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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와 부동산 이슈

APEC정상회의에서의 ‘핵잠수함‘이나 ‘GPU 26만 장‘ 등의 맹활약 덕분에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가 대폭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63%, 부정 평가는 29%였다. 긍정 평가는 직전 주(10월 다섯째 주) 대비 6%포인트 올랐고,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4%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지지율 변화 이외에도 흥미로운 항목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의 부정 평가 이유 중 ‘부동산 정책/대출 규제’가 5%를 차지했다. 부정 평가의 사유 중에서 일곱 번째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직전 주인 10월 다섯째 주에서는 12%로 가장 높은 사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부동산 이슈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이 흥미롭다. 참고로 보다 길게 잡아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쯤의 지지율 조사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지지율 추이와 부동산 이슈에 대한 긍·부정 평가 비율을 정리해 보았다.

이 그래프를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중반에서 60% 초반까지 횡보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이슈는 10월 셋째 주에 갑자기 부상했다. 이즈음 서울의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며 미디어가 난리법석이던 때다. 그리고 소위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이라는 강공책을 내놓았다.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 사유로는 거론되지 않지만, 부정 평가 사유로는 12%로까지 크게 치솟는다. 그러다가 11월이 되어서는 이 비율이 5%로 급락한 것이다. 그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과 지지율 중 부동산 이슈에 대한 평가

우선 긍정 평가 사유 중 부동산 정책이 미미한 이유는 뭘까? 이는 긍정 평가 사유 중 예외 없이 1, 2위를 차지하는 ‘경제/민생’ 항목에 부동산 정책도 포함됐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짐작할 수 있다. 갤럽조사는 응답자가 객관식 항목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주관식으로 응답하는 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은 넓은 의미의 경제/민생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아직 부동산 정책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이 아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 평가 사유 중 ‘부동산 정책/대출 규제’는 유난히 긍정 평가 사유보다 높을까? 부정 평가 사유의 수위를 점하는 항목을 보면 거의 매번 ‘외교’가 차지했고, 이번 조사에서는 ‘도덕성 문제’가 차지했다. 즉, 이 대통령의 부정 평가는 지금 경제적 이슈보다는 소위 ‘반미/친중’ 프레임과 ‘각종 의혹 관련 재판’을 둘러싼 ‘부도덕’ 프레임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그 와중에 경제 이슈로 가장 눈에 두드러진 부동산 이슈가 ‘부동산’이란 이름으로 치고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부동산 이슈는 한 정권의 지지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내 높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중 지지율이 급락했는데, 그중 가장 큰 사유가 25%로 꼽은 ‘부동산 정책’이었고 이에 따라 결국 정권이 교체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지방선거를 앞둔 현 정권도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부정 평가 사유 중 부동산 이슈가 잦아들고 있는 것은 민주당에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부정 평가 사유 중에서도 ‘민생/경제’는 3, 4위권의 주요 사유다. 긍정 평가에서의 그것처럼 부동산을 아우르는 항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이슈가 별도로, 1위로 오를 만큼 유권자는 부동산에 민감하다. 한국인은 부동산에 몰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라고 했지만, 정치는 단언(斷言)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유기적 존재다. 전 세계 유동성 장세도 불안 요소다. 비바람(대출 규제)이 안 먹히면 햇볕(세금)으로라도 옷을 벗겨야 한다.

포츈誌의 AI 버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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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rcoHerreraOwn work, CC BY-SA 4.0, Link

엔비디아가 이번 주초에 Open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I를 둘러싼 위험한 금융 거품이 존재하며, 이 부문의 상장 및 비상장 기업 가치 평가의 기초가 되는 매출과 수익 수치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최근 거래가 과거 기술 호황기의 과도한 행보와 너무나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초 닷컴 버블 당시, 노텔, 루슨트, 시스코와 같은 통신 장비 제조업체들은 스타트업과 통신 회사에 장비 구매를 위해 자금을 대출했다.[Nvidia’s $100 billion OpenAI investment raises eyebrows and a key question: How much of the AI boom is just Nvidia’s cash being recycled?]

