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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슬기로운 언어생활에 반성이 없는 미디어

지난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집합건물)를 신청한 건수는 978건으로 2018년(375건·지지옥션)보다 2.6배 급증했다. 경매 전 단계인 임차권등기 건수도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요즘 법무법인엔 전세금 반환 소송을 상담하는 세입자로 넘쳐난다. 법도의 엄정숙 변호사는 “역전세를 당한 세입자 상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갭투자한 집주인이 다른 자산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묻는 유형이 가장 많다”고 했다. 최근 경매로 나온 주택은 90%가 빌라로 추정된다. 하반기부터는 전세금을 못 갚아 경매로 몰린 아파트가 쏟아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도 집주인도 비명”… 갭투자는 어쩌다 갭거지가 됐나]

개인적으로 “갭투자”라는 표현을 처음 접한 것은 몇년전 읽었던 어느 부동산 경매 관련 서적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책의 저자가 추구하는 전략은 빌라를 경매로 저가에 낙찰받아서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보유 주택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소개한 책이었다. 당시에는 빌라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유하고 있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전략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을 보자면 많은 경우 처지가 곤란한 기존 세입자가 있어 그가 어떻게 순탄하게 집을 비우게 하느냐가 주된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온순하고 순진한 내용이었다. 최근 몇달 동안 화제가 되었던 “빌라왕”들의 행태를 보면 이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서의 책 내용처럼 차근차근 빌라를 “갭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악질 중개업자의 꼬임에 빠진 무지한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 때로는 HUG의 도움도 받아 – 아무런 “갭”도 없이 보유주택수를 늘려가는 대량생산 콘베어 벨트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 경우 “갭투자”라는 표현도 무색하고 말 그대로 부동산 사기 카르텔일 뿐이다.

다시 돌아가서 언젠가부터 미디어에서 성찰도 없이 쓰는 표현인 “갭투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미디어가 쓰는 성찰없이 즐겨 쓰는 각종 표현은 – “빚투”, “존버”, “영끌” – 간혹 복잡한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주는 기존 단어가 부족해서 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미디어 종사자의 나태함으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쓴 표현을 생각없이 가져다 쓰는 경우다. 이런 표현은 기사의 조회수가 생명인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특히 애용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친숙한(?!) 표현을 쓸수록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한 내집 마련이 일반화되었던 한국 사회에서 어떤 면에서는 주택구입자 상당수가 “갭투자자”였다. 그리고 집주인이 적당한 돈이 모이면 세입자 대신 실거주를 하며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리다가 때가 되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한국 중산층의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주택거래 방식이 점점 고도화되며 “갭투자”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또는 “빌라왕”처럼 부동산 구입 방식이 순수투자 목적형 혹은 기업형으로 커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시장참여자들이 주택을 애초에 사용가치와 상관없는 교환가치 그 자체만으로서 가치를 추구하면서 “갭투자”는 더 이상 “갭투자”로 애교스럽게 불러줄만한 행태가 아니게 되었다. 수많은 “재테크” 서적과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이 집을 어서 사라고 부추겼고 급기야 사기꾼들이 이런 상승장, 전세금보증제도, 그리고 순진한 세입자를 악용하여 “갭투자”를 악질 사기행위로 변질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디어는 “갭투자”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채로 보도를 해대고 있다.

“영끌” 표현의 본질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을 과하게 담보잡힌 행위다. “빚투” 표현의 본질은 “미투”처럼 ‘나도 레버리지 투자한다’가 아니라 빚으로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갭투자” 표현의 본질은 ‘나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 정도만 투자해서 집을 샀다’가 아니라 “영끌”과 “빚투”의 총체적 레버리지 투기와 전세가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베팅한 것이다. 그 믿음이 전세가의 하락으로 무너지고 있는 지금 미디어는 스스로의 언어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반성은 커녕 “갭투자”의 다음 버전 “갭거지”로 조회수 팔이에 나섰다.

레버리지(leverage) 단상

레버리지(leverage)를 노동가치론에 연결시켜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칼 마르크스는 생산에 투여되는 자본을 불변(不變)자본과 가변(可變)자본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변한다는 표현의 대상은 그 자본이 표현하고 있는 가치(value)다. 가치는 상품이 시장에서 교환되기 위한 기본전제로 그 표현법의 근본은 노동시간에서 시작하여 화폐로 표현할 수 있다.

