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살아오면서 한 대여섯 번 읽은 것 같다. 내 장점이자 단점이 하나 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건망증이다. 대여섯 번을 읽었음에도 이번에 다시 읽으니 – 거의 몇 년 만이긴 하지만 – 에피소드들이 처음 읽은 것처럼 신선하다. 빌어먹을. 앞서 말했듯이 하나의 “장점”인 것이 책값이 덜 든다는 점일 것이다. 읽은 것 또 읽으면 되니까. 또 기억나지 않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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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넘들의 대화
나는 휴이넘(주1) 들의 대화를 듣게 된 것이 매우 기뻤다. 그들의 대화에는 유용한 것들만이 거론되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최대한의 예절을 지켰다. 말을 하는 휴이넘은, 그 말을 듣는 휴이넘이 즐거워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말을 가로막는 휴이넘도, 지루하게 이야기를 하는 휴이넘도,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는 휴이넘도, 감정을 상하는 휴이넘도 없었다. 그들은 짧은 침묵이 대화를 대욱 좋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똥의 연금술
나는 다른 방으로 갔다. 그러나 금방 되돌아 나오려고 하였다. 지독한 냄새가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내인은 제발 실례를 범하지 말라고 속삭이며 나를 앞으로 다가서게 하였다. 실례를 범하면 연구자들이 아주 화를 낸다는 것이다. 나는 코를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방의 사람은 아카데미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하는 사람으로, 얼굴과 수염은 엷은 노랑색이었고 손과 옷은 온통 […]
리바이어던 살인
무엇보다 고전적인 아가사 크리스티 풍의 세팅이 맘에 든다. 여러 국적의 유럽인들이 모여서 저마다의 우아함을 뽐내지만 결국은 잿빛 세포의 소유자인 에큘 포와르라는 탐정의 명민함 앞에 무릎 꿇게 되는 결론 부분의 회합 부분이, 이 소설에서도 세계 최대의 여객선 리바이어던의 윈저홀에서 오마쥬처럼 재현된다. 그렇지만 아쿠닌은 한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인 고슈 경감이 연출하고자 했던 그 장면이 대망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
고인 물은 썩게 마련
foog 2009/01/07 12:31 잘 아시겠지만 이 다큐는 동명의 책을 기초로 만들어진거죠. 요즘 그 책을 읽고 있답니다. 다 읽고 다큐를 감상하려 했는데 이렇게 맛뵈기로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ð Periskop 홈지기 2009/01/07 15:41 마침 그 책을 읽고 계셨다니 재밌는 우연이네요. 책과 다큐멘터리가 논조가 미묘하게 다르게 잡혀 있으니 독서와 시청을 연달아 하시면 훨씬 느낌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창 […]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맛에 관한 일본만화 ‘맛의 달인’을 보면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엉뚱한 장난질로 음식을 만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음식이란 우직하게 생산해낸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야 제 맛을 낸다는 주장이다. 백번 옳은 소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달 전에 적은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맛의 달인’의 주인공인 우미하라나 지로처럼 절대미각을 가진 이들은 현실에서 극히 […]
인간의 증명(人間の証明)
‘인간의 증명(人間の証明)’을 다시 읽었다.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일본의 추리작가 모리무라세이치(森村誠一)가 1975년 ‘야성시대(野性時代)’에 연재한 것을 1976년 단행본으로 발간한 작품으로 500만부가 팔려 가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한번 읽은 적이 있는데도 줄거리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마치 새로 읽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읽어버렸다. 이럴 때는 건망증 증세가 심한 것이 도움이 된다. 여하튼 … 그의 작품은 사실 […]
설국열차
“오랜 냉전의 끝에 지구가 얼어붙는다. 어리석은 인류가 기후 무기를 이용해 지구를 영하 85도의 얼음 행성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영원히 지구 위를 돌 수 있도록 만들어진 1001량의 초호화판 설국 열차에 탑승하는 것이다. 황금칸으로부터 꼬리칸까지 모든 객차는 계급에 따라 나누어져 있으며, 채소와 육류를 기를 수 있는 자급자족 차량까지 구비되어 있다. 설국열차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
히로카네 켄시, 건전한 자본주의자? 혹은 호전적 극우?
<히로카네 켄시>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겠지만 <시마 과장>하면 “아~”하며 다들 고개를 끄덕거릴 거다. 그는 <시마 코사쿠>라는 베이비붐 세대의 직장인의 성공 스토리 <시마 과장>을 사실적이고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어 스테디셀러로 만든 작가다. 강직하고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은 낭인(浪人)이면서도 아슬아슬 조직생활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어쩌면 모든 직장인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캐릭터였던 시마 과장은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
요즘 읽기 시작한 책
Nomi Prins 의 “Jacked : How “Conservatives” are picking your pocket whether you voted for them or not”(줄여서 Jacked)이라는 긴 제목의 책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점은 저자 Nomi Prins 의 독특한 이력이다. 현재 저널리스트이자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Demos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전직은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의 임원이었다. 그런 그가 잘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험난한 좌파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