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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 리뷰] 그래서 복지는 무슨 돈으로 할 건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주요 후보들은 다양한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증세를 염두에 둔 ‘중부담·중복지’를 제안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일찌감치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 인상을 약속했을 뿐이다.[‘복지 확대’ 약속한 문·안·홍, 재원조달 방안에 ‘증세’는 없다]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고 있는 반면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눙치고 있다는 비판기사다. 503이 당초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가계의 세금부담 증가속도가 소득의 그것에 비해 2배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정부가 세금을 더 걷었고, 현재의 후보들도 세금을 안 걷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지금 공약으로라도 그 세수확보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이는 명확한 기조 없이 세금 우려내기 만만한 상대만을 고를 것이란 정황이다.

즉, 주요 세원인 법인세와 소득세 세입이 2012년부터 역전되어 소득세 세입이 더 많은 것도 한 예다. 진짜 현금이냐 아니냐에 말도 많았지만, 기업의 내부유보금이 증가일로인 상황에서 503은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에 관한 소득세제 개편 등 “사실상 증세”라는 편한 길을 걸었다. 증세냐 아니냐의 논쟁은 사실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슈 같다. 법인세율 인하는 친시장적인 정부에서 가속화되어온 정황이 있고, 그 경제학적 논리로 내세웠던 “낙수효과” 이론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법인세 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심상정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거기에 사회복지세라는 목적세도 신설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법인 고소득 대상 누진세율 체계 확립”이란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의당은 이미 24%로 세율을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다.1 문재인 후보는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확대”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문 후보 스스로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그리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이런 식으로 제시하며 동의를 받겠다”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입장이 모호하다.2

유승민 후보는 “저부담-저복지”를 “중(中)부담-중복지”로 전환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어떻게 그렇게 복지의 기조를 바꿀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세제 구조 조정 및 세제 개편”이란 표현으로 눙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탈루소득 발굴 및 지하경제양성화 등 세정강화”, “대기업 세제감면 재정비”를 이야기하고 있어 가장 소극적인 입장이다.3 경남도 부채를 다 갚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요컨대 법인세와 기타 목적세 공약에 있어 심 후보가 가장 적극적, 안 후보가 적극적, 문과 유 후보는 유보적, 홍 후보가 가장 소극적으로 보인다.

한편 가계의 세수부담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꽤 신뢰를 얻는 주장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더 부담이 됐다는 정황에서 볼 때, 결국 가처분소득과 소비와의 상관관계가 적은 부유층에 세금부담을 더 지우는 누진세 인상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심은 소득세 누진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은 “선 금융· 부동산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후 고소득 세율 인상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세율 인상에 부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문 후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유 후보는 공약집에서 조세에 관한 별도의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누진구조라는 큰 틀에서는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금감면 제도 개선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홍 후보는 달리 언급할 내용이 없다. 종합하면 세금 정책은 심 후보가 가장 강경하고 문과 안 후보가 비슷한 내용, 유 후보가 유보적, 홍 후보는 퇴행적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제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논의할 시점인 것 같다.

연기금의 주주행동주의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만으로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사외이사들의 집단 권력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중략]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한 적은 없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지분 5.49%(9월2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추천 인사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외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파견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국민연금 “KB금융 사외이사 추천하겠다”]

속 보이는 해프닝으로 끝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건과 연계하여 흥미로운 일이 하나 진행되고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연금은 지분 5% 이상을 가진 국내 상장사가 140여개에 달하지만 내가 아는 한은 사외이사 추천 등의 적극적인 의사결정 개입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다른 보도를 보면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동이 일회성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연금공단은 18일 제12차 이사회에서 내놓은 ‘2010년도 사업운영계획보고’에서 내년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날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국민연금 “내년 투자기업 의결권 행사 강화”]

즉, 국민연금이 이전의 소극적으로 행사해오던 주주권을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인데, 이는 사회책임투자나 주주행동주의를 주장하는 서구의 행동주의자들의 의견과 비슷하다. 기업윤리운동 등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의 의견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사회책임투자 주창자들은 결국 적극적인 투자행태, 그 중에서도 주주로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행위가 투자수익의 향상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를 경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편 연기금 중 주주행동주의로 유명한 곳은 세계최대의 연금펀드라 할 수 있는 캘퍼스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는 일반적으로 주주행동주의라는 미국 전통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1980년대 후반 이래 가장 큰 기관투자가로 군림해온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에 의해 강제적으로 미국 내에 생겨났다. 이 연금은 캘퍼스(Calper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주행동주의를 이끈 선구자 중 하나다.[사회책임투자 세계적 혁명, 러셀 스팍스 지음, 넷임팩트 코리아 옮김, 홍성사, 2007년, p252]