資本 C는 두 부분 즉 生産手段에 지출되는 화폐액 c와 勞動力에 지출되는 v로 구성되어 있다. c는 不變資本으로 전환된 가치부분을 표시하며, v는 可變資本으로 전환된 가치부분을 표시한다. 따라서 최초에는 C=c+v이다. 예를 들면, 투하자본 500원=410원[c]+90원[v]이다. 생산과정의 끝에 가서는 상품이 나오는데, 그 가치는 c+v+s이며, 여기서 s는 잉여가치다. 예를 들면 410원[c]+90원[v]+90[s]이다.[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자본론I[上], 비봉출판사, 1994년, p268]

c가 불변자본이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생산수단이 생산과정에서 오로지 과거의 가치를 이전하기만 할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v를 가변자본이라 하는 이유는 그가 보기에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90원을 지불한 노동력이 필요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즉 지불된 가치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 식을 통해 이윤율의 허상을 폭로한다. 즉 자본가들은 위 도식에서의 이윤율이 s/(c+v)=90/(410+90)=18% 라고 설명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계산방식이다. 마르크스는 불변자본이 얼마가 이전되던 노동시간의 착취도와는 관계없으므로 잉여노동/필요노동=s/v=100% 의 비율이 사태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것을 그는 잉여가치율이라 정의한다.

다시 한번 거꾸로 정리를 해보자.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90원을 지불하고 그 보수에 해당하는 필요노동을 지출하게 한 후, 추가로 90원에 해당하는 초과노동을 지출하게 하여 100%의 잉여가치율을 실현하였다. 하지만 생산수단의 소모분을 감안하면 그 이윤율은 18%다. 회계 용어로 하자면 ‘법인세전 당기순이익’과 비슷할 것이다.

왜 마르크스는 이윤율이 아닌 잉여가치율에 주목하였는가? 그것은 그 당시 관변학자들이 위의 산식에서 18%의 이윤율을 끌어낸 후 노동시간을 축소할 경우 – 예를 들어 현재 노동시간의 18% – 그 순간 자본가는 손해를 보는 분기점에 도달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8%를 줄여도 여전히 잉여가치율은 (90X(1-18%))/90=73.8/90=82% 라는 것을 설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난 번에 말한 숫자의 정치학이다.

얼핏 이윤율이 대폭 감소할 것 같지만 실상 이윤율 역시 73.8/500=14.8%로 줄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심지어 당시 관변학자들은 “노동자들은 마지막에서 둘째번 1시간에 자기의 임금을 생산하고 최후의 1시간에 순이윤을 생산”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다.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투하된 자본을 보충할 뿐”이라는 논리다.

각설하고 이제 레버리지에 대해 알아보자. 자본가는 해당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모두 자기 돈으로 댈 필요 없다. 자기자본(equity)에 대한 기대수익이 타인자본(loan)에 대한 기대수익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필요자금 500원 중 20%만 자기자본으로 출자하고 나머지를 해당기간 동안 10%의 이자로 은행에서 빌리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그가 낸 돈은 100원이 되었다. 그리고 400원을 끌어 모아 500원을 투입하였다. 이를 통해 총매출은 590원이 되었다. 이윤은 90원이다. 이중 40원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 10%로 지출되므로 남은 돈은 50원이다. 이제 자기자본에 대한 수익률, 즉 Return on Equity는 50/100=50%다. 애초 18%에서 수익률이 2.8배 증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다.

한편 이 사업에서 노동시간을 18% 감축할 경우 레버리지를 이용한 자기자본수익률은  (73.8-40)/100=33.8/100=33.8%로 줄어든다. 이윤율의 감소율은 (18%-14.8%)/18%=17.8%인데 반해 자기자본수익률의 감소율은 (50%-33.8%)/50%=32.4%에 해당한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이윤감소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레버리지 추세보다 디레버리지(deleverage) 추세가 훨씬 급격한 이유다.

