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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받는 자산가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지금 일본에서는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사회보장비 중 1,000조 원이 고령자 복지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예금 총액 역시 매년 300조 원씩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중략] 어째서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연금을 받아도 쓰지 않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에는 젊을 적부터 많은 보험료를 지불한 덕분에 노후에도 매년 40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고령자가 있습니다. [중략] 최근 도쿄 도심에 있는 아파트 값이 엄청나게 뛰면서 ‘포티 버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요? [중략] 일본인 부유층, 그것도 고령의 부유층이에요. 그 사람들이 상속세 대책으로 사고 있는 겁니다.[98%의 미래 중년파산, 아카기 도모히로/아마미야 가린/가야노 도시히토/이케가미 마사키/가토 요리코/아베 아야 공저, 류두진 옮김, 오찬호 해제, 위즈덤하우스, 2016년, pp112~113]

인용한 책에서 가야노 도시히토 씨가 한 발언이다. 가야노 씨는 싸다주쿠 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국가, 폭력, 성장 등과 같은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저술한 바 있는 만큼 해당 주제의 권위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제학이 주 전공이 아닌 분이다보니 인용한 부분에서 서술한 내용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 해당 발언을 인용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돈의 흐름에 대한 발언이 어느 정도는 관련 연구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지금 심각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은퇴자에게 지불해야 할 연금의 규모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더욱더 커질 것이다. 물론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만족스럽지 않은 금액일지 몰라도 확실히 이 사회는 고도 성장기에 설계된 연금계획에 따라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은퇴자들의 연금소득이 노동소득보다는 “여윳돈”일 가능성이 높고, 그 돈이 부동산 투자 등으로 자본의 흐름에 다시 투입될 것이라는 가정 역시 그리 무리한 가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수가 엉망이라는데도 집값이나 상가 월세가격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대별로 볼 때 고령층이 부동산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들 자산가들이 연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입을 늘려갈 수 있다면 단순한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자산을 매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1 더군다나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자영업자 후보군들은 계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요컨대 부동산 자산과 내수 시장의 괴리 사이에 자영업자 예비군, 그리고 노령 연금이 쿠션 작용을 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했던 1935년에 법제화된 사회보장제도는 노인층의 빈곤과 싸우기 위한 적당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 비교적 적은 수입 보조 수단(1940년 1월 31일에 아이다 풀러에게 최초로 지급된 월 급여는 23달러였다.)은 평균 월 급여가 1100달러에 이르는 주요한 은퇴 연금으로 변했다. 인구 구성은 이 체제를 파산으로 몰아갔다. 주된 이유는 1935년에 62세였던 기대 수명이 1990년에는 75.4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 수명은 78.7세다. [중략] 국제통화기금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양 세계 전반에서 정부 계리사들이 수명 연장 수준을 3년 적게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50년의 기대 수명이 예상보다 3년 더 길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팀 케인 씀, 김태훈 옮김, 민음사, 2014년, pp310~311]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기대 수명이 늘고 인구가 느는 것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늘어나는 인구가 소비하는 이상으로 생산을 하여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될 때의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태의 역사를 볼 때 대체적으로 인구 증가는 제도 및 생산수단의 발전과 맞물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생활수준도 높아져 다시 기대 수명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왔다. 한편 자연적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제도가 바로 연금이다.

연금 제도는 노동력이 감퇴하여 빈곤에 시달릴 여지가 많은 노년층에 대한 복지제도의 성질도 있지만, 아직 노동력의 여유가 있는 노동자가 은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임금보전의 성격도 있다. 기업 등 노동력을 활용하는 조직은 노동자의 연령에 따른 정년을 둠으로써 청년층을 신규 노동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순환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한 노동자는 생계수단을 포기하는 대가로 여태의 임금에서 일정 몫을 떼어 운용되는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이것이 노동력의 생애주기에 대한 일종의 사회협약이었다.

현재의 문제는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가 전례 없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경제가 성숙 상태에 진입한 국가들은 이러한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와 저출산 추세가 맞물려 인구구성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역시 전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십년간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었던 노사관계와 연금에 대한 사회협약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긴축재정은 주되게 이 사회협약의 파기였기에 그 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 본격적인 사회협약의 파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는데, 화살촉이 “철밥통” 공무원을 향해있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현재까지의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 연금 제도 전체가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한 만큼 공무원을 향해 있는 화살이 언제 군인이나 국민 전체로 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한번 재정립해야 할 그 사회협약에 연금의 축소는 의제에 있지만 기존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대급부는 의제에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Risk 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미래

최근 보험에서도 변액(變額)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퇴직연금에서도 확정기여(DC)형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 2008년 말 현재 투자실적에 따라 변화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30.9%이며, 현재도 중소사업장의 가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經濟週評[국내 가계 자산이 불안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09.7.31, p7]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영어로 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이라는 표현을 해석해놓은 개념이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외부금융기관에 위탁하여 관리운용함으로써, 기업이 도산하여도 퇴직급여가 보장되도록 2005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시행과 함께 마련된 제도다.

