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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자본주의 이상향을 실현해줄 것인가?

삼식부기 회계는 기업 지배 구조를 혁신하는 다양한 블록체인의 사례 가운데 첫 사례에 속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은 합법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주주운동가 로버트 몽크스 Robert Moks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는 CEO또는 이른바 제왕적 경영인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이익에 의해 돌아가는 과두체제와 같습니다.” 블록체인은 주주들에게 권력을 돌려준다. 자산에 대한 권리를 표창하는 ‘비트셰어’라는 토큰이 하나 또는 다수의 투표에 따라 생성될 수 있고, 각 투표는 기업의 특정한 의결 사항을 대변한다. [중략] 일단 투표가 이루어지면, 이사회 회의록과 의결 내역이 타임스탬프에 따라 불변 원장에 기록된다.[블록체인혁명, 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지음, 박지훈 옮김, 을유문화사, 2017년, pp 153~154]

올해 비트코인 등 이른바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의 상당부분이 한국 소재의 거래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하니 새삼 ‘한국인의 역동성은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하튼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하는 가상화폐 또는 스마트계약들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상식이 된 것 같다. 인용한 글이 담겨져 있는 블록체인혁명이라는 책은 바로 그 블록체인 기술로 우리가 미래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현황과 성찰을 담은 책이다.

인용문은 그중에서도 블록체인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로드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삼식부기는 우리가 복식부기라 부르는 재무제표가 두 가지 장부 기록이 있는 반면,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월드와이드 원장”에 제3의 장부기록을 추가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다. 기업이 각종 활동을 벌일 때마다 이 거래를 기록하고 블록체인에 타임스탬프가 찍힌 영수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삼식부기가 일반화되면, 시장은 최신 재무보고서는 분기에 한 번씩 기다릴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마다 버튼 한번으로 출력해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자본주의를 “분산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주식회사라는 도구가 발명된 이후 우리는 명목상으로는 이 도구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즉, 우리는 공인된 주식 거래시장의 설치, 주주자본주의 강화를 위한 입법 및 규제, 기업의 투명성을 위한 회계 및 공시 등 수많은 대안과 통제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인용문에서의 어느 주주운동가가 말하듯 여전히 기업은 – 주식회사조차 – “제왕적 과두체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는 많은 부분 고의 또는 제도적 결함으로 인한 기업의 불투명성 혹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결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 두 회사가 삼식부기에 의해 재무제표가 업데이트되었다면 주주는 보다 투명하게 회사가치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러하지 않았기에 주주는 회사가 정한 – 법에도 그렇게 정한 바 – 주식시장에서의 거래가격으로 합병하는 것에 대한 가부의 의사결정만 할 수 있었다. 일부 주장처럼 삼성물산의 장부가가 주가총액보다 높았을 수도 있는 사실은 복식부기로는 파악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이 기묘한 주주자본주의 역할극의 파국은 “총수” 구속이었다.

삼식부기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프로토콜을 지키지 않고 비슷한 독자적인 네트워크에 비밀스러운 가치를 숨기려 하는 부외 거래의 가능성’이 삼식부기 방식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문외한으로서도 드는 생각이 가상화폐는 프로토콜이 변경되면 새로운 가상화폐가 등장하는 것이지만, 삼식부기에서 프로토콜이 바뀌면 기존의 “불변”의 거래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통한 기업 투명성 제고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야말로 시장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가설의 이상향이 아닌가?

숫자가 삶의 토대가 된 현대사회

기업 활동의 결과는 (항상 현실의 단면만 제공할 뿐인) 컴퓨터로 기록되고 요약된 후 묻지도 않고 처리된다. “컴퓨터는 ‘노’라고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 후 수치를 기초로 결정을 내린다. 정반대 결정을 수십 번 반복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수많은 인간의 머리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결국 숫자가 자신의 토대가 되는 현실을 강조한다. 이를 두고 물화(reification)라 부른다.(‘res’는 ‘사물’, ‘facere’는 ‘만들다’라는 뜻이다.) 한 대기업이 예상보다 적은 수익을 올렸다는 발표 하나가 미미한 공포를 몰고 오더니 곧장 주식 폭락으로 이어져 결국 공포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고 마는 지금의 증시가 대표 사례일 것이다.[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반비, 2015년, p138]