요컨대 경제의 생산과정에서 – 노동가치론에 따르면 – 유일한 가치창출의 원천은 노동이다.(자연자원은 c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치를 이전할 뿐이다) 이윤창출은 과거의 가치들과 새로 생산되는 가치들의 결합이며, 잉여가치율은 생산과정에서의 가치증분을 설명한다. 이윤율은 과거가치를 분모에 더해 잉여가치율, 즉 착취율은 희석한다. 자본가가 레버리지를 활용할 경우 이윤율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때 이자는 창출한 잉여가치를 전유(appropriate)하는 행위다.

헤지펀드의 ‘전략’ 중 한 가지, 레버리지

금융역사가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1990년에는 610개의 헤지펀드가 39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6년 말에는 9,462개의 펀드가 1.5조 달러의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고”(주1)한다. 수많은 돈이 규제받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헤지펀드들은 그들의 자산을 가지고 상당한 돈을 빌릴 수 있거나, 레버리지를 올릴 수 있다. [중략] 나는 언제나 레버리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고 싶었으나 좋은 소스가 없었다. 헤지펀드리서치라는 회사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권위 있다고 간주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알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회사 역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버리지에 관한 유일한 정보는 특정 펀드의 전략에서 직접 흘러나온 것들뿐이었다. 헤지펀드리서치는 이 산업분야의 총체적인 레버리지 현황을 모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전문가들이 그들이 얼마만한 돈을 빌리고 어떤 자산을 담보로 사용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전략” 중 일부이기도 하다.
According to finance historian Niall Ferguson, “there were just 610 hedge and equity funds with $39 billion in assets in 1990. By the end of 2006, there were 9,462 of such funds with $1.5 trillion in assets under management.” That’s a lot of money acting with no rules. Plus, those hedge funds can borrow, or leverage, substantially against their assets. [중략] I’ve always wanted to know exactly how much leverage is out there, but there’s no good source. The company Hedge Fund Research is considered the authority in the hedge fund field, so I though it might know. But it turns out that this firm doesn’t. The only leverage information it has is culled directly from a particular fund’s strategy. Hedge Fund Research doesn’t have the information to compile an overall leverage figure for the industry. In other words, the hedge fund managers don’t even let the experts know how much they borrow, using whatever assets they have as collateral. It’s part of their “strategy”. [It Takes A Pillage, Nomi Prins, Wiley, September 2009, p 13]

이글을 읽으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6개월마다 돌아가며 수장을 맞는 EU의 의장국인 스웨덴 정부가 사모와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투자에 관해 제안된 유럽연합 통일지침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세 가지 이슈 중 하나인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에 대한 일반적인 제한 조항을 제거할 것을 건의했다. [중략] 그 대신 권한이 있는 당국에게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온전함이 위협받을 수 있을 시” 레버리지를 규제할 수 있는 영국의 금융 서비스 당국과 같은 국내 금융 규제자를 의미한다. [중략] 지침 초안에는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2배로 제한했다. — 즉, 펀드가 가지고 있는 만큼만 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략] 고정자산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2006년에 7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중략] 그리고 금년과 같이 레버리지 레벨이 극도로 낮을 때조차 그들은 통상 2배가 넘는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The Swedish government, holder of the European Union’s six-month rotating presidency, has proposed removing a general limit on hedge funds’ leverage, one of the three most contentious issues that are drafted in a proposed EU directive on alternative investments such as private-equity and hedge funds. [중략] Instead, it would empower competent authorities, which generally means domestic financial regulators such as the U.K.’s Financial Services Authority, to impose limits on leverage “where the stability and integrity of the financial system may be threatened.” [중략] The draft directive referred to a leverage ratio of 2 to 1 — that is, borrowing as much again as the amount in the fund — as “high.” [중략] Fixed-income hedge-fund managers used leverage of as much as 7 to 1 in 2006 [중략] and even this year, when leverage levels are significantly lower, they typically use leverage of more than 2 to 1.[Swedish Plan Would Scrap Hedge-Fund Leverage Limits]

딴에는 레버리지가 2배에 불과하다면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런 글도 있다.