최근 포츈誌에서 엔비디아의 OpenAI 투자 소식을 전하였다. 다만, 매체는 이 소식이 과거 닷컴 버블의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AI를 둘러싼 또 하나의 위험한 금융 버블(a dangerous financial bubble around AI)”일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wsws는 이 소식을 포츈誌 인용을 통해 전하면서 이러한 투자가 가지는 위험성을 한층 강조했다. 작년 OpenAI는 37억 달러의 매출에 5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GPU의 최대 공급기업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아 일반 미국 가구 1천만 가구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양이 소비되는 10GW급의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현재의 AI 시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수의 AI기업들이 서로 간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시장이다.1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OpenAI 투자 계획에 대해 시장 분석가는 “명백하게 ‘순환적 (거래)’ 우려를 부추길 것(clearly fuel ‘circular’ concerns)“이라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2024년에도 AI 기업을 위한 50건 이상의 투자 계약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OpenAI 건 등을 포함하여 작년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이익을 다시 칩의 수요자에게 투자하여 시장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값비싼 자사의 칩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기업에게 임대 형태의 거래를 통해 칩의 공급량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순환적 거래”는 어떻게 버블을 형성하는 것인가? 일단 앞서 말했듯 칩 구매를 칩 임대로 바꾸면서 제품의 감가상각 위험을 칩 구매자가 아닌 엔비디아의 재무제표에 남겨 놓음으로써 AI 기업의 공격적 (또는 투기적) 투자를 쉽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엔비디아가 투자자가 되면서 AI 기업 신용거래의 이자 조달 비용이 내려갈 기회를 제공하면서 더 강화될 수 있다. 엔비디아로서는 AI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향후 진정한 구매자가 될 여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인용한 포츈誌 보도처럼 과거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아야만 했다.2


이미지 출처

어쨌든 “버블”이라고 해도 기술 거대기업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있기에 기업과 정책당국은 과잉투자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지난 분기 미국의 실질 GDP의 성장에서 AI 관련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7″이 S&P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약35%다.3 유럽 등 다른 경제권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AI 시장이 투자와 이에 따른 주가 급등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이윤으로 이어져야 하는데,4 현재로서는 이들 기술 기업끼리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며 순환적 거래로 지탱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칼 맑스의 노동가치 이론에 근거하여 관찰하자면, 현재 세계는 불변자본의 비중이 가변자본에 비해 매우 높은 AI 산업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5 즉, 가변자본 대비 불변자본의 비중이 증가하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 단계로 이어지고 있고,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타 산업의 가변자본을 삭제해 버리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6 즉, 막대한 전기와 자원의 낭비는 가격 산정에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7 89(거품이 형성되는 기간에는) 가치 이하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는 AI 서비스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기존 노동력을 해고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도 수익성이 제한적인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환경 파괴와 시장 전체 이윤율의 저하로 이어질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10

한편, 이러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의 일환인지 샘 올트먼은 최근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최태원 등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남/포항 AI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 등의 계획을 발표하였다.11 이 만남의 며칠 전에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도 뉴욕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로의 AI 관련 투자를 약속했다. 비록 아직은 말치레 수준으로 보이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입질이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이런 글로벌 기업의 행보가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앞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금융 버블” 조짐의 와중에서의 섣부른 파트너십은 일종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음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사려깊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AI 버블 논쟁에 대한 강정수 씨의 의견

  1. 번외의 이야기지만, 이 기업들의 판돈은 수십 년간의 양적완화로 인해 축적된 자산 버블에서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2. AI 버블의 규모가 닷컴 버블의 그것의 17배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3. 또한 시장에서 비상장 기업인 OpenAI의 기업 가치는 현재 5천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4.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솔로몬은 인공지능에 투자되는 많은 자본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 JP모건은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1조2,0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6. “전 세계적으로 4개 중 1개의 일자리가 생성형 AI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는 연구 결과도 있다.
  7.  GPT-5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약 16.4TWh로 추산된다. 이는 슬로베니아 국가 전체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수치다.
  8. AI 데이터 센터는 2035년까지 1,600테라와트시의 전력 수요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 세계 전력의 4.4%에 해당한다.
  9. 한편 제프 베조스는 이런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 안에,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 이러한 경향에 대한 우려 등등해서 샘 올트먼은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기는 하다.
  11. 아래 강정수 씨의 추측도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오픈에이아이 데이터센터의 지역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 쓴 선거 소회