각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라 확정급여형퇴직연금(DB:Defined Benefit Retirement Pension )과 확정기여형퇴직연금(DC) 중 택일할 수 있는데 ‘확정급여형’이 이전의 통상적인 퇴직금과 유사하게 지급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라면 ‘확정기여형’은 금융기관의 기금운용에 따라 원금손실이 있을 수도 있는, 변동성이 큰 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즉 DC형이 우리말에는 ‘확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수혜자인 노동자 입장에서 ‘확정’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운용기관의 능력, 시장상황 등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며 심한 경우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인이 리스크에 노출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DC형 퇴직연금 비중이 계속 증가상태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개인이 리스크에 노출되는 퇴직연금의 비중이 늘어날까? 두 방향에서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즉 해당기업의 입장에서는 DB형과 달리(주1) 기업의 비용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다. 또 하나는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다. 결국 DC형 DB형 어느 형태가 우월 하느냐는 것은 각각의 입장 차이에 다르지만, DC형이 개인에게 리스크를 전가시킨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0년 이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로 인하여 금융기관은 자신의 리스크 부담을 개인에게 이전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 국내 금융기관도 위험자산 보유 축소와 더불어 위험부담을 개인 등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확산. 대출 금리조건에 있어서 변동금리 추세, 예금상품에 있어서 시장성 상품의 증가, 보험상품에서의 변액보험 증가 등이 대표적인 위험전가 사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개인들의 직접적 자산관리 욕구 증대(DC형 퇴직연금 등이 대표적)[經濟週評[국내 가계 자산이 불안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09.7.31, p9]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DC형 퇴직연금 중 하나인 401(k)를 둘러싸고 투자손실에 대한 투자자(즉 연금가입자)와 운용기관 간의 갈등은 왕왕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각 개인들의 연금을 모아서 운용하는 연금펀드의 경우에는 어떠한 퇴직연금 형태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리스크의 정도가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각국의 연금펀드는 명암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OECD가 최근 발간한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연금 시장이 낮은 수수료 부담, 안정적 운용, 높은 연금저축률 등 대부분의 연금 평가 항목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남. 연금펀드들의 성과 측면에서도 아이슬란드의 연금 시장 규모는 평균 9.2%감소에 그쳤으나, 영국은 평균 13%, 스웨덴은 평균 20% 가량이 감소함. 아이슬란드는 네덜란드 및 스위스와 함께 DB형이 연금제도의 초석이 되는 국가 중 하나로서, 아이슬란드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연금시스템의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DB형 중심의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 비해 DC형과 401(k)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훨씬 더 컸음.[자본시장weekly, 자본시장연구원, 2009-30호(2009.7.28~8.3), pp2~3]

물론 전반적인 매크로 위기 상황에서 DB형이 덜 손실을 입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역으로 전반적인 상승장에서는 오히려 DB형이 덜 이익을 얻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결국 개인의 자산 중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자산이 점차 리스크 노출형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금융자산의 대부분이 은행예금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이 노후에 기댈 자산이 시장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개연성이 더 큰 상황이라는 점은 알아둬야 할 것이다.

(주1) DB형 역시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각종 투자행위를 하지만 손실이나 이익에 대해서 기업이 추가부담 혹은 수익을 수취한다.

“틀을 벗어난 생각”에 대한 추가설명

아래 글에 대해 좀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글쓴이의 의도를 도표로 표시해보았다. 가이스너의 부실자산 매입계획에 비추어 생각해보자. 가이스너의 계획은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해당 목적을 위해 설립된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에서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SPC는 민간투자자가 주도할 것인데 부실자산의 매입여력이 떨어지므로 공공부문에서 자본과 대출을 섞어주어 레버리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때의 민간투자자는 누가 될 확률이 클까? 현재 시장에서 여하한의 투자를 감행할 주체는 많지 않은 가운데, 글쓴이는 연금펀드, 기부금펀드, 보험사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일정수수료를 주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소위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자금의 사회적 성격이 강한 돈들은 헤지펀드를 거치면서 ‘민간투자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이념적 색채가 희석되는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는 이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연금펀드보다 돈을 잘 굴리리라는 소위 ‘전문성의 신화’에서 벗어나 아예 직접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연금 정리신탁(Pension Resolution Trust)’를 설립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료를 안줘도 되고, 근본적으로 정부보조(SPC에의 자본/대출 투입행위)나 받아먹는 ‘능력 없는’ 헤지펀드 매니저들 주머니를 채워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및 매각의사결정은 스스로 잘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라는 주문이다.

재밌는 것은 여기에서 향후 부실자산의 정상화 이후 투자수익(Capital Gain)을 취하며 매각하는 방식 대신, 해당 신탁이 지속적으로 부실자산을 정상화시켜 운영하여 나가면 사실상 많은 보수인사들이 두려워하는 ‘연금 사회주의’의 형태가 그럴싸하게 갖춰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난 대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당내경선에 출마했던 심상정씨의 공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