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선 후보 토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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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ac Cruikshankhttp://www.library.yale.edu/walpole/html/exhibitions/hair/image003.jpg, Public Domain, Link

어제 이번 대선에 출마한 중 4명의 주요 후보들이 방송국에 모여 경제 이슈에 관해 토론했다. 보다 안 보다 하긴 했지만, 총평을 하자면 한국 정치 지형은 – 사실 물론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 희한하게도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많은 영역에서 보다 더 정치적 관념으로 소구되는 경향이 있어 사실관계에 근거한 경제 이슈 토론이라기보다는 또 다시 경제 이슈에 대해 정치적 편견에 근거한, – 정치(精緻)하지 않은 – 정치적 레토릭으로 경제 이슈를 주장하는 정치 토론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많은 이들이 경제적 ‘실용’을 이야기하지만, 그 실용은 늘 그렇듯이 본인 혹은 소속 정당의 정치적 선입견에 매몰되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물론 경제학은 본래 “정치경제학”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 정치(精緻)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제적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토론자는 사견으로 이재명이다. 이재명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과정이 실용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스토리에서도 그의 그러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경제정책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관점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에 대한 발언에서 이런 관점은 명확히 드러나고, 특히 외교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당연히 옳다. 애초에 누구의 편을 들 것이냐며 다그쳤던 이준석의 입장이 치기어린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런 실사구시 스탠스는 토론에서는 방어적이거나 나약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런 그의 (실사구시적) 수동적 태도의 한계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걸로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는 궤변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후보 권영국의 경제적 입장은 비교적 선명하다. 세제 정책으로 대기업 증세를 명확히 천명하여 나머지 후보들이 침묵하는 재원 확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또한 노동자들이 산재에 고통 받는 상황과 – 최근 희생당한 노동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 최저임금 배제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 공약했다. 이러한 권영국의 선명한 입장은 사실 아직은 기득권 세력과 타협할 이유가 없는 정치적 소수이기에 가능한 스탠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강소국”인 한국경제의 앞날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에 대한 실용적 정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진보세력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에서 최하점의 후보는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개혁신당의 공약을 말해야 할 본인의 시간의 상당부분을 이재명을 비방하는데 낭비했다. 물론 집권 가능성이 없는 마이너 우파 후보여서 상대적 좌파인 이재명을 공격함으로써 우파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야 이해가 가지만, 더더욱 집권 가능성이 없던 좌파 후보 권영국의 집권 시나리오는 이준석에 비해 훨씬 탄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엉뚱한 공격 포인트는 서남권에 풍력 발전소를 설치해 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재명의 공약에 대한 비난이었다. 이재명의 공약은 전력계통망에 대한 과부하 이슈로 인한 대안인 분산전원을 위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당연한 대안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에너지 믹스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준석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이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해 후보 스스로가 좀 더 공세적으로 우파의 비방에 대응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다. 이준석은 특히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를 “환경 카르텔”이라고 악질적으로 호칭하기도 하였다. “OO 카르텔”이라는 호칭은 내란 수괴가 자신의 적을 악마화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라는 점에서 악질적이고, 또한 재생에너지가 환경 카르텔의 음모라는 그의 입장은 국제 통상환경에 비추어서도 역진적이다. RE100 이나 기후변화에 가장 무대책인 한국은 윤리적 이슈뿐 아니라 통상 이슈에 있어서도 뒤쳐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RE100 이 “철지난 타령”이라는 기사도 봤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꼴등인 나라의 외람이가 할 소리는 아니다.

요컨대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재명의 경제정책은 AI 등 첨단산업 및 재생에너지 활성화인 것 같다. 이러한 정책은 AI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및 대만과 HBM 등 부품 산업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적인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그러한 트렌드에 그동안 따라잡지 못한 절대적 열위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재벌 특혜 제공, 에너지 정책의 역진 등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는 수구적 시도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면 스스로 민주당을 우측으로 옮긴 이유는 좌측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좌측이 있어야 미래를 지탱할 수 있다.

아… 김문수는 언급도 안 했네! “잘 관리되는 원전은 오히려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고 발언함.

이준석이 권영국에게 건방떨다가 깨지는 장면 “차별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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