2008년 사태 이후 레버리지의 사용은 당연하게도 논쟁거리가 되었다. 헤지펀드, 은행, 그리고 다른 금융기관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특히 은행의 레버리지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많은 경우 2008년 금융시장의 붕괴되기 전 그들 자본의 40배, 심지어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헤지펀드가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 수준으로 운영되었을 것이라고 비난한다. HFR – 앞서 노미 프린스가 언급한 Hedge Fund Research – 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가 (자본에 대한 자산으로 정의되는) 1990년 이후 모든 투자전략에 걸쳐 자본의 평균 중간 정도인 2.5배라고 추정했다.
The use of leverage, subsequent to the events of 2008, has become understandably contentious. Hedge funds, banks and other financial institutions employ leverage. Bank leverage in particular has raised significant concern as it’s been revealed that the large investment banks were leveraged, in many cases, 40 times and even 50 times their equity capital prior to the financial market collapse in 2008. Some have pointed a finger at hedge funds accusing them of running such inordinately high levels of leverage. This has not been the case. HFR estimates that hedge fund leverage (defined as assets over equity) across all investment strategies has been averaging a moderate 2.5 times equity since 1990.[Hedge Fund Leverage and the EU Directive]

HFR이 노미 프린스한테는 추정치를 알려주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노미 프린스가 HFR의 “추정치”에 만족한 것인지 몰라도 여하튼 Hedge Tracker에는 그들의 “2.5배”라는 추정치가 인용되어 있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헤지펀드들은 BIS가 상업은행에 허용하고 있는 10배 정도의 레버리지 비율조차 훨씬 못 미치는 레버리지로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통하기도 하다.

이 수치는 내게는 마치 원유시장의 가격을 몰라 전 세계의 조각정보를 모아 유가정보를 제공하는 에너지 관련 리서치 회사의 추정치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1990년 이후의 평균치”라는 산정근거의 오차도 무시 못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수치에는 각 연도별의 증감추이, 구사전략의 상이함에 따른 편차, 잘나가는 펀드와 망해가는 펀드의 편차 등이 얼버무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 쓰레기 같은 추정이리라 여겨지지도 않는다. 인용문에 언급된 40~50배와 같은 레버리지는 ‘엄청 잘 나가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수치일 것이고 웬만한 헤지펀드 역시 그 수치를 초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리고 레버리지가 선입견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비추어보자면 터무니없는 수치는 아니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실은 달의 뒷면에 가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유럽연합의 헤지펀드 레버리지 비율의 제한 규정은 Hedge Tracker의 글에서도 적고 있다시피 그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내게는 마치 흡연자의 담배 피는 숫자를 규제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스웨덴 정보는 거기에다 흡연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때에만” 규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덤앤더머’가 생각난다면 너무 심한 욕인가? 암튼 유명무실할 것 같은 조항이다.

미국의 데이트레이더가 돈을 잃자 이성을 잃어 총을 난사, 사람이 죽는 참극이 벌어지자 데이트레이드를 규제했다는 미국의 정책당국의 미봉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1) International Financial Services London에 따르면 2007년 현재 펀드수는 11,000개 운용자산은 2조2,500억 달라다

캐리트레이드

그래서 이 거대한 랠리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확실히 그것은 제로 금리에 가까운 이자율과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유동성 물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 자산 버블을 추동하는 더 중요한 요소는 모든 캐리트레이드들의 어머니인 美달러의 약세이다. 美달러는 Fed가 이자율을 현상유지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그럴 것이라고 예상됨에 따라 캐리트레이드의 주요한 저금리 통화가 되었다. 높은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더 높은 수익률의 자산과 다른 글로벌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美달러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은 달러를 단순히 제로 금리에 빌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美달러 약세로 달러 숏포지션에 거대한 자본이익을 안겨줌에 따라 — 연 이율로 하면 마이너스 10에서 20%까지 내려가는 — 엄청난 마이너스 금리로 빌리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사람들이 그들의 총 포트폴리오들에 대한 value at risk(VAR)의 감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각각의 자산군 사이의 위험 상관관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는 이 평범한 통화정책과 캐리트레이드에 의한 것이다. 사실상 그것은 하나의 거대하고 단순한 거래가 되었다. — 달러를 매도하고 임의의 글로벌 위험자산을 사라.[Mother of all carry trades faces an inevitable bust, 전문보기]

둠박사 누리엘 루비니의 경고다. 사실상 금융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캐리트레이드다. 선진국들의 낮은 금리의 안전한 통화를 기반으로 나머지 나라들의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붙여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캐리트레이드는 그 공식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저금리 통화(funding currency)’인 美달러가 ‘안전한’ 통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루비니도 지적하다시피 달러 약세는 캐리트레이드와 정비례 관계이다. 그러니 둘은 서로를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값싼 통화는 기축통화는 고사하고 저금리 통화도 되지 못하는 법이다.

