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네오파시즘

Portofino - 2016-06-02 - View from Chiesa San Giorgio - 3284.jpg
By Pierre-Selim HuardSelf-photographed, CC BY 4.0, Link
트럼프가 꿈꾸는 새로운 가자 지구의 해안선

20세기 파시즘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심각한 경제위기의 맥락에서 성장하여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정점에 도달한 반면, 네오파시즘은 특히 2007-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대불황(Great Recession)” 이후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맥락에서 성장했다. 지난 세기의 파시즘은 식민지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던 극악무도한 인종차별적 관행을 배경으로 유럽 대륙 중심부에서 만연했던 국가적, 민족적 적대 행위를 지지했지만, 네오파시즘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수반되거나 후자가 부추긴 전쟁에서 비롯된 급증하는 이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분노의 배설물 위에서 번성했으며, 이는 국제 시스템의 규칙이 붕괴되는 것과 병행되었다. [The age of neofascism and its distinctive features]

트럼프가 또 경악할만한 말을 배설했다. 그가 이스라엘의 전범(戰犯) 네타냐후와 만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학살의 현장인 가자 지구를 미국이 접수한(“will take over”) 다음 현지인을 쫓아내고 – 또는 학살하고? – 그곳을 새로운 “리비에라(Riviera)”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이다.1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할 만한 이런 소름끼치는 발언의 주인공은 푸틴도, 김정은도, 네타냐후도 아닌 세계 “자유민주주의” 본산지의 권력자 트럼프다. 1기의 경력이 쌓이고 의회까지 장악해서 그런지 보고 듣기가 더욱 괴롭다. 트럼프의 발언은 나치의 인종 청소를 연상시키는 반인륜적 발언이다. 게다가 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범죄다. 트럼프가 의도하는 점령국에 의한 강제 이주 행위는 제4차 제네바 협약 제4조 49항에 따라 엄연한 전쟁범죄다.

한편 트럼프의 이런 기행을 옆에서 쳐다본 꼬마 파시스트 네타냐후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성일광 서강대 교수에 가설에 의하면 네타냐후는 트럼프 덕분에 엄청난 힘을 얻게 됐다고 한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발언이 현재 국내외에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는 등 실각 위기에 처해있는 그의 권력 유지에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2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 불만을 품고 연정 탈퇴를 협박하고 있는 강경파 극우정당을 설득하는 논리로 트럼프의 가자 지구 점령 구상이 먹힐 것이라는 계산이 있는 것이다. 외압에 의한 이스라엘의 정상국가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우익 연정이라도 내부 분열을 통해 자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더욱 옅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정세는 한층 더 앞날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파시즘이라는 호칭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으나, 이제 확실히 네오파시즘이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일론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로 권력 찬탈을 자축하고, 의회 폭도를 방면하고, 이민자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가 인종학살 발언까지 했으니 이제 권위주의니 의사(擬似) 독재니 하는 우회적 표현도 필요 없다. 그냥 새로운 파시즘의 시대가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까스로 막은 극우 집권은 미국에서 완수됐다. 20세기 파시즘은 변방국가의 연합체였지만, 21세기 파시즘은 글로벌 권력 중심을 집어삼켰다. 기술산업복합체와 결합하여3 더욱 강력하다. 군사적 압제가 아닌 “민주적” 유권자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한 덕분에 생명 연장도 수월할 것이다. 20세기 파시즘보다 더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종 청소하기 참 쉽죠?

  1. 그는 이를 “미래를 위한 부동산 개발“이라고 명명했다
  2. 더욱 가관인 것은 트럼프가 2월 6일(현지시간) 전쟁범죄 및 반인륜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점이다. ICC는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내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3. 지금 빅테크의 수장들은 트럼프를 만나느라 바쁘다

4 Comments on “현실이 된 네오파시즘

  1. 그들은 밸푸어 선언에 앞서 당시 영국의 고등판무관인 맥마흔이 1915년 서한을 통해 약속한 아랍 독립을 믿으며 영국 편에서 오스만 제국과 싸웠다. 전쟁 승리를 위해 유대인과 아랍인의 협력 모두를 원했던 영국은 같은 땅을 놓고 이중계약서를 쓴 셈이다. 영국이 배신을 선택한 것은 유대인의 돈과 기술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50208081506061

  2. 이 터무니없는 발표는 여러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이 1년 이상 정확히 같은 언어로 정확히 같은 계획을 요구해 왔다는 사실에 의해 반박됩니다. 2024년 1월,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가자지구의 인종 청소를 요구하며, “우리는 계획적인 이주를 장려하고 싶으며, 그들을 [팔레스타인인]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국가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선언하고, “가자 지구 정착”을 배제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ttps://www.wsws.org/en/articles/2025/02/07/zaky-f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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