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kely to be Epic Films or Merchant Ivory Productions or Sony Pictures Classics, the producers/distributor of the film – http://www.movieposterdb.com/posters/13_10/1957/48956/l_48956_04db894c.jpg, Fair use, Link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전에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인도에 관한 특집을 진행했는데 아침부터 보고 있다. 인도의 종교, 지리, 풍습 등 복잡다단한 인도 사회의 단면을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하고 있어 인상 깊게 보고 있다. 보고 있다 보니 문득 예전에 감명 깊게 감상했던 사티야지트 레이 감독의 『아푸 3부작』이 생각났다.1 현대 인도 영화의 특징을 규정하고 있는 소위 “발리우드 영화” 스타일의 춤과 노래가 뒤섞인 영화가 아닌 진지한 드라마로 차분하게 인도 인민의 삶을 전하는 작품으로 『파테르 판찰리』(1955), 『아파라히토』(1956), 『아푸의 세계』(1959) 총 3부작이다.
오늘 감상한 작품은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아파라히토』다.2 애초 감독은 3부작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파테르 판찰리』의 국제적인 성공과 비평적 찬사에 힘입어 이 작품을 만들고 내친김에 3년 후 세 번째 작품을 만들어 3부작을 완성했다고 한다. 『아푸 3부작』이라는 별칭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전체 작품은 벵골 지방에서 사는 아푸라는 외동아들이 있는 성직자 가족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대다수의 탈식민지화된 나라가 그렇듯이 인도 역시 엄청난 문화적/문명적 격변을 겪게 되었고, 아푸 가족도 그 시기에 이전 세대와는 무척 다른 삶을 걷게 되었다. 3부작은 그런 아푸 가족의 여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지가 거의 십 년이 지나서 줄거리도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정도라 새로운 느낌으로 봤다. 그 와중에 앞서 말한 이광수 교수가 설명해 준 인도 사회의 풍습을 영화에서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어서3 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줄거리는 사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약간 신파조라 생각되지만, 희한하게도 당시 서구에서는 이 영화를 보고 문화적 충격이 매우 컸다고 한다. 예로 서구식 교육을 받고자 대도시로 떠난 아들과 모친의 정서적 갈등 등에서 그런 신선함을 느꼈다고 하던데,4 그것은 역시 질풍노도의 격변을 겪었던 식민지 인민의 세대 간 갈등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제일세계와 제삼세계가 달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초중반의 영화를 감상할 때면 늘 하곤 하는 잡념이 있는데 ‘저 배우들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잡념이다. 20세기 중반 작품이니만큼 아푸를 연기한 배우는 생존해 계시지 않을까 하고 검색해 보니 이름이 피나키 센굽타라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을 뿐 생존 여부 등 보다 자세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이 배우를 비롯하여 당시 많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처음 연기를 했을 정도로 아마추어였다는데 그러한 이유에서 정보가 없는 것 같다. 이 배우도 출연작이 이 3부작밖에 없는 듯하다. 어쨌든 어찌 보면 그의 삶 자체가 아푸였을지도 모른다. 근대화와 더불어 배우라는 삶을 살며 걸작에 출연한 인도 소년의 삶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