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주의는 건강한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미국에 사는 35,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2011년 연구에 따르면 연 7만 달러 초과의 소득 집단보다 연 4만 달러 미만의 소득 집단에서 정신적 문제가 많은 이들이 더 흔했다고 한다. [중략] 이러한 상관성은 또한 저소득과 중소득의 국가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중략] 저소득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소득의 가계에서의 이들보다 더 나중에야 정신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는 그러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인 것도 있고 여하한의 서비스가 이용가능하며 지불 가능한 것인지에 관해 충분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안정성은 정신의 웰빙에 유해한 스트레스의 영구적인 원천이다.[Extreme poverty and human rights, United Nations, 16 July 2024, p5]

2018년 시행된 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27%가 정신건강이 가장 큰 건강상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이 조사를 올해 다시 해봤는데, 이 숫자가 45%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정신건강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암과 비만을 제쳤다. 그들은 이런 걱정을 할 자격이 있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반절이 그들이 사는 동안 정신건강의 이상을 경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의 평균 지출은 보건 관련 지출의 오직 2.1%를 차지할 뿐이다.[Inequality Is Destroying Mental Health]

가난한 자는 건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육체적으로 그들은 건강을 유지해주는 육체활동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육체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을 확률이 높다. 또는 아예 직업이 없는 빈자들은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로 인한 건강 악화, 각종 질병에 대한 대처 미흡 등으로 인해 더더욱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렇게 육체적 건강과 빈곤에 대한 개연성은 우리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인용문에서 보듯이 정신건강 악화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지만, 행복을 정신건강으로 치환했을 때 돈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것은 분명하다.

빈곤화는 일차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본인과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당연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활유지를 위해 대출을 받거나 소비수준을 줄이게 되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인용문에도 서술하듯 가난한 이는 이런 정신건강의 악화를 개선하려는 접근성도 떨어진다. 정신건강 악순환 고리다. 이 악순환에 대한 근본적 치유책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불평등 해소와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사회적 환기 및 재정지출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국가는 육체건강을 해치는 요소에 – 예를 들면 확산되고 있는 마약중독 치료나 불치병 퇴치 등 – 대응하느라 바쁠 것이다.

정신건강 악화가 육체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개연성도 크거니와 사실 전 세계 확산 일로에 있는 마약문제도 어찌 보면 정신건강 문제에서 일정부분 비롯된 문제일 것이다. 치솟는 물가, 노동자의 저임금,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자영업자, 만성적인 실업 등으로 인해 빈자는 적정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런 악순환 탓에 일례로 현재 미국 일부 도시는 거리 통째를 마약중독자가 점령하거는 공간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빈곤과 이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각자도생 이데올로기나 개인의 나약함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이슈다. 물질주의는 건강한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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