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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계속 춤을 출 투자자

‘경제위기국’ 낙인이 찍혔던 키프로스, 그리스, 에콰도르 등이 잇달아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국제금융시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중략]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국가들의 국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경제 위기국’ 국제 금융시장 복귀 러시, 서울경제, 2014년 7월 2일]

서구의 투자자들이 자국의 낮은 금리로 조달한 금액을 이머징마켓이나 경제위기국에 투자하여 차액을 챙기는 이른바 “캐리트레이드(currency carry trade)”가 계속 되고 있다. 최근 EU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리스가 5년물 국채를 5%에 조달하는가 하면 2008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에콰도르조차 10년물 국채를 7.95%에 조달했다고 한다. 이런 “비이성적인” 투자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금리가 마냥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투자자는 음악이 흐를 동안은 춤을 춰야 하는 모양이다.

채권 투자자는 보통 채무자의 신용 리스크, 환(換) 리스크,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부담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큰 손으로 행세하고 있을 서구 투자자는 이 중에서 환 리스크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많은 국채들이 기축통화 표시채권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신용 리스크가 가장 큰 리스크 인데 자국정부가 국제정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신용 리스크 또한 상대적으로 경감될 수 있다. 1990년대 멕시코의 페소 위기 당시 서구 채권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우려되자 빌 클린턴이 구제 금융을 통해 불이행을 막은 것이 한 예이다.

Bond issued by the Dutch East India Company in 1623

최근 아르헨티나를 디폴트로 몰아넣을 수 있는 헤지펀드와의 소송도 좋은 예다.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채권자들에게 부채 조정을 요구했고 신용 리스크에 노출된 채권자 상당수는 불가피한 헤어컷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미국의 한 헤지펀드는 완전한 변제를 요구하며 법정 투쟁을 벌였다. 미국에서 발행된 채권이니 만큼 미국 법원에서 벌어진 재판에서 재판부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무를 모두 갚으라고 판결했다. 어쨌든 서구 투자자는 다른 지역의 투자자라면 누리지 못할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환(換)과 신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고 금리 아비트리지 까지 향유할 수 있다면 서구 투자자가 경제위기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중앙은행은 기축통화를 저리에 융자해주고, 채무국의 채무불이행이 우려되면 정부나 법정은 채무이행을 강제할 것이고 – 물론 그마저도 안 통할 때도 있지만 – , 투자자는 차익을 향유할 것이다. 어쩌면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투자일지도 모른다. 바닥을 기고 있는 美국채를 사는 것이 멍청한 일 아니겠는가? 언제까지 음악이 흐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그러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인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위험하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관련 뉴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는 2003~2008년의 호황기의 반절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0%로 고정되어 있다. [중략] 외국자본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 역시 높은 상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말 GDP의 7% 정도 까지 치솟았다. 금년엔 4~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말이다.[Why India is particularly vulnerable to the turbulence rattling emerging markets]

서양의 주요한 경제지에는 최근에 연일 인도 관련 소식이 주요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원인을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 이에 따른 美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 가능성, 그리고 연쇄적인 서구자본의 인도에서의 자금회수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및 주변국들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트레이드”의 주된 통화는 한동안 일본의 엔貨였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일본 당국의 해법과 비슷한 저금리 기조와 통화팽창으로 대응하자 美달러가 새로운 캐리트레이드의 통화가 되었다. 결국 신용위기의 발단이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사태가 지구적인 범위에서 확대된 셈이고 인도가 그 주요 대상국이었다.

값싼 통화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는 기발하다고 할 것도 없는 투자기법인데 역사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그 위험이 파괴적인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한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그 위험을 간과하며 그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빚의 상환재원이 빚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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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캐리트레이드

그래서 이 거대한 랠리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확실히 그것은 제로 금리에 가까운 이자율과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유동성 물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 자산 버블을 추동하는 더 중요한 요소는 모든 캐리트레이드들의 어머니인 美달러의 약세이다. 美달러는 Fed가 이자율을 현상유지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그럴 것이라고 예상됨에 따라 캐리트레이드의 주요한 저금리 통화가 되었다. 높은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더 높은 수익률의 자산과 다른 글로벌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美달러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은 달러를 단순히 제로 금리에 빌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美달러 약세로 달러 숏포지션에 거대한 자본이익을 안겨줌에 따라 — 연 이율로 하면 마이너스 10에서 20%까지 내려가는 — 엄청난 마이너스 금리로 빌리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사람들이 그들의 총 포트폴리오들에 대한 value at risk(VAR)의 감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각각의 자산군 사이의 위험 상관관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는 이 평범한 통화정책과 캐리트레이드에 의한 것이다. 사실상 그것은 하나의 거대하고 단순한 거래가 되었다. — 달러를 매도하고 임의의 글로벌 위험자산을 사라.[Mother of all carry trades faces an inevitable bust, 전문보기]

둠박사 누리엘 루비니의 경고다. 사실상 금융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캐리트레이드다. 선진국들의 낮은 금리의 안전한 통화를 기반으로 나머지 나라들의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붙여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캐리트레이드는 그 공식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저금리 통화(funding currency)’인 美달러가 ‘안전한’ 통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루비니도 지적하다시피 달러 약세는 캐리트레이드와 정비례 관계이다. 그러니 둘은 서로를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값싼 통화는 기축통화는 고사하고 저금리 통화도 되지 못하는 법이다.

