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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대해 국민의 칠할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아침에 다소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국민 중 일곱 명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였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중 한 항목이었던 이 조사결과는 어쨌든 한미 양국의 사드 추진 여부에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른바 “여론몰이”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응답자의 뜻이 어떠하든 간에 정당한 여론조사라면 당연히 결과에 수긍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여론조사의 방식이 다분히 결과를 유도하는 방식이라 여겨진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당사자들의 양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근거해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응답항목인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와 “중국 등의 강경 입장을 고려해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다.

여론조사 기법에 대해 과문한지라 알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건데 저 항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드의 배치 여부에 대한 설문이라면 그냥 “예”와 “아니오”로 응답항목을 정하면 될 것인데, 왜 “북한의 위협의 대비하기 위해”나 “중국 등의 강경 입장을 고려해”와 같은 단서 조항을 붙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단서조항이 응답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억측에 불과한가?


갤럽의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설문조사다. 응답항목은 “합법화되어야 한다(should be legal)”와 “합법화되지 않아야 한다(should not be legal)”로 단순하다. 만약 후자의 응답항목을 “자녀들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합법화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바꾸면 응답결과가 당초의 응답항목 결과가 같으리라 생각되는가? 부모는 ‘우리 아이가 게이라면?’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이 우리 청년의 탓”이라는 KBS 보도에 대하여

내국인 근로자가 힘든 일이라며 취업을 기피하다 보니 고임금을 주고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2백만 원 이하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줄고 2백만 원 이상 받는 근로자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3D 업종의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람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외국인 산업연수생 수를 2만 4천 명 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 결국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습니다.[값싼 외국인 노동자 ‘옛말’… 월 400만 원!, KBS 뉴스, 2014.4.16.]

“우리 청년들의 3D업종 기피 현상” 운운은 꽤 오래된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보도는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다는 상관관계까지 도출하였다. 좀 더 이 논리를 확대해보자면 결국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3D업종에 취업하였으면 3D기업의 일자리 부족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쓸데없는(!) 고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일 것이다. KBS는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럴듯한 통계자료까지 제시했다.


출처 : KBS 트위터

통계자료의 진위여부는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BS가 제시한 자료는 해당 포털에서 올라온 ‘월평균 임금수준/성별 임금근로자’ 현황을 가공한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4만6천명 감소한 반면, 200만원 이상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2만2천 명 늘었다. 감소한 절대숫자는 정부가 줄인 산업연생 수와 일치한다. 과연 KBS의 보도대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제는 임금상승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월평균 임금수준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100만원 미만 52 42 -10 -19.2%
100만원~200만원 미만 519 483 -36 -6.9%
200만원~300만원 미만 143 159 16 11.2%
300만원 이상 45 51 6 13.3%

출처 : 국가통계포털

KBS는 ‘우리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고집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즉, 3D 노동시장에 우리 청년이 참여하지 않아 노동수요가 늘고 임금이 오른다는 논리다. 하지만 KBS는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금상승의 주범으로 ‘우리 청년’을 겨냥했으면 마땅히 그 근거자료도 제시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한편, 통계적으로 그 원인을 찾고자 하였으나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KBS의 제시자료가 2012~2013년 자료인데 여타 노동관련 자료는 최신 데이터가 2012년까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현황에 대한 각종 자료는 2013년까지 정리되어 있어서 다양한 원인 중에 우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시장 내부를 훑어볼 수는 있었다. 우선 살펴볼 것이 ‘직업별 취업자 현황’이다. 비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자료이긴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통념과 달리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의 소위 화이트칼라 외국인 노동자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동기간 4만6천명이나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줄어든 200만원 미만의 월급 노동자 숫자와 일치한다.

직업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91 93 2 2.2%
사무종사자 20 24 4 20.0%
서비스ㆍ판매종사자 87 87 0 0.0%
농림ㆍ어업숙련종사자 24 23 -1 -4.2%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330 284 -46 -13.9%
단순노무종사자 239 250 11 4.6%

출처 : 국가통계포털

또 하나의 변수를 살펴보자면 ‘근속기간별 취업자 현황’과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 현황’이다. 두 통계 공히 2년 이상의 장기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현황이 단순한 산업연수생의 미숙련노동에서 취업기간이 긴 노동자의 숙련노동 위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기간 우리나라 전체의 제조업과 건설업의 상용월급여액은 각각 3.7%, 6.5% 상승했다. 임금의 자연적 상승요인도 있다는 의미다.

