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부패

재러드 쿠슈너는 어떻게 이념적 경직성에서 탈피하였는가?

그 대출 덕분에 쿠슈너의 회사는 매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수천 채의 아파트를 퍼 담을 수 있었는데, 이 거래는 10년 동안의 업계에서의 최대의 구매량이었다. 블룸버그에서 처음 보도한 이 거래는 프레디맥에게 있어서도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중략] 쿠슈너의 변호사는 재러드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프레디맥은 2019년 8월 이 16건의 대출을 채권으로 묶어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중략] 쿠슈너 가족의 회사는 이 대출을 통해 유사한 다른 통상적인 대출보다 더 낮은 월 금리와 더 많은 대출금액을 얻어낼 수 있었다. [중략]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 그러나 프레디맥은 연방주택금융청의 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피지정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前 수석경제자문이었던 마크 칼브리아로 바뀐 그 순간에 대출 승인에 착수했다.[The Kushners’ Freddie Mac Loan Wasn’t Just Massive. It Came With Unusually Good Terms, Too.]

회사 설립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정부보증기관(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민간회사로 미국 주택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영위해왔던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의 중심이 되어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만, 당시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여 받은 “법정관리(Conservatorship)” 회사로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되어 여전히 미국 주택금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그런데 이러한 두 기업 중 프레디맥이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재라드 쿠슈너의 회사에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현재 몇몇 정치인과 매스미디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들 회사의 독특한 지위로 인해 회사는 사실 시장경제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여기는 – 여긴다고 여겨지는 – 미국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종종 이념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짐 버닝 상원의원은 두 회사의 구제금융 계획을 듣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바 있다. 또한 Cato Institute는 Fannie and Freddie: Socialist from the Start라는 글에서 두 회사가 시작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사기업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2007년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비난한바 있다. 아마도 이들에게 국유기업은 곧 사회주의고 금융위기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러한 순수한 이념적 기준에 따라 집권 후 두 회사의 소유권을 바로 민간에게 넘겼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기술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술적 난제는 GSEs가 발행하는 MBS가 이제 민간이 아닌 정부의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이다. 현재 MBS의 최대 인수자는 연방준비제도다. 2 금융위기 이전 MBS를 사들였던 월가는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큰 채권시장인 미국 MBS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더더욱 민간자본이 통제할 수 없는 – 통제할 이유도 없는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비즈니스가 됐다.3 그리고 트럼프가 GSEs를 사유화하지 않는 정치적 이유는 이런 기술적 난제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MBS가 유통되는 모습

GSEs를 사유화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트럼프가 이를 놓쳤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집권 후 한동안 두 회사의 “법정관리” 탈출에 무관심했다가 겨우 취근에야 IPO 로드맵에 시동을 걸었다. 어쨌든 그런 시도도 다시 팬데믹으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일가는 그런 시장의 “정상화”를 택하기 보다는 두 회사가 국유화 상태에 있고 또 트럼프 일가가 정부의 권력층인 이 시기에 회사의 곳간을 털어먹기로 작정한 듯하다. 두 회사를 사유화하기보다는 정부를 사유화하는 편이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우익정권이 그래왔듯 권력을 잡은 우익 트럼프 일가는 이념적인 순수성보다는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기로 맘먹고 프레디맥을 사유화한 것이다.4

따라서 분명하게 미합중국을 개인 자산으로 취하려는 트럼프 일가와 그의 집사들의 – 그리고 백만장자들이 여기에 편승하려는 – 노골적인 프로젝트는 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진지한 반부패 개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당신은 오직 월스트리트의 친구들이 어떻게 각 선거진영을 에워쌓았는지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중략] 그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들을 뽑아라. 그리고 더더욱 만만치 않은 것이지만, 그들이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미래의 장기전에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How Corruption is Becoming America’s Operating System]

어떤 의미에서 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라는 짐 버닝 의원의 발언에 공감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품 중 하나가 국유기업이 생산하고 중앙은행이 소비하는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경제 선순환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굳이 이념적 경직성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은 “어떻게 부패는 미국의 운영체계가 되었나”라는 인용한 글의 제목처럼 양당을 초월하여 정치인이 부패가 이 시스템에 상주하여 마침내 그 운영체계가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채택은 인용문처럼 깨어있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빌자면 부패한 권력층은 처단된다는 경험은 유권자를 각성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당장은 쿠슈너의 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균(菌) 본위제