어제 글의 같은 작가가 주장한 것처럼 경제는 – 혹은 신자유주의적 서사는 – 현재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정체성을 정의하는 주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서사의 영웅들은 다윗이나 삼손이 아니라 애플이나 엑슨모빌과 같은 기업 – 또는 루크 스카이워커? – 이다. 이 슈퍼히어로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는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영업수익이나 이런 실적 등이 반영된 주식가격이다. 현대 사회에서 슈퍼히어로가 슈퍼히어로로 인정받으려면 저자가 말한 물화(reific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물화 과정이 우리가 통상 믿는 것처럼 그렇게 정확하지 않거나 심지어 조작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고대 수학자가 수학을 연구한 이유가 신의 세계가 숫자로 표시되므로 연구를 통해 신의 섭리를 깨달으려 했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단 숫자로 표현된 것에 우리는 보다 객관적이라 여기고 강한 믿음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믿음을 발전시켜 현대 경제에서 기업은 재무제표를 만들고, 신용평가사는 그런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정부는 경제와 관련된 숫자를 모아 이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은 경제가 발달하면서 어느 정도 객관성이 검증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기업에 대한 복식부기를 통해 자산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신용평가가 기업이나 국가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유효한 잣대가 됨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고1, 인구센서스 등을 통해 경제계획을 수립함이 타당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의 아웃라이어들이 점점 늘어날 때다. 물화의 과정이 더 이상 내적으로 누적되어온 아웃라이어를 통제할 수 없어서 체제가 붕괴된 경험이 바로 지난 금융위기다.2

그 물화 과정을 통한 통제의 어려움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금융위기 이전에도 그런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용문의 저자도 따로 예로 든 엔론(Enron) 사태다. 에너지 기업에서 금융 기업으로 거듭 나면서 매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거론되곤 했던 엔론이 실천했던 “혁신”은 물화 과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분식회계 혹은 수많은 도관체를 활용한 “첨단금융기법”이었다. 이런 슈퍼히어로의 붕괴는 위험조정영업이익도, 재무제표도, 이사회도, 신용평가도, 감독기관도 막지 못했다.

그 뒤 금융위기라는 자본주의가 거의 붕괴될 뻔한 – 어쩌면 지금 그저 고사중인 – 사태가 발생했어도 나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은 제도를 버리지 못하고, 그 근간을 이루는 숫자와 경험주의적 데이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는 경제학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경향이라고 한다. ‘경제나 경제학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경제학에서도 과거에는 이론적인 부분이 다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숫자에 의존한 이른바 “실증적” 연구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실증적 연구가 갖는 문제점은 현실경제에서 숫자로 구성된 제도가 갖는 문제점과 유사하다. 실증적 연구는 “정반대 결정을 수십 번 반복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수많은 인간의 머리”가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 편의적으로 무시된다는 점이다. 재무제표에 담긴 자산의 가치평가, 충당금 규모, 부외금융에 대한 숫자가 작성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실증적 연구가 연구자의 가치평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은 우리가 숫자에 대해 갖는 경외심에 의해 압도당하는 것이 문제다. 숫자는 사회전반을 지배해가고 있다.

요는 회귀분석기법을 통한 논문이 통과되기가 쉽다는 점이다.

“재무제표를 믿지 마라.”

