탑클래스의 매니저들은 영구자본의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자에게 환매가 아닌 다른 투자자로의 주식 매도 등으로 펀드를 빠져나가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펀드 투자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사실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극히 일부의 매니저에게나 가능한 시도일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펀드 투자가 이렇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펀드 자본주의는 투기 자본주의’라는 선입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본주의 체제 건전화의 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펀드가 레버리지보다는 안정적인 영구자본을 투자재원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이번처럼 하루아침에 에베레스트에서 수직 낙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위기 이후의 부채의 손바꿈, 과연 “새로운 정상”인가?

신용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주로 위기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의 목적으로 부채를 크게 늘렸다. 그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부채도 크게 늘었다. 투자은행 등 사기업을 정부의 돈으로 살린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한 정부가 중앙은행을 움직여 비전통적 수단을 – 실질적으로는 정부부채의 부외금융화 –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췄다. BIS의 한 보고서는 이를 두고 “중앙은행의 공개지상 조작과 정부부채 관리 사이의 깔끔한 분리를 오염시켰다”라고 논평했다.

반면 민간부채는 줄어들어 정부부채의 증가와 대비됐다. 민간부문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부진 혹은 적극적인 디밸류에이션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장기 시계열 자료 확보가 가능한 9개 국가 1의 부채수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2년 기간 동안 GDP 대비 정부부채는 51.7% 증가한 반면, 민간부채는 6.3%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산 대비로는 정부부채는 35.0% 증가, 민간부채는 6.1%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중앙은행의 부채, 실질적인 정부부채를 감안할 경우 그 추이는 더욱 드라마틱해질 것이다.



자산 대비 글로벌 정부 및 민간부채지수 추이(출처)

물론 정부부채의 상당부분은 중앙은행 자산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즉 통화발행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흥미로운 의식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대차대조표에 부채와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 바지의 양쪽 주머니의 거래상황만 상쇄한다면 사실상 중앙은행의 부채는 또한 정부의 부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전문가는 두 재무제표의 통합을 주장하기도 한다. 통합의 함의는 둘째치더라도 일단 중앙은행의 부채는 넓게 보아 정부부문의 부채임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경고가 이어졌는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윌리엄 더들리는 시장 변동성의 하락이 “나를 약간 긴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란은행 부총재 찰리 빈은 상황이 위기 이전의 시절을 “으스스하게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분데스뱅크의 이사회 멤버 안드레아 돔브레트는 “우리는 시장이 고요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엿보인다.”라고 말했다.[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연달아 자금시장에 대해 이례적인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블름버그는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정책결정자의 염려는 그들의 손쉬운 돈(easy money)이 시장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손쉬운 돈”이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가 – 중앙은행 포함 – 억지로 유동성을 공급한 돈을 말한다. 이런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저금리를 유지하여 시장이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신용위기 이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금리였고 지금은 통화 그 자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Fed의 부채상황

빈사상태의 시장에 수유된 “손쉬운 돈”은 대개는 다시 중앙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돌아와 이자수입만 챙겼다. 나머지 돈은 시중에 떠돌아 역대 최저의 금리 상황을 즐기면서 자산시장에 몰리기도 했다. 압도적으로 낮은 통화승수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있기는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중앙은행 경영진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시장이 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유례없는 비정상(abnormal)의 상황을 두고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 말할 정도로 감각이 둔해져 있다.



미국의 본원통화와 M2 증감 추이

스페인에서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국가 채무에 지불하는 수익률은 역대 가장 낮다. 반면 영국에서 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자산 시장은 폭등하고 있다. [중략] 에쿼티, 통화, 원자재, 그리고 채권 등에 대한 등락을 예측하기 위한 옵션으로 쓰이는 뱅크오브어메리카의 시장 리스크 인덱스는 5월 14일 –1.22로 떨어져 200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략] 월스트리트에 대한 Fed의 선두척후병인 더들리는 어제 뉴욕에서 말하길, 그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변동성이 우려스러운데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고정수입(fixed income)이 아니다. 그것은 고정수입(fixed income)이다. 환율 그리고 에쿼티.”[What Lurks Beneath? Market Calm Unnerves Central Bankers]

더들리가 일종의 말장난을 한 것 같다. 원래 투자은행은 fixed income 부문에서 국채 등과 같은 “비교적” 고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에 주력했다가 환율, 에쿼티, 파생상품과 같은 전혀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을 지향하여 위기를 초래했다. 더들리는 이런 상품들이 변동성이 큼에도 지금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여하튼 인용문은 시장은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와 기록적으로 높은 유동성 속에서 슬슬 위기 전처럼 실물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찰리 빈은 “투자자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서와 시장 리스크에 대한 과소평가”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 과소평가하고 있는 시장 리스크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시장은 지금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부채가 출렁거리고 있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단순히 부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본원통화 자체가 전례 없이 늘어 있다. 정상적인 통화승수가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지금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