어느 순간 美당국이 — 혹은 시장이 —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껴 금리를 올리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는 순간, 각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할 것이다. 포지션 청산기는 완만한 수준으로 전개되는 포지션 구축기와는 달리 모든 사태가 급격하게 돌아간다. 바로 얼마 전에 목격했던 그 거대한 디레버리징을 상기하면 된다. 루비니를 비롯한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캐리트레이드가 적절한 조절 없이 청산되면, 그 여파는 이전의 금융위기를 무대연습 수준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자기성찰에 관한 글에서 발췌

이론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때가 헤지펀드를 위한 때다. 그러나 헤지펀드 역시 크게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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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세계에서 현재 2조 달러로 추정되는 미결제 자산의 10%에 해당하는 연말 환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지난 두 달 동안 디레버리징과 환매의 공포가 많은 헤지펀드들 사이에 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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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상황은 끝이 날 것이다. 유일한 질문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헤지펀드 세계에는 어떠한 의미인가? 우리가 다시 한번 레버리지가 수익보다는 훨씬 더 리스크의 요소임을 이해하였기에 우리 세계는 확실히 개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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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세계에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펀드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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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고 언제나 그럴 것이지만 좋은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한 수요는 있다. 이제 사기꾼을 위한 여지는 없을 뿐이다.

Times like these were theoretically made for hedge funds, but hedge funds have suffered greatly a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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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vering and fear of redemptions have obsessed much of the hedge fund world for the last two months as some estimates for year-end redemptions run as high as 10% of the outstanding $2 trillion assets currently estimated in th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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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this environment will end. The only question is when. So what does this mean for the hedge fund world? Our space definitely needs revamping as we once again deal with the realization that leverage is far more a function of risk than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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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obvious now that there are too many funds and too many people in the space that do not understand how to manage risk effecti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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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always and will always be a need for good hedge fund managers; there is just no room for the pretenders now.

[출처]

레버리지

대공황, 90년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은 신용위기. 이 거대한 경기혼란의 시기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공통점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가 바로 레버리지(leverage)다. 아르키메데스가 “내게 설 발판과 적당한 지렛대를 준다면 나는 지구를 움직여 보고 싶다”라고 했다던가? 그만큼 레버리지, 즉 지렛대의 효과는 엄청나다.

회사에 1억 원이 있다. 이 돈으로 연 수익률 10% 사업을 하려 한다. 1년 후면 1천만 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은행에서 1억 원을 연 5%에 빌려 투자하면 2천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 중 5백만 원은 이자로 돌려주면 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1천 5백만 원을 벌 수 있다. 결국 ROE(Return on Equity ; 자기자본수익률)은 전자의 경우 10%(1천만 원/1억 원), 후자의 경우 15%(1천5백만 원/1억 원)이다.(주1)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의 간략한 이치다.(주2)

남의 돈을 싼 값에 빌려 수익성 있는 사업에 유용하면 한층 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화폐가 처음 만들어진 시절부터 돈놀이를 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판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른바 레버리지에 의한 수익률 극대화가 기업운영의 핵심이치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주3)

라스콥이 1929년 초여름 발표한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회사를 하나 설립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200달러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프롤레타리아는 이 몇 푼 안 되는 돈을 그 회사에 투자한다. 회사는 이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인 500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입한다. 나머지 300달러는 회사가 대부를 위해 설립한 금융 자회사로부터 빌리고 자회사에게 모든 주식을 담보로 예탁한다. 이제 초기 자본가의 길로 들어선 프롤레타리아는 매월 25달러씩 채무를 상환 받게 될 것이다.[대폭락 1929, 케네스 갤브레이스 저, 이헌대 역, 일리, 2007년, p88]