서로 상쇄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재구매 계약과 같은 그러한 거래들은 금융안정성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거의 두 배가 된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일부다. 개념상의 가치가 위험의 수준을 과장하는 반면, 네팅은 이를 과소평가하게 하고 은행에 감춰진 레버리지를 제공한다고 예일 대학의 재무 교수인 개리 고튼이 말했다. “그들의 재무상태표만 봐서는 은행들이 얼마나 크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튼의 말이다. “우리는 위험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리먼의 추락 이후 몇 년 간 위험을 감추는 은행들의 능력은 런던 고래라 알려진 한 트레이더가 2012년 그의 포지션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벌어진 잘못된 방향의 파생상품으로의 베팅으로 입은 JP모건의 62억 달러의 손실에서 드러났다. 이 거래의 개념상의 가치는 1500억 달러에 달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큰 이 은행의 재무상태표에는 훨씬 적은 금액으로 표시되어 있었다.[Banks Seen at Risk Five Years After Lehman Collapse]

재무제표는 한 회사의 재무 상태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정보이기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주체의 현황을 알려주는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재무제표를 아무리 정밀하게 꾸미더라도 소위 인적자원이나 지적재산권과 같은 무형적인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 이 수단을 계속 애용될 것이다. 하지만 고튼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그 유용성이 날로 퇴색되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경제주체들은 프로젝트파이낸스, 파생상품과 같은 다양한 부외(簿外)거래를 통해 재무제표 상의 수치를 악화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행위를 영위한다. 인용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거래가 관념적으로 다소 과장된 수치로 표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거래들이 네팅이나 도관체 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는 것은 분명 중대한 문제다. 이런 지저분한 행위로 가장 유명한 업체가 엔론이겠지만 사실 그들이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 관리들은 올해 중국 경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용 중 상당 부분이 그림자 금융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은행들이 이를 처리하고 있으나 재무제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빈드라에게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관리 상품으로 만들어진 대출이 잘못될 경우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이라 기대할 것이고 따라서 자본이 타격을 입게 된다.[중국의 부채 급증, 되짚어보는 과거 금융위기]

이제 중국이 그러한 관행을 본받아 새로운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위기와 같은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이 중국에 “좀비 기업과 좀비 은행”을 만들어내며 중국경제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인도와 달리 흑자국이라 아직까지는 걱정이 덜하지만 분명 문제는 문제다. 또한 미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일종의 체제위기다.

한진중공업의 2010년 손실 등 사업내용에 관한 대화

앞서 “창비주간논평의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법’에 관한 글을 읽고”란 글에 대해 구글플러스에서 이의를 제기한 분이 있었다. 앞서 글의 내 설명이 부족했던 관계로 다른 분들도 비슷한 오해를 할 여지가 있어 여기 옮긴다. 구글플러스는 링크가 되지 않으므로 편의상 링크와 반박을 한 이의 아이디(B로 칭함)는 생략하도록 한다. 댓글 대화이므로 맞춤법도 틀리고 용어도 정밀하지 않을 수 있으나 참고하시길.

B : 어차피 연결재무제표의 세상에서 계열사 손실분이 전가되는 것은 별 수 없는 일. PF에서 말아먹은 것이 조선소 노동자와 상관 없다고 해도, 최소한 노조는 딴지걸고 시비 걸고 있었어야 함. 또한 제조업의 인건비 부분, 그것도 조선과 같이 은근히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저임금 국가로의 이전은 뭐 어찌할 방법이 없음. 개인적으론 삐끼옹의 저런 시각은 저 양반이 상대적으로 해외이전이 힘든 서비스업 종사자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 나이브해.

sticky : “연결재무제표의 세상에서 계열사 손실분이 전가되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라고 멘트한 부분은 잘못 되었다고 전해주세요. 한진중공업의 영어명칭은 Hanjin Heavy Industries & Construction Co., Ltd. 으로 사내에 조선과 건설 모두를 같이 영위하는 관계로 계열사 손실분이 아닌 해당사의 손실분으로 연결재무제표와는 상관없다고요.

B : 계열사 손실분도 아닌 해당사 손실분이라면 더욱 그러한 것 아닌가요? 은행들도 카드 사업부에서 말아먹으면 그냥 통째로 팔아버리거나 짤라버리잖아요? 그냥 그 회사 – 한진중공업&건설 주식회사에서 손해본것을 왜 굳이 나눠서 보라고 강요하는거에요?

sticky : 일단은 잘못된 사실관계를 지적한 것이고, 회사에서 손해본 것을 나누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장부상의 손실”을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 함정이라는 것이 요점. 아래는 인용기사.