균 본위제를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문득 균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가 활개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볼 지 궁금해지곤 한다. [중략] 그런데 부패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공황도 거품붕괴도 허용하지 않는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출동이나 제로 금리정책과 양적완화 같은 금융정책을 통해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수법을 써서 한없이 경제를 살찌우려고만 한다.[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더숲, 2014년, p147]

‘본위제(本位制, standard)’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그리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발상이 재미있어서 인용해보았다. 젊은 시절 “블랙기업”에 가까운 식품회사에 근무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제빵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권유로 칼 맑스의 자본론을 읽고 난 후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 특이한 저자의 이력이 잘 드러나는 아이디어다.

천연 효모를 써서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집념을 가졌던 저자는 균(菌)에 대해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였고, 그 결과 ‘균(菌) 본위제’ – 굳이 보다 정확한 표현을 찾자면 배금주의에 대항하는 배균주의 정도가 아닐까 싶다 – 라는 신선한 가치관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균의 작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기물을 부패 혹은 발효란 이름으로 분해한다.

그렇다면 정말 경제 시스템에서 금본위제 대신 균본위제를 채택하면 어떻게 될까? 균은 유한하다. 더구나 유기물을 분해시킨다. 변하지 않는 화학적 특징 덕분에 교환가치로 인정받는 금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균을 화폐로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경제는 부패, 즉 거품이 항상적으로 꺼지게 될 것이다. 거품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는 경제 시스템이 될 것이다.

항상 부패가 작동하는 경제의 결과는 비교적 명확하다. 금본위제에서 제공되는 신용이라는 촉매를 활용하지 않는 경제 시스템은 문명의 혜택에서 소외된 여러 소수민족의 부락경제 정도로밖에 발전하지 못한다. 또는 아예 대안경제의 목표를 가지고 가공의 신용창출을 허락하지 않는 대안화폐 공동체와 같은 실험적 공간에서 그런 경제를 찾아 볼 수 있다.

사견으로 여러 대안경제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범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되지 않는 한은, 경제의 발전에서 거품의 생성은 일종의 필요악이다. 대표적인 거품이 대출이다. 오늘날 기업활동에서 자동차 구입에 이르기까지 소위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그 레버리지가 없었다면 세계 경제규모는 지금의 10분의 1도 안 됐을 것이다.

다만 저자도 주장하듯 경제를 부패시키지 않고 계속 살찌우려 하는 현재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부패하지 않는 빵을 상상할 수 없듯이 한없이 부풀어만 가는 경제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읽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저자 티모시 가이트너는 분명 경제의 구원투수였지만 또한 부패하지 않는 방부제 그득한 빵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탐욕과 부패

구독하고 있는 World Bank의 블로그에 재밌는 글이 올라왔다. Dani Kaufmann이라는 반부패 전문가가 20여 년 동안 근무하다가 은행을 떠난다는 글이었는데, 그의 고별강연에 대한 언급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Ryan Hahn이라는 이가 Kaufmann씨의 강연 중(강연자료 보기) 가장 흥미 있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아래 그래프였다. 이 그래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Hahn씨도 언급하였다시피 우리가 부패에 대해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탐욕’이 이번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이라는 입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패에 관한 문제라면 다른 범주라고 생각한다. 인간도 부패할 수 있거니와 시스템도 충분히 부패할 수 있다. 부패한 시스템은 충분히 한 개인의 도덕이나 양심의 가치판단을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부패는 ‘정상적인(?)’ 탐욕도 ‘지극히 위험한’ 탐욕으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 화제가 되었던 신용평가기관의 직원들의 대화는 탐욕스럽다기보다는 부패한 모습이었다.

그 블로그 필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끝맺고 있다

“Now I wonder what that might tell us about the origins of the financial crisis…”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성장과 몰락

워싱턴포스트가 특집으로 꾸민 How Washington Failed to Rein In Fannie, Freddie를 일부 발췌하여 재구성하였다.

목적

클린턴 행정부는 1980년대 내내 65% 이하에 머물러 있던 미국인들의 주택보유 비율을 높이고 싶었다. 두 회사의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였다.
The Clinton administration wanted to expand the share of Americans who owned homes, which had stagnated below 65 percent throughout the 1980s. Encouraging the growth of the two companies was a key part of that plan.