어느 순간 美당국이 — 혹은 시장이 —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껴 금리를 올리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는 순간, 각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할 것이다. 포지션 청산기는 완만한 수준으로 전개되는 포지션 구축기와는 달리 모든 사태가 급격하게 돌아간다. 바로 얼마 전에 목격했던 그 거대한 디레버리징을 상기하면 된다. 루비니를 비롯한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캐리트레이드가 적절한 조절 없이 청산되면, 그 여파는 이전의 금융위기를 무대연습 수준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

호경기 기대감에 따른 캐리트레이드 증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란 통상 저금리통화(funding currency)를 차입 또는 매도하여 고금리통화(target currency)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를 말한다. 유형별로 볼 때 기초자산 캐리트레이드는 저금리통화를 차입하여 고금리통화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국통화를 외화로 교환하여 해외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고, 파생 캐리트레이드는 외환파생시장에서 저금리통화 매도/고금리통화 매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① 위험자산 회피심리 완화 ② 금리격차 확대 ③ 환율변동성 축소 등 캐리트레이드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의 투자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하였으나 2009년 2월 이후 수익률이 상승세로 반전하고 있다한다. 새로운 세기의 캐리트레이드 국면에서 ‘저금리 통화’는 초저금리의  美달러화와 일본 엔화가 있고, ‘고금리 통화’는 호주 달러, 남아공 랜드화, 러시아 루블화 등이 득세하고 있다.

최근의 캐리트레이드 특징을 보면 ① 美달러, 엔, 유로 등 복수의 저금리 통화가 존재하고 ② 기축통화인 美달러가 캐리트레이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 ③ 글로벌 디레버리징의 영향으로 파생 트레이드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 ④ 저금리 정책 예상 지속기간이 짧아 투자가 단기형 투자로 몰리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과거의 엔화/장기/차입형 캐리트레이드가 달러/단기/비차입형(파생) 캐리트레이드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캐리트레이드가 증가함에 따라 고금리통화의 환율절상과 이머징마켓의 주가상승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고금리 통화는 저금리 통화에 비해 절상되어 있다. 주가 역시 고금리 통화가 통용되는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한편으로 보면 경제호전의 기미로 보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자금유입은 환율절상(주1)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통화증발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캐리트레이드 등 투자증가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입장
한편 누리엘 루비니 등 비관적 입장을 견지하는 전문가들은 한편으로 이러한 투자호전(?) 현상을 그리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 캐리트레이드가 “신용시장에서의 2007년 초기 스타일의 위험감수의 재판(the resumption of early 2007 style risk taking in the credit markets)”이라는 점 때문이다. 올프강 문차우의 경우 새로 다가올 버블의 유일한 원인은 “극도로 낮은 명목금리 수준(the extremely low level of nominal interest rates)”일 뿐이라고 냉소하고 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널리스트 길리언 테트(Gillian Tett)는 최근 은퇴한 한 은행가의 이메일을 소개하며 현재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달 초, 최근에 은퇴한 어떤 노년의 은행가로부터 과장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신용업계의 베테랑인 이 특별한 분은 여전히 시장에 있는 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2개월의 이벤트들은 잊어버려요. 노름꾼들이 다시 이전과 다름없이 공격적으로 노름을 하고 있어요.” 그는 적고 있다.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로 구성된 단기 거래들이 다시 유행인데, 플레이어들이 REITs와 상업자산, 상품, 이머징마켓, 그리고 상투적인 주식과 채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어요.”

“오, 나는 은행들의 PR 담당자들이 은행업이 진정되었다고 이야기하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걸 믿지는 마세요.” 그는 비통하게 이어나갔다. 돈이 공짜일 때에 — 또는 최소한 0.5%일 때에 — 그것을 레버리지를 키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거래자들을 멍청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없다고.

“통제에 대한 감각들은 창밖으로 던져지고 있습니다. 닷컴 열풍과 붕괴 이후 시장이 집단적인 마법(mojo)을 되찾는데 몇 년이 걸렸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몇 달이 걸렸을 뿐이네요.” 그는 덧붙였다. 그는 절망적인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2008년 10월은 그저 이 최신 버블이 터질 때의 충격의 무대연습에 불과한가요?”

나는 감히 이 서한이 몇몇 부분은 과장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장황하게 인용하는 것은 이 질문이 보다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6개월 전에, 금융 시스템은 멜트다운에서 끌어올려지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 이제 절망과 공포는 안도감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 몇 분기 만에 도취감으로 대체되었다.[원문보기]

과거의 캐리트레이드와 현재의 캐리트레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때는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상대적으로 멀쩡했고 지금은 멀쩡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 그마저도 의심되는 – 점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서구는 위안화가 캐리트레이드의 저금리 통화가 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참고문헌 : 최근의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2009.10. 한국은행 국제국[차장 이승호, 조사역 안희주/과장 조석방, 조사역 김동우.박영진])

(주1) 브라질 정부는 지난 10월 19일 자국통화인 레알(real)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전 부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자국 채권 및 주식투자에 대한 과세조치를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