근속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192 159 -33 -17.2%
6개월~1년 미만 163 130 -33 -20.2%
1~2년 미만 228 208 -20 -8.8%
2~3년 미만 101 112 11 10.9%
3년 이상 107 150 43 40.2%

출처 : 국가통계포털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88 72 -16 -18.2%
6개월~1년 미만 111 100 -11 -9.9%
1~2년 미만 206 176 -30 -14.6%
2~3년 미만 114 130 16 14.0%
3년 이상 271 282 11 4.1%

출처 : 국가통계포털

요컨대, 외국인 노동시장은 3D업종의 저임금 노동자 일색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점차 사무직, 전문직 종사자의 수도 늘고 있는 상황이며, 산업연수생 제도 등에 의해 노동력이 공급되는 기능원 등의 미숙련노동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와 함께 근속기간은 유의미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임금의 자연적인 상승분과 함께 임금상승의 주요원인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은 KBS의 주장처럼 우리 청년의 3D기피 때문일까? 외국인 근속연수가 우리 청년 때문에 느는 것인가?

KBS의 보도가 안타까운 이유는 밑에 깔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종주의적인 뉘앙스 때문이다. 잔업까지 포함해서 3백9십만 원을 받고 있는 고소득(?!)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 청년들의 게으름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에게 주지 않아도 될 고임금을 준다는 그 주장이 담고 있는 시각이 인종주의적 시각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외국인이 되었든 내국인이 되었든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KBS는 우리 청년이 3D시장에 어서 편입되어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일까?

KBS는 그때 어디 있었을까

다리미님의 글 보기

다리미님이 속이 많이 상하셨군요. ^^; 그나저나 다른 분과 대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답글이 늦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답글을 달아야 할지도 망서려지는 군요. 온전히 김규항씨와 풀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 김규항씨의 블로그는 댓글을 막아놨더군요.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저도 김규항씨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그의 발언의 취지를 이해합니다. 즉 저도 일반민주주의가 과연 실질적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고 그것을 고양시키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 희망적으로 생각하여 왔으나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많이 실망 했습니다. 왜냐하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고양된 이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 민주주의가 역으로 파괴되는 현상을 목도했거든요. 대표적인 경우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한미FTA입니다. 두 정부는 민주화를 한다고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방관하는 것을 떠나 양산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비정규직법이 제정될 때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그 법은 보호법이 아니라 양산법이라고 저항했을 때에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아무도 이에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딴죽을 건다고 비아냥거리기만 했죠.

얼마 전에 유시민씨의 동영상이 유행하더군요. 나치의 등장을 비유로 들면서 불가촉천민인 유태인, 동성애자들이 제거되기 시작하면서 일반민주주의가 하나씩 제거된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벌어질 모른다는 묵시록과 같은 강연이던데요. 그러면서 바이마르공화국을 공격하여 결과적으로 나치의 등장을 도왔다고 알려진 독일 공산당과 민주노동당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판하더군요. 하지만 명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대한민국의 불가촉천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운 것은 사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업보를 민주노동당에 뒤집어씌운 꼴이죠.

물론 이런 제반의 것들이 KBS사태와 큰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결국 이런 일련의 사태를 목도한 이들 중 몇몇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KBS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KBS는 과연 실질적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시점에 어디 있었느냐는 볼멘 소리도 전혀 억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역시도 아직 제 입장이 무엇인지 솔직히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많이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KBS사태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자칭“보수주의자”와 자칭“B급 좌파”인 분이 냉소를 공유하고 있고 또 다른 자칭“진보주의자”인 분이 이 둘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여러분은 어느 입장을 지지하시는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입장이 있으신지?

무덤덤 [GatorLog]
정연주 [GYUHANG.NET]
무덤덤함에 대하여 [급진적 생물학자 Radical Biologist]
과정, 원인을 무시하는 결과론자들 [밑에서 본 세상]

추.

글을 올리고 나서 “급진적 생물학자” 김우재님의 또 다른 좋은 글을 발견하여 급히 수정하여 올린다. 이 입장이 “과정, 원인을 무시하는 결과론자들”을 쓰신 Marishin님의 입장과 일정부분 겹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제목은 고치지 않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