# 지지율 격차에 실망한 이도 있을 텐데, 어찌 보면 민주당으로서는 유례없는 승리라 생각한다. 사실상의 주요한 단일화 없는 단일 세력으로 승리하였고, 더욱 조기 대선을 가능케 했던 것은 내란수괴의 발작 때문인데 민주당이 수괴가 계속 버튼이 눌리게 빌드업했고 그것도 일종의 주요 전술이었다

# 왜 ‘민주당은 보수’라고 동진했음에도 TK 득표에 실패했을까? 수많은 분석이 있겠지만, 사견으로 ‘민주당이 30번이나 탄핵을 해서 윤이 계엄을 했다’는 프레임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러지 말아야 했는가 하면 결과론적으로는 51대 49 싸움에서 2를 득점한 묘수였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지점은 3차 토론에서 이재명 씨가 이준석의 단일화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던 장면이다. 일종의 김빼기 전략인데 이게 준석열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는 의문이지만, 사람들에게 그 단일화의 신선감을 줄이는 데는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 요컨대 이번 대선은 사실상 민주당이 국짐 멱살잡고 ㅈㄴ게 달려 억지로 만든 선거라는 점에서 503이 뻘짓해서 건식 느낌이었던 19대 대선과는 다른, 더 치열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실기한 그 전쟁은 오늘부터 2차전에 돌입한다. 국회, 검찰, 사법부 등 다양한 전선이 존재하는 체제 전복 선거


“Alive and kicking. Stay until your love is alive and kicking.”

RE100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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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T Rader, https://matthewtrader.com, CC BY-SA 4.0, Link

RE100은 사실 불가능한 겁니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구여권(舊與圈) 후보가 후보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김문수는 이 발언 이전에 RE100이 뭔지 알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가 RE100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위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아마도 그가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3년 전의 같은 당의 후보가 RE100이 뭔지 몰라서 버벅거렸던 상황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때는 RE100이 뭔지 몰라도 된다고 뻗대던 상황이었고 이제는 RE100이 뭔지는 안다고 우기는 상황이 그나마 조그만 차이라면 차이다.

그의 발언에 반론하자면 RE100은 달성 가능하다. 아니 달성 가능해야 한다.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CDP가 연합하여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한 캠페인인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선언으로 기후변화의 주요한 대처방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작용하며 상품 수출의 비관세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수출 비중이 GDP의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그런데 김문수는 왜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까? 아마도 그는 RE100을 국내 모든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RE100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RE100은 일종의 기업의 자율적인 선언으로 2024년 10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33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36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기업은 RE100 달성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하지만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기업에게도 RE100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상기의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해외 주요업체의 – 예를 들면 테슬라 – 협력사인 경우 RE100을 실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주요업체가 자체 RE100 달성을 위해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다. 그런 경우 협력사는 거래를 끊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김문수의 생각처럼 RE100은 달성 불가능하니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쓰겠다고 우기면 될까? 물론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우긴 경우가 윤석열의 CF100이다.

RE100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어제 대선 후보 토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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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ac Cruikshankhttp://www.library.yale.edu/walpole/html/exhibitions/hair/image003.jpg, Public Domain, Link