부시 대통령은 “소유 사회”를 만들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1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그들의 첫 주택을 사게끔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부를 도왔다.
President Bush had pledged to create an “ownership society,” and the companies were helping the administration achieve its goal of putting more than 10 million Americans into their first homes.

미신

그러나 무엇보다도 —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공격적으로 퍼뜨린 것이거니와 — 그들의 성공이 바로 미국에서의 주택보유 확대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광범위한 믿음이 이들 회사를 보호해주었다. 그 믿음은 너무나 강해서 많은 율사들과 감독자들은 어느 한 기관의 실패에 의해 그 이상이 지니고 있는 위험을 깨닫지 못했다.
But most of all, the companies were protected by the belief widespread in Washington — and aggressively promoted by Fannie Mae and Freddie Mac — that their success was inseparable from the expansion of homeownership in America. That conviction was so strong that many lawmakers and regulators ignored the peril posed to that ideal by the failure of either company.

경쟁력

의회는 또한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모기지론을 사는 돈을 증액시키기를 원했고 이 두 기관이 펀드에 다른 금융기관들보다 더 낮은 지분을 남겨놓아도 되게끔 지정하였다. 100달러를 가진 은행이 90달러의 모기지론을 살 수 있다면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97.5달러의 론을 살 수 있었다.
Congress also wanted to free up money for Fannie Mae and Freddie Mac to buy mortgage loans and specified that the pair would be required to keep a much smaller share of their funds on hand than other financial institutions. Where banks that held $100 could spend $90 buying mortgage loans, Fannie Mae and Freddie Mac could spend $97.50 buying loans.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거의 돈을 찍어내는 권리를 가진 거나 진배없었다. 그들은 정부가 상환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인식을 기초로 시장금리 이하로 자금을 조달하였다. 그리고는 이 자금을 시장금리를 지불하는 모기지를 구입하는데 썼다.
Fannie Mae and Freddie Mac enjoyed the nearest thing to a license to print money. The companies borrowed money at below-market interest rates based on the perception that the government guaranteed repayment, and then they used the money to buy mortgages that paid market interest rates.

부패

공공기관과 사기업이의 장점을 동시에 누리는 행운에 힘입어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그들의 초과 이윤으로 그들을 지배하여야 하는 정치가들을 매수하는데 썼다. 이 회사들은 그들의 친구들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그들의 적들을 쫓아냄으로써 늘어가는 규제를 성공적으로 물리쳤다.
Blessed with the advantages of a government agency and a private company at the same time, Fannie Mae and Freddie Mac used their windfall profits to co-opt the politicians who were supposed to control them. The companies fought successfully against increased regulation by cultivating their friends and hounding their enemies.

그래서 회사는 점점 더 그들의 초과이윤을 그들의 지위를 보장받는 막대한 영업에 사용했다. “우리는 신용위험과 금리위험을 다루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정치적 위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패니메의 임원인 프랭클린 라인스가 1999년 모임에서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So the companies increasingly used their windfall for a massive campaign to protect that status. “We manage our political risk with the same intensity that we manage our credit and interest rate risks,” Fannie Mae chief executive Franklin Raines said in a 1999 meeting with investors.

느슨한 규제

의회는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the Office of Federal Housing Enterprise Oversight:OFHEO)이라는 허약한 규제자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 기관은 의회의 승인을 통해 예산을 배정받아야 한다. 반면 은행들을 규제하는 기관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예산을 배정한다. 이로 인해 의회와의 결탁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기가 쉬워진다.
Congress chose to create a weak regulator, the Office of Federal Housing Enterprise Oversight. The agency was required to get its budget approved by Congress, while agencies that regulated banks set their own budgets. That gave congressional allies an easy way to exert pressure.

몰락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위험한 대출에 대한 식욕은 점점 더 탐욕스럽게 자랐다. OFHEO가 2007년 1월 빨간 깃발을 쳐들기 전까지 많은 차용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였고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몇 달 안에 손실을 커버할 돈이 말라가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신용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회는 두 달 전에 이 회사들에 대한 강하고 새로운 규제자를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너무 늦었다.
Fannie Mae and Freddie Mac’s appetite for risky loans was growing ever more voracious. By the time OFHEO began raising red flags in January 2007, many borrowers were defaulting on loans and within months Fannie Mae and Freddie Mac would be running out money to cover the losses. Finally, as the credit crisis escalated, Congress passed a bill two months ago establishing a tough, new regulator for the companies. It was too 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