문제는 한진중공업이 올해 벌어진 법적 소송 손해배상금을 작년 대손충당금에서 처리한 것.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대손(貸損)에 대비하여 설정하는 충당금이다 노조 측은 이 때문에 작년 517억원이란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를 근거로 조선 부문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도 문제지만 올해 발생한 손실을 작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한 것은 더 더욱 고의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의혹은 더 있다. 한진중공업은 고등법원에서의 패소를 인정하지 않고 현재 대법원에 항고 중이다. 확정판결이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근거로 한 대손충당금 집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출처]

sticky : 517억원(주 : 사업보고서 상으로는 510억 원 )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나 사실 재무제표의 함정을 알고 있는 이라면 손익계산서 상의 당기순이익(손실)은 다만 과세의 표준으로 삼기 위함이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 그러므로 회사의 수익을 보기위해서는 주로 EBIT(세전 영업이익)을 보고 그런 의미에서 내 글에 영업이익을 언급하였던 것임. 요컨대 한진중공업 측은 재무제표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부동산PF 손실분을 충당금으로 반영한 관계로 회사실적이 나빠진 것처럼 보였고 이것이 정리해고의 사유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김기원 교수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데에는 일조를 하였음. 그런 의미에서 “조선소 노동자”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한 것임. 즉, 숫자장난.

이 글을 보고 트위터에서 @Song_Younghoon 님이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여기 옮긴다.

@Song_Younghoon 인용된 한진중공업 관련기사에서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PF 관련 삼성생명과의 소송에서 2심 패소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항고가 아니죠. 비전문가가 쓴듯)중임에도 지급한 것이 석연찮다고 되어 있는데, 이 사건은 금전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하는 것이어서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에도 일단 집행할 수 있는 가집행선고를 붙이게 됩니다. 따라서 2심 패소 후 지급된 것 자체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해당 소송으로 인해 삼성에 지급한 7백여억 원으로 인해 한진중공업이 2010회계연도 당기순이익 적자로 전환되고, 그것이 마치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호도되는데 있는 것이지, 지급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참고로, 이런 경우 2심 패소 후에도 괜히 지급 안 하고 버티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연 20%의 지연손해금이 다 갚는 날까지 일할계산해서 붙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으면 더 손해입니다.

sticky : 2심 패소후 지급이 일반적인 일임은 저도 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의 요지도 역시 그런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주장과 유사하게 왜 하필 올해 지급된 금액을 작년에 충당금으로 털었나 하는 점이죠. 물론 손실이 너무 커서 일시에 털기 어려워서 그랬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미발생손실의 충당금으로 인한 당기순손실을 정리해고의 사유로, 특히 조선소 생산직들, 삼는 근거로 하는 것은 고의성도 있다 하겠죠.

@Song_Younghoon 다분히 고의적이죠. 저도 지난 주말에 한진중공업 배당금 논란에 관한 장문의 트윗(한진중 공식 트위터의 주장을 반박하는)을 올렸었는데, 님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제 기억으로는 2심 판결이 작년에 나오고 지급도 작년에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1심에서는 이겼던듯..?). 시간나는대로 그동안 한진중의 공시 좀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sticky : 이 기사를 보면 http://t.co/q9gqu8y 올해 723억 원을 준걸로 나오네요. 작년 이야기는 없고요. 내용을 보니 한진이 대주인 삼생에게 어떠한 보증도 서지 않았는데 억울하게도 됐네요

@Song_Younghoon 만약 1심에서도 졌다면 앞서 설명드렸듯이 가집행과 지연손해금 때문에 1심 패소 후 지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로서 소송, 판결 등을 공시해야 하니 공시 찾아보면 금방 확인되겠네요.)