결국 국민연금이 국민은행에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는 계획과 ‘2010년도 사업운영계획보고’의 내용은 이들이 캘퍼스가 추진해오던 주주행동주의 노선을 다져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개입주의적 노선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당연한 노선으로 하여야 하는 이른바 우파 정부 하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정권에서 민주당도 지적하였듯이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경기 부양용 도박자금’,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일면 모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작부터 대운하 건설, 금융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 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 개입 등을 통해 국가개입주의적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이전의 두 정부가 신자유주의 노선에 연성의 개입주의를 구가하였다면 이 정부는 과거 정부가 박아놓은 못 – 이를테면 좌파적 정책? – 을 빼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금융위기 상황과 맞물려 그 개입주의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한의 우익들은 개입주의적 모델을 당연시 했던 박정희식 모델의 전력도 있거니와 ‘연기금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것도 박근혜였지(주1) 이명박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이번 주주권 강화 계획을 이명박 정부의 어떤 흑심이 있는 음모로 간주하고 반대하여야 할까? 엄밀하게 ‘주주권 강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그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주주권의 행사는 당연한 권리인데, 국가의 의사결정능력은 시장의 그것보다 열등하다는 선입견으로 말미암아 국가 혹은 국가에 준하는 기관의 투자는 당연히 의사결정을 나머지 주주에게 일임한다는 식으로 간주하였던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 혹은 노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운용함에 있어 결국 국민연금 혹은 그 의사결정 위임자가 주주권을 어떠한 목적으로 행사하느냐가 중요한 가치편향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2010년 사업운영계획 보고에서는 주주권 행사의 목적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라고 밝혔다. 문구상으로만 보자면 그것은 캘퍼스의 주주권 행사 목적과 유사하다. 특히 ‘장기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을 문구 그대로 받아들이면 단기적 이익에 주력하는 주주자본주의의 맹점도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위 인용기사의 다른 부분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기사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장의 하부조직으로 있던 준법감시인을 이사장 직속으로 확대·개편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이것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얼핏 이사장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사회간접자본(SOC)과 민영화 기업 등 대체투자 분야로 투자를 넓힐 방침”도 수자원공사의 4대강 투자와 맞물려 괜히 찝찝해지는 대목이다. 과연 국민연금은 정부의 4대강 투자요청을 뿌리칠 자신이 있을까?

예전에 민주노동당 시절 심상정씨의 한 팸플릿에도 국민연금을 활용한 기업사회화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를 사회주의적 본원적 축적이라고 여긴다면 그리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닌 만큼, 연기금은 좌우익 모두에게 명분 있는 주요 투자재원으로 여길 건더기가 많다. 문제는 어느 진영이든지 그것을 주주(즉 연금가입자)의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투자사업에 활용하고픈 유혹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연기금을 통한 주식시장 부양은 박근혜씨가 표현한바 ‘연기금 사회주의’가 아니고 그저 ‘연기금 오용(誤用)’일 뿐이다.

(주1) 그렇다면 박근혜씨는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였음을 인정하는 것일까?

“틀을 벗어난 생각”에 대한 추가설명

아래 글에 대해 좀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글쓴이의 의도를 도표로 표시해보았다. 가이스너의 부실자산 매입계획에 비추어 생각해보자. 가이스너의 계획은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해당 목적을 위해 설립된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에서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SPC는 민간투자자가 주도할 것인데 부실자산의 매입여력이 떨어지므로 공공부문에서 자본과 대출을 섞어주어 레버리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때의 민간투자자는 누가 될 확률이 클까? 현재 시장에서 여하한의 투자를 감행할 주체는 많지 않은 가운데, 글쓴이는 연금펀드, 기부금펀드, 보험사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일정수수료를 주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소위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자금의 사회적 성격이 강한 돈들은 헤지펀드를 거치면서 ‘민간투자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이념적 색채가 희석되는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는 이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연금펀드보다 돈을 잘 굴리리라는 소위 ‘전문성의 신화’에서 벗어나 아예 직접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연금 정리신탁(Pension Resolution Trust)’를 설립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료를 안줘도 되고, 근본적으로 정부보조(SPC에의 자본/대출 투입행위)나 받아먹는 ‘능력 없는’ 헤지펀드 매니저들 주머니를 채워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및 매각의사결정은 스스로 잘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라는 주문이다.