어제 이번 대선에 출마한 중 4명의 주요 후보들이 방송국에 모여 경제 이슈에 관해 토론했다. 보다 안 보다 하긴 했지만, 총평을 하자면 한국 정치 지형은 – 사실 물론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 희한하게도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많은 영역에서 보다 더 정치적 관념으로 소구되는 경향이 있어 사실관계에 근거한 경제 이슈 토론이라기보다는 또 다시 경제 이슈에 대해 정치적 편견에 근거한, – 정치(精緻)하지 않은 – 정치적 레토릭으로 경제 이슈를 주장하는 정치 토론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많은 이들이 경제적 ‘실용’을 이야기하지만, 그 실용은 늘 그렇듯이 본인 혹은 소속 정당의 정치적 선입견에 매몰되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물론 경제학은 본래 “정치경제학”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 정치(精緻)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제적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토론자는 사견으로 이재명이다. 이재명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과정이 실용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스토리에서도 그의 그러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경제정책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관점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에 대한 발언에서 이런 관점은 명확히 드러나고, 특히 외교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당연히 옳다. 애초에 누구의 편을 들 것이냐며 다그쳤던 이준석의 입장이 치기어린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런 실사구시 스탠스는 토론에서는 방어적이거나 나약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런 그의 (실사구시적) 수동적 태도의 한계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걸로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는 궤변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후보 권영국의 경제적 입장은 비교적 선명하다. 세제 정책으로 대기업 증세를 명확히 천명하여 나머지 후보들이 침묵하는 재원 확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또한 노동자들이 산재에 고통 받는 상황과 – 최근 희생당한 노동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 최저임금 배제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 공약했다. 이러한 권영국의 선명한 입장은 사실 아직은 기득권 세력과 타협할 이유가 없는 정치적 소수이기에 가능한 스탠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강소국”인 한국경제의 앞날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에 대한 실용적 정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진보세력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에서 최하점의 후보는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개혁신당의 공약을 말해야 할 본인의 시간의 상당부분을 이재명을 비방하는데 낭비했다. 물론 집권 가능성이 없는 마이너 우파 후보여서 상대적 좌파인 이재명을 공격함으로써 우파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야 이해가 가지만, 더더욱 집권 가능성이 없던 좌파 후보 권영국의 집권 시나리오는 이준석에 비해 훨씬 탄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엉뚱한 공격 포인트는 서남권에 풍력 발전소를 설치해 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재명의 공약에 대한 비난이었다. 이재명의 공약은 전력계통망에 대한 과부하 이슈로 인한 대안인 분산전원을 위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당연한 대안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에너지 믹스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준석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이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해 후보 스스로가 좀 더 공세적으로 우파의 비방에 대응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다. 이준석은 특히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를 “환경 카르텔”이라고 악질적으로 호칭하기도 하였다. “OO 카르텔”이라는 호칭은 내란 수괴가 자신의 적을 악마화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라는 점에서 악질적이고, 또한 재생에너지가 환경 카르텔의 음모라는 그의 입장은 국제 통상환경에 비추어서도 역진적이다. RE100 이나 기후변화에 가장 무대책인 한국은 윤리적 이슈뿐 아니라 통상 이슈에 있어서도 뒤쳐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RE100 이 “철지난 타령”이라는 기사도 봤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꼴등인 나라의 외람이가 할 소리는 아니다.

요컨대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재명의 경제정책은 AI 등 첨단산업 및 재생에너지 활성화인 것 같다. 이러한 정책은 AI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및 대만과 HBM 등 부품 산업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적인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그러한 트렌드에 그동안 따라잡지 못한 절대적 열위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재벌 특혜 제공, 에너지 정책의 역진 등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는 수구적 시도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면 스스로 민주당을 우측으로 옮긴 이유는 좌측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좌측이 있어야 미래를 지탱할 수 있다.

아… 김문수는 언급도 안 했네! “잘 관리되는 원전은 오히려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고 발언함.

이준석이 권영국에게 건방떨다가 깨지는 장면 “차별하지 말라고~”

반도체 산업, 허수아비가 아닌 자본가를 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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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적용을 제외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1 2 법을 밀어붙일 경우 노동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제목으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찬반토론)에서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과 각종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 외의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이해관계가 충돌될 때는 합의가 안 될 때가 많고, 간극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욕먹을 건 먹고, 책임질 건 책임지고, 그전까지는 최대한 대화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반도체특별법 욕 먹어도 한다” 이재명 대표 ‘답정너’ 의지]3

이것은 허수아비 때리기다. 지금이 노동시간 연장을 운운할 정도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인가?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말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대한민국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HBM 실적의 호조를 기반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는 굳이 따지면 모두 “한국 국적”의 회사다. 그렇기에 모두 대한민국 법률에서 정한 주 52시간제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계는 –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하여 – 주 52시간제 때문에 산업이 위기라며 이 규제에 대한 철폐를 주장했다.4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같은 규제를 적용했는데 삼성은 위기고 SK는 호황인데 둘 다 노동시간 규제 때문에 불만이다. 뭐 어쨌든 일단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세계 반도체 산업계가 실낱같은 네트워크로 이어진 업계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반도체의 설계, 소재, 제조, 제조를 위한 장비 등이 독점 또는 과점 체제 하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계와 비교해서 굉장히 예외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엔비디아, AMD, ASML 등의 업체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 반대로 HBM 등 최신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 삼성전자처럼 문제의 원인을 알고, 젠슨 황도 립서비스+푸쉬 성으로 삼성전자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단기간에 이슈를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거진 이슈가 업계의 초과 근로 요구다. 일단 재계는 우리의 경쟁국은 근로 시간의 규제가 없다며 우리의 경직된 규제를 탓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세의 흐름을 놓친 것이 단순히 노동시간 탓일까?