sticky : 공시를 찾아보니 올해 1월 소송등의판결ㆍ결정(자율공시:일정금액미만의청구) http://qr.net/eqhb 이외 이건 관련 공시는 이전에 없군요. 723억원 전액 올해 지급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Song_Younghoon 공시 보고 판결문까지 찾아서 확인해본 결과, 2011년 1월 13일에 판결이 선고되고 그날 지급했는데 대손충당금을 2010년에 쌓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히스토리가 꽤 깁니다. 2006년에 삼성생명이 처음 소 제기를 해서, 2007년 9월에 처음 1심 판결이 선고되고(원고 일부 승소), 2009년 1월에 2심에서 항소기각되지만, “2010년 3월 11일”에 대법원이 원심 판결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합니다. 이렇게 되면, 고등법원에서 다시 판결할 때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되므로(법원조직법 제8조), 한진중공업 입장에서는 패소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잘 아시겠지만, 한진중공업 옹호해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더욱이, 환송심에서의 변론도 2010년 10월 21일에 종결되었기 때문에, 2010 회계연도에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 억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습니다. 덧붙여, 판결로 일시에 거액을 지급하게 되어 2010년에 적자를 낸 것처럼 보일 뿐, 한진重에 정리해고를 정당화할 ‘경영상 긴박한 필요’는 없고, 여기에 집중하면 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sticky : 결국 충당금 설정기준이 “회수 예상액이 극소하여 법적조치를 하여도 실익이 없는 채권가액”이기에 경영상의 판단에 의해 쌓는 것 자체를 시비걸기는 어려움이 있음이 사실입니다. 말씀대로 ‘경영상 긴박사유’가 아님에 집중해야 할듯

 

소결 : 관련자료를 찾아보고 회계사 등에 문의한 결과 금융권(은행, 보험사 등)의 경우 상급기관의 지침이나 자체 내규에 의해 엄격하게 충당금이 설정되나, 기타 기업의 경우에는 별도의 정해진 룰보다는 회사의 회계적 판단, 혹은 회계감사기관의 감사의견에 따라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영상의 판단이 엄정한 것이었느냐의 논쟁은 불가피한 주관적 의견의 나열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고 @Song_Younghoon 님의 의견처럼 경영상 긴박한 필요는 없었다는 논리면 충분할 것 같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Fed의 망가진 재무제표의 상관관계

MBS(Mortgage-backed security)는 ABS, 즉 자산담보부증권(Asset-backed security) 중에서도 모기지 대출을 모아서 증권화한 상품을 특정하여 부르는 말이다. 1968년 미국에서 지니매(Ginnie Mae)가 처음으로 매입 보증한 이래로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 신용위기 전까지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여 왔다.

MBS의 발행 혹은 보증의 대표주자는 민간회사이면서도 “정부보증기관”이라는 희한한 타이틀을 지닌 페니매(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그리고 지니매(Ginnie Mae) 들이다. 2000년대 중반 민간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이들 정부보증기관에 육박하였으나, 신용위기를 맞아 그 추세는 급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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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래서 결국 시장에서 MBS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주체는 위 세 기관이다. 즉, 실질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금융의 상당부분은 국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행된 MBS를 누군가 매입해줘야 할 텐데, 그 매입주체는 누구일까? 한 분석가에 의하면 Fed가 그 주요 매입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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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표1은 Fed가 그들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세배 이상으로 늘려왔는지를 보여주는데, 재무부 채권 보유는 6천5백만 달러 늘였고 MBS와 정부기관부채(Agency debt)를 1조 달러 구입했다. Ely에 따르면 5월까지 정부기관부채와 주택금융 정부보증기관 및 지니매가 발행하거나 보증한 MBS의 14%를 보유하고 있다.[출처]

위 표를 보면 Fed의 재무제표를 바나나공화국의 그것으로 만들어버린 주범이, 재무부 채권과 함께 바로 이들 MBS와 정부기관부채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채권을 통해 Fed는 초저금리 상황임에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Fed가 “세계 최대의 고정수입 헤지펀드”가 되었다는 비아냥거림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Fed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레버리지가 2011년 6월 29일 현재 50을 넘어서고 있어, 신용위기 전의 온갖 위험을 감수하던 투자은행을 연상케 한다. 결국 지금 미국에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보증기관이 MBS를 발행하고, 이들 상당수를 Fed가 인수하는 사상초유의 닷거브(dot gov)버블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 관한 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