민중의 벗이었던 민주당 의원 존 라스콥(John J. Raskob)이 프롤레타리아를 자본가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었다 한다. 당시 한 신문은 ‘월스트리트의 위대한 정신이 낳은 최대의 꿈’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이 계획은 당시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던 투자신탁의 운용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어떤 현명한 투자자는 구두닦이가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끝물이라는 것을 짐작하여 주식을 처분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뒤 바로 주식은 폭락했다던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정설로 자리 잡은 것이 없는 듯 하나 분명한 사실은 그 당시 우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부채비율을 자랑하였다는 것이다. 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독재정부에 부역하여 얻어낸 기업들은 이후의 자금조달 역시 철저하게 독재정부의 관치금융에 의존하였다. 그때까지도 직접조달 시장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기에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은 주된 자금조달 창구였다. 그리고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엄청난 레버리지를 자랑하던 기업들이 무너졌다. 그 뒤 김대중 정부는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번 신용위기 역시 레버리지가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는데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몇 년 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바로 그 살인적인 레버리지로 돈놀이를 하다가 망했음에도, 도대체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이 사건은 케이스스터디로 써먹지도 않은 것인지 바로 그 스타일을 투자기업들이 답습하다가 말아먹은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탈규제를 통해 모든 투자기업들을 제2의 LTCM으로 만들어주었다. LTCM과의 차이가 있다면 모든 투자은행들이나 헤지펀드가 LTCM처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직원으로 둘 수는 없었다. 희소성이 강한지라.

이번 사태가 레버리지라는 측면에서 이전 두 사태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 하나가 있다면 금융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역시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대공황 당시에도 소비자들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갖다 빌려 쓰기는 했다. 하지만 이 차입이 현재와 만큼 상당한 정도의 투기적 요인을 부추기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러한 측면이 있었다면 기껏해야 주식시장에서의 증거금 제도 등을 활용한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경제선진국, 특히 미국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소비행위를 동시에 투자행위로 둔갑시키는 적극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얼마 안되는 자신들의 돈과 신용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ROE를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자신들이 낸 돈, 이른바 자기자본(Equity)조차 equity loan 을 활용하면 ROE는 무한대로 증가한다. 분모로 쓸 돈이 없으니까. 또 한편으로 간접투자펀드에 돈을 집어넣어 그 돈들이 또 다른 신용공여에 기여토록 한다. 80년 전 라스콥이 꿈꾸었던 ‘프롤레타리아 자본가 만들기 운동’이 실현된 순간이다.

헤지펀드에 관한 웹사이트 hedgefund.net 은 Leverage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레버리지 그 자체는 금융시장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의 남용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교훈이 언제라도 잊히지 않기를 기원한다.
Leverage itself is necessary for the success of financial markets, but its abuse can lead to disastrous consequences. Let’s hope that these lessons are not forgotten anytime soon.

동의하는 바다. 레버리지는 금융시장에서 사라질 수 없는 존재다. 문제는 그런 한편으로 교훈은 너무나도 쉽게 잊힌다. 거기에다 자기증식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보라. 부동산PF 등 기업대출, 처분조건부대출 등 가계대출 등은 모두 실은 레버리지 비율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레버리지의 적정선, 그 리스크헤지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면 노벨경제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고 – 어쩌면 노벨평화상까지도? – 금융자본주의의 구원자로 후대에 길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주1) 물론 법인세 절감효과 부분도 있지만 이는 계산이 복잡해지므로 생략

(주2) 이 이치의 반대편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회사가 당초 연 수익률 10%로 예상하고 자기 돈 1억 원과 은행에서 연 5% 금리의 1억 원을 차입하여 투자를 단행했다고 하자. 예상이 어긋나 오히려 10% 손해를 보았다. 100%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였을 경우 ROE는 -10%다(-1천만 원/1억 원), 은행돈을 빌려 사업을 했을 경우 ROE는 -15%(-1천5백만 원/1억 원)다. 여기에 해당은행으로부터의 담보처분 요구, 신용등급 강등의 부수적인 손해까지도 감수해야할 위험성이 있다.

(주3) 특히 그것이 마르크스 주의에서 주장하는 이윤율저하경향법칙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더욱 더 큰 유혹이 된다. 즉 낮은 이윤율을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 레버리지 효과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그린스펀 시대의 장기적인 저금리 상황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지적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