재밌는 것은 여기에서 향후 부실자산의 정상화 이후 투자수익(Capital Gain)을 취하며 매각하는 방식 대신, 해당 신탁이 지속적으로 부실자산을 정상화시켜 운영하여 나가면 사실상 많은 보수인사들이 두려워하는 ‘연금 사회주의’의 형태가 그럴싸하게 갖춰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난 대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당내경선에 출마했던 심상정씨의 공약이었다.

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 한다

이 블로그에 나는 나름 진보적인(?) 관점을 지닌 경제 분석 글을 주로 올렸다. 그런 한편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 특히 정당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정치인의 이름은 몇 번 거론했으되 정당에 대해서는 거의 거론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생각하면 딱히 이유는 없다. 원래 블로그란 손가는 대로 끼적거리는 데니까 뭐 이유를 댈 이유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을 지지하여 왔는가 생각해보면 나름 일관되게 좌파적 성향을 지닌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여 왔었다. 한 5년 정도 민주노동당의 당원이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대선 이후의 엑서더스 대열에 동참하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이번 대선과 비슷한 스타일의 지역위원회에서의 갈등 때문에 상당히 오랜 동안 애정 없이 지내온, 쉽게 말하면 당과의 별거상태로 지내긴 했었다. 아무튼 대선을 계기로 탈당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에는 입당하지 않았다. 왜 가입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우선은 귀차니즘인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탈당도 귀차니즘 때문에 상당히 지체되었으니 할 말 다했다. 두 번째는 태생에 대한 불만이다. 현재로서는 명백히 노회찬/심상정 당의 모양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감이다. 민주노동당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나 스스로 정치적 지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지속적인 화두인데 최근 내린 결론은 적어도 사회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서 나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 결국 ‘자기파괴적 자본주의자’다. 자본주의적 삶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그 한계를 알아채며 좌절하는 그런 녀석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자기파괴적 무산계급’이 상당히,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분명히 경제지표로 보면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절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을 상태에 놓여 있음이 분명한데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들의 경제적 상태를 고착화 내지는 악화시켜줄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자기파괴적’이다. “경제를 살리자”라는 근본 없는 구호에 도취된 것인지 알량한 자산으로 인해 허위의식을 갖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모순된 투표행태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모순은 집권당뿐 아니라 전 집권당의 의원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서도 제법 발견된다. 적어도 집권당의 지지자보다는 덜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의 정치현장에 유의미한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남겨놓는 데에 철저히 실패한 전임대통령의 서민적 이미지를 ‘노간지’라 부르며 환호하는 팬덤 현상을 보면 박근혜에게 박정희의 향수를 느끼며 환호하는 이들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 희극적인 모습은 현재의 신자유주의화 현상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의 집권당(이름도 잊혀져 가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행태다. 현재의 의료보험 민영화나 은산분리 등에 대해 게거품을 무는 이들이 실상 전임 정부가 그러한 초석을 다지는 일을 해온 데에 대해서는 편의적으로 눈을 감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용감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알아야 할 점은 막말로 통합민주당이 다수당이 될지라도 기차는 달린다는 점이다.

자꾸 맥 빠지는 이야기뿐인데 결국 이번 선거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한나라당이 단독 개헌가능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냐 하는 것일 것이다. 사람들 눈이 삐었다든지 세상이 미쳐가고 있달 지 푸념해봐야 현실은 그런 상태다. 결국 이런 비참한 한국의 정당정치 상황에서 나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뒤로 한 채 투표장으로는 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계급적 이익을 완전히 대변한다고는 여겨지지 않지만 가장 근사치로 접근한 진보신당을 선택할 것 같다. 그것은 ‘부패한 보수’대신 ‘무능한 보수’를 지지하자는 그런 비판적 지지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의 비판적 지지라고 스스로 이름붙이고 싶다.

“찍어줄 테니까 좀 똑바로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