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아서, 그리고 자유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디즈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한 전형적인 사례다. 무엇에도 우선하는 가족의 가치, 그럼에도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후손들에 대한 너그러운 배려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다. 등장인물(?)들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말린(Marlin)과 니모(Nemo) 부자로 ‘흰동가리(clownfish)’ 종으로 알려진 (의인화된) 물고기들이고 나머지 조연들 역시 바다 속에 서식하는 (역시 의인화된) 상어, 문어, 해마, 거북이 등이다.

사건은 홀아비 말린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니모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발생한다. 입학 첫날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니모는 잠수부에게 잡혀 시드니의 한 치과 수족관에 갇히게 되고, 말린은 기억력이 낙제점인 도리(Dory)라는 수다스러운 물고기와 함께 니모를 찾아 나선다. 니모는 수족관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만 아버지와 바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함께 탈출을 꿈꾼다. 말린은 죽을 고비를 몇 번 당하는 등 힘든 여정을 이어가지만 거북이, 펠리칸 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아들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앞서도 이야기하였다시피 이 영화가 시종일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가족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또한 개인의 발전은 가족 안에서의 사랑과 배려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주1)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수족관에 갇힌 니모를 비롯한 물고기들의 탈출기에서 볼 수 있는 ‘자유에의 대한 갈망’이다.

영화에서는 물고기들이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 즉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당연히 추구하여야 할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니모로서는, 그리고 또 한 마리의 바다 출신(?)의 물고기 길(Gil)에게는 당연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니모는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였고 길은 바다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물고기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바다로 탈출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텐데 영화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태어나기를 감옥에서 태어났다면 그를 감옥 바깥으로 보내는 것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인가 아니면 살벌한 바깥세계로 내모는 것인가. 과연 니모나 길을 제외한 다른 물고기들은 ‘자유’라는 피상적인 – 또한 실체에 접근하였는지도 모르는 – 가치를 위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먹이와 먹이사슬로부터의 안전함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또 다른 수족관, 또는 감옥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가. 내 자신이 감옥에서 태어난 사람일 수도 있다. 사실은 이 세계도 또 하나의 감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당신을 갑갑하게 하는가. 당신의 자유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속박 당하게 되는가.

이러한 ‘자유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주제로 한 영화가 꽤 있다. 대표적인 영화로 ‘The Matrix’, ‘The Truman Show’ 등을 들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들은 그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들은 사실 갇혀있다는 진실에 접근하게 되고 갈등은 증폭된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감옥 속에서 행복(?)했다면, 진실을 조금만 외면하면 계속 행복할 것인데(주2) 꼭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필사적으로 탈출할 이유가 있는가. 그럴 정도로 ‘자유에의 갈망’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지고지순한 가치인가.

물론 이 영화는 지금 이렇게 딴죽을 걸고 있는 그러한 주제에 대하여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자유의지는 당연한 것이고 수족관은 파괴되어야 한다. 수족관은 그렇듯 자유를 속박하는 설정으로만 작용할 뿐이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바다를 만났을 경우 혼란스러워질 세계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삐딱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수족관과 바다의 상징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탈출을 꿈꾸는 길에게 바다가 또 하나의 수족관이면 어쩔 테냐고 묻고 싶었다.

어쨌든 니모는 탈출에 성공하고 아버지 말린을 만났고 아버지의 격려 속에 좀더 성숙한 물고기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수족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먹이를 찾기 위해 더 필사적인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주3) 그래서 나는 니모에게 묻고 싶다.

“수족관에 살 때보다 더 행복하니?”

p.s. 주연을 맡은 흰동가리는 성전환이 자연스럽게 되는 생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헉~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주1) 잘 알고 있다시피 이러한 메시지는 디즈니 영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메인스트림 헐리웃 영화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다

(주2) 사실 The Matrix 2편, 3편에 나오는 실제 세계를 보면 왜 그리 악착같이 가상의 세계를 탈출하려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주3) 아 물론 영화는 “그 뒤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을 맺는다

12 thoughts on “니모를 찾아서, 그리고 자유를 찾아서

  1. 류동협

    저도 매트릭스의 리오가 현실을 모른 채 그대로 살았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런면에서 진실은 아이러니죠.

    전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 중에는 다크시티를 제일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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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진실은 또 누가 진실이라고 보증(?)해주는가 하는 순환고리에 걸려버리면 골치아프죠. 🙂

      저도 다크시티 좋아합니다.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맛이죠. 13층이라는 영화는 아시나요? 그것도 나름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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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달빛효과

    오….
    제가 인터넷을 하다가 ‘정말 돌아댕기길 잘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런 글을 발견했을 때입니다…ㅎㅎ

    단순히 재미로만 볼수는 없었어요 저도.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어항에서 탈출한 그 이후…라.
    일단 수족관에서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리고 바다에는 아직 아버지가 있기에~
    니모는 얼른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거구나… 하는 당연함을 머릿속에 콱 박은 채 영화를 보게 되잖아요.

    그리고 제가 포커스를 맞춘 곳은…부성애와 과보호, 그리고 어린아이의 성장..독립…그런 쪽이었어요.
    이 영화를 봤을 때 제가 아무래도 그런 나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과보호를 받고 살아보고 싶을 만큼 과보호를 받지 않고 살아오긴 했지만….그 왜..정신적인 독립이란 것도 있잖아요^^;

    매트릭스나 트루먼쇼…그리고 혹시,
    플레전트 빌..보셨나요? 비슷한 맥락인데…
    고등학교때 저에게 충격을 준 영화 3편이었답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상대적으로 위와 같은 부분에 강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봤기 때문에…미처 못 느꼈는데 글을 보고나니 같은 맥락이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 자유획득, 그리고 그 이후..
    하지만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렬한 욕망 중 하나가 ‘호기심’ 이기에
    자유에 대한 갈망이 내게 숭고한 가치냐 아니냐를 떠나서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강한 호기심 그 자체를 쫓아가는 것은 아닐지…그런 생각도 드네요…
    인간이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도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창작하듯이 말예요…

    앗…더이상 연상했다가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꼬리를 물 것 같아서.
    덧글은 이만 쓰겠습니다^^;
    신선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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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플레젠트빌도 재밌게 봤습니다. 매트릭스나 트루먼쇼와 같은 상황설정에 인종주의나 가치의 다양성에 대한 보수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메타포도 장착한 영화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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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egoing

    쇼생크 탈출에서 만기 출소한 브룩스가 생각나내요. 교도소에서는 인텔리로 대접받던 그가 밖에서는 부적응자가 되어 결국 자살하죠. 한편으로, 앤디는 탈출에 성공해 말씀하신 것처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해피앤딩이죠.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와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하는 욕구 모두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자유를 쫏거나
    정신없이 자유로부터 도망가다보면
    결국 죽음에 도달하는게 인생일텐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자유냐 구속이냐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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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리스인마틴

    오래 전에 애들과 같이 보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애들을 위해 함께 봐준것인데
    오늘 포스트를 읽다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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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Martin The Greek?

  6. Pingback: Pell's see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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