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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불러낼 애니메이션 The Revolution Will Be Animated


  • 감독 : 마린느 로르망 세바 Marine Lormant Sebag
  • 정보 : 16분
  • 기타 : 한글자막

<블루스를 부르는 싯타(Sita Sings the Blues)>의 저작자인 니나 팰리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에
저작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자신의 작품을 자유 라이선스로 공개, 배포한 니나 팰리의 목소리를 통해 창작자로서 그녀가
느끼는 저작권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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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그리고 자유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디즈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한 전형적인 사례다. 무엇에도 우선하는 가족의 가치, 그럼에도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후손들에 대한 너그러운 배려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다. 등장인물(?)들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말린(Marlin)과 니모(Nemo) 부자로 ‘흰동가리(clownfish)’ 종으로 알려진 (의인화된) 물고기들이고 나머지 조연들 역시 바다 속에 서식하는 (역시 의인화된) 상어, 문어, 해마, 거북이 등이다.

사건은 홀아비 말린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니모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발생한다. 입학 첫날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니모는 잠수부에게 잡혀 시드니의 한 치과 수족관에 갇히게 되고, 말린은 기억력이 낙제점인 도리(Dory)라는 수다스러운 물고기와 함께 니모를 찾아 나선다. 니모는 수족관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만 아버지와 바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함께 탈출을 꿈꾼다. 말린은 죽을 고비를 몇 번 당하는 등 힘든 여정을 이어가지만 거북이, 펠리칸 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아들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앞서도 이야기하였다시피 이 영화가 시종일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가족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또한 개인의 발전은 가족 안에서의 사랑과 배려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주1)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수족관에 갇힌 니모를 비롯한 물고기들의 탈출기에서 볼 수 있는 ‘자유에의 대한 갈망’이다.

영화에서는 물고기들이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 즉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당연히 추구하여야 할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니모로서는, 그리고 또 한 마리의 바다 출신(?)의 물고기 길(Gil)에게는 당연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니모는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였고 길은 바다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물고기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바다로 탈출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텐데 영화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태어나기를 감옥에서 태어났다면 그를 감옥 바깥으로 보내는 것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인가 아니면 살벌한 바깥세계로 내모는 것인가. 과연 니모나 길을 제외한 다른 물고기들은 ‘자유’라는 피상적인 – 또한 실체에 접근하였는지도 모르는 – 가치를 위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먹이와 먹이사슬로부터의 안전함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또 다른 수족관, 또는 감옥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가. 내 자신이 감옥에서 태어난 사람일 수도 있다. 사실은 이 세계도 또 하나의 감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당신을 갑갑하게 하는가. 당신의 자유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속박 당하게 되는가.

이러한 ‘자유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주제로 한 영화가 꽤 있다. 대표적인 영화로 ‘The Matrix’, ‘The Truman Show’ 등을 들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들은 그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들은 사실 갇혀있다는 진실에 접근하게 되고 갈등은 증폭된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감옥 속에서 행복(?)했다면, 진실을 조금만 외면하면 계속 행복할 것인데(주2) 꼭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필사적으로 탈출할 이유가 있는가. 그럴 정도로 ‘자유에의 갈망’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지고지순한 가치인가.

물론 이 영화는 지금 이렇게 딴죽을 걸고 있는 그러한 주제에 대하여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자유의지는 당연한 것이고 수족관은 파괴되어야 한다. 수족관은 그렇듯 자유를 속박하는 설정으로만 작용할 뿐이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바다를 만났을 경우 혼란스러워질 세계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삐딱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수족관과 바다의 상징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탈출을 꿈꾸는 길에게 바다가 또 하나의 수족관이면 어쩔 테냐고 묻고 싶었다.

어쨌든 니모는 탈출에 성공하고 아버지 말린을 만났고 아버지의 격려 속에 좀더 성숙한 물고기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수족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먹이를 찾기 위해 더 필사적인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주3) 그래서 나는 니모에게 묻고 싶다.

“수족관에 살 때보다 더 행복하니?”

p.s. 주연을 맡은 흰동가리는 성전환이 자연스럽게 되는 생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헉~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주1) 잘 알고 있다시피 이러한 메시지는 디즈니 영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메인스트림 헐리웃 영화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다

(주2) 사실 The Matrix 2편, 3편에 나오는 실제 세계를 보면 왜 그리 악착같이 가상의 세계를 탈출하려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주3) 아 물론 영화는 “그 뒤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을 맺는다

왕립우주군 [オネアミスの翼 王立宇宙軍]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지닌 우주 어딘가의 상상의 별 오네아미스에서 우주탐험의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시로츠크라다트라는 젊은이와 그 주변사람들의 모험을 그린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제작사 가이낙스의 초창기 작품으로 감독·원작·각본은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제작은 히로아키 이노우에[井上博明]·오카다 토시오·스에요시 히로히코[末吉博彦], 음악은 류이치 사가모토[坂本龍一]가 맡았다.

우주여행을 꿈꾼다는 소재 면에서 필립카우푸만 감독의 ‘Right Stuff’를 연상시키지만 그 전개방식은 사뭇 다르다. 순전히 우주탐험을 위해 설립된 우주군에 소속된 시로츠크는 나태한 생활에 찌든 무기력한 젊은이였지만 삶에 대한 태도가 무척 진지하고 독실한 종교인인 레이쿠니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대오각성하고 최초의 우주비행사에 지원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접어든다. 한편 이웃국가들은 우주군이 제작하고 있는 로켓을 탈취하려 전쟁을 벌이게 되고 로켓 발사지역이 전쟁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는지라 로켓 발사를 포기하려 하지만 시로츠크의 다부진 결의에 모두 감화되어 마침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한다.

이 영화의 하나의 큰 상징은 불이다. 이 행성의 종교의 성전(聖典)에는 타오라는 중간자가 – 마치 프로메테우스처럼 –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오지만 그로 인해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불은 파괴와 창조의 이중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불을 뿜는 로켓은 바로 그 불이 형상화된 물건이다. 영화 속에서 평화주의자들은 파괴적인 로켓의 개발을 중지하고 그 돈으로 다리를 지으라고 데모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불의 파괴적인 이미지를 두려워함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시로츠크는 한편으로 그러한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불굴의 의지를 통해 불을 새로운 창조로 승화시킨다. 그런 한편으로 인간의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었음에 인간이 우주마저 오염시킬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신께 기도를 올린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과학발전이 가져온 – 불과 마찬가지로 – 파괴와 창조의 모순된 모습을, 그리고 그 모순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순기능적인 부분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지구와는 다른 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의상에서부터 언어, 비행기, 그리고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새로이 하나의 다른 문화를 창조해냈는데 그 디테일에 기가 질릴 정도다. 또한 순수한 셸애니메이션으로 그 디테일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일종의 지독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전설적인 일본의 테크노 밴드였던 Yellow Magic Orchestra 의 프론트맨이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미래주의적인 음악이 귀에 멋지게 휘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