“뺑이치기”로 성공한 기업이 파운드리 업체 TSMC라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노동문화를 공유하는 대만 업체라 그들도 초과 근로가 일종의 직업윤리인 것처럼 포장되고 왔던 정황이 있기도 하다.5 그리고 어쨌든 반도체 네트워크에 잘 안착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 2위 업체 – 라고는 하지만, TSMC가 넘사벽인 – 삼성전자는 그래서 단편적으로 초과 근로를 해야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런데 파운드리란 반도체 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 공급하는 공장을 가진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다. TSMC는 경영진의 능력으로6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엄청난 물량을 발주 받아서 초과 근로라도 해서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은 야근을 할 수주 물량이 있는가? 찍새가 물량을 못 받아왔는데 딱새가 야근을 하면 뭐하나?

업계는 반도체 설계 등 “고급”노동을 하는 고소득 노동자는 초과 근로를 통해 업계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7 다시 HBM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당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기 이전에 삼성전자에 와서 자기들의 GPU에 필요한 HBM의 생산을 요청했다는 풍문이 있다. 그런데 배가 부른 삼성전자는 이를 거부했고 배가 고픈 SK하이닉스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엔비디아의 요구에 부합하는 HBM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다. 당시 SK하이닉스에서 HBM 개발부서의 임원이었던 분은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답변을 피하며 엔지니어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의대 안 가고 공대가서 취업한 고급 인력이 외국 빅테크만큼의 보상도 없이8 사명감으로 일해서 이만큼 따라잡았으면 이제 보상을 해줄 차례가 아닐까?

반도체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과 근로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은 아동 노동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망할 것이라던 19세기 자본가의 주장을 연상케 한다. 굳이 노동이 중요하다면 노동자와 경영자 모두의 노동의 양(量)에 앞서 질(質)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지금 시점이라면 반도체 기업의 수장이 위기 극복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모리스 창, 젠슨 황, 샘 올트만, 리사 수 등 모두 성공한 기업인이자 기술을 꿰뚫고 있는 엔지니어다. 이재용과 최태원은 엔지니어인가? 그냥 금수저 일뿐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와 주식시장의 발전을 막고 있는 자본 세습의 수혜자일 뿐이다. 초과 근로를 주장하기에 앞서 경영 시스템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허수아비가 아닌 자본가를 때려야 한다.

권력도 안 잡았는데 이재명의 급속 우회전에 현기증이 난다

  1. 여당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여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출처)
  2. 그 와중에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홍성국 씨가 또 이런 발언을 했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소프트웨어 산업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한번 둑이 터지면 계속 둑이 터지는 법
  3. 해당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총 노동시간에 대한 발언
  4.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던 지난해 12월5일, 삼성전자는 국회를 찾아가 민주당에 법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다.(출처)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이 202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용노동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건수는 총 23건으로 이중 삼성전자가 22건이었다.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는 0건이었는데 오히려 HBM 메모리를 증산하여 미국의 기술기업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납품하여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 성과는 더 뛰어났다. (출처)
  5. “TSMC는 노동 유연성이 경쟁력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단편적인 접근이다. TSMC가 한때 장시간 노동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TSMC도 일과 삶의 조화를 천명한 상태다.”(출처)
  6.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TSMC의 CEO 모리스창이 CEO 자리에 있으면서 어떻게 성장의 결정적 장면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이 영상을 참고
  7. “테스트를 계속 잡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한 사람이 16시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같은 부서에서 3교대로 넘겨받는다. 한국 업체들도, TSMC도 이미 그렇게 24시간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TSMC가 장시간 노동으로 제품(물량)을 따냈다는 건 1년 동안 일부 인원에게 연봉의 2~3배를 주면서 ‘결사대’처럼 만들어 운영한 것이다. TSMC에서도 일·생활 균형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은 과로가 줄고 처우가 나아졌다.”(출처)
  8. 이 영상을 보면 반도체 회사에 취직하여 43건의 특허를 받은 한 엔지니어가 물질적으로 받은 보상은 다 합쳐도 2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