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게 마련

foog 2009/01/07 12:31
잘 아시겠지만 이 다큐는 동명의 책을 기초로 만들어진거죠. 요즘 그 책을 읽고 있답니다. 다 읽고 다큐를 감상하려 했는데 이렇게 맛뵈기로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9/01/07 15:41
마침 그 책을 읽고 계셨다니 재밌는 우연이네요. 책과 다큐멘터리가 논조가 미묘하게 다르게 잡혀 있으니 독서와 시청을 연달아 하시면 훨씬 느낌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창 신자유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확 다를 것 같습니다. 번역판에서는 자그만치 “국가 주도 경제의 쇠퇴와 시장 경제의 승리”라고 부제를 달아놨는데 10년도 안 되어 상황이 이렇게 역전이 되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foog 2009/01/07 16:39
제 현재까지로의 감상은 이렇습니다. 물론 그 책이나 여타 경제현상을 다룬 책들이 신자유주의 혹은 그와 다른 입장들의 우위를 기조로 하는 내용들이 대다수이고 이 책도 그러한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부분들보다는 ‘결국은 어떠한 입장이든지 간에 혁신하지 않는 고인 물은 썩게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소비에트 모델도 어찌되었든 한때는 다른 국가들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습니다. 케인즈 모델도 서구자본주의의 전성기를 구가하게끔 만들어 주었던 모델이고요.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신자유주의 모델도 케인즈적인 국가개입주의 모델의 부담을 덜어냈다는 점에서는 혁신이었죠. 하지만 그 부담을 덜어냄의 과함, 즉 균형점을 찾지 못한 일방적인 자유화때문에 또 다시 이전의 모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거죠. 결국 인간은, 그리고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찾아헤매고 그것이 혁신적일 때까지는 유효한 그러한 좌충우돌의 시스템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Periskop 홈지기 2009/01/08 13:56
옳으신 말씀입니다. 가만히 다른 곳에 올라온 글들을 보노라니 이 다큐멘터리를 1편만 보고 단순히 “신자유주의 찬양”으로 아는 분들도 있더군요. 사실 전편을 다 보면 어느 한 쪽을 편들려는 것보다는 그렇게 돌고 도는 자본주의의 큰 흐름을 전달해주려는 것임을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저도 우리 현실을 영위해나가는 시스템에 있어 만인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그런 영속된 균형잡힌 체제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면 완벽하겠지 하는 믿음이 들다가도 한 구석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며 썩어가기 마련이죠. 그런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구해온 노력들이 있어왔고, 그것이 어느 순간 격렬한 파도와 맞물려 세상은 바뀌는게 아니겠습니까.

[원문보기]

위 대화는 어느 책에 대한 나와 ‘Periskop 홈지기’님과의 대화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시장 對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된 The commanding heights라는 책이다.

The commanding heights : the battle between government and the marketplace that is remaking the mord
다니엘 예르긴, 주명건 역, 세종연구원, 1999.09.01

<시장 대 국가>는 시장과 국가 역할의 역전과 재역전 드라마가 전개된 지난 50여 년간의 세계경제사를 하나의 서사극처럼 펼쳐내고 있다. 에너지 문제 전문가로서 석유산업의 역사를 소설처럼 그려낸 저서 <상>(The Prize – 황금의 샘으로 번역됐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예긴은 이번에도 방대한 사료와 현장답사를 통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출처]

책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지난 50년간의 국제경제에 있어서의 시장과 국가의 주도권 쟁탈전을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톤은 결국은 시장이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뉘앙스가 풍기기는 하나 보다 근본적인 교훈은 위의 대화에서도 말하였듯이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소비에트 모델의 ‘경직성’, 케인즈 모델의 ‘방만함’은 그 모델의 한때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그 열정의 소진을 재촉하는 촉진제가 되고 말았다. 이후의 시장근본주의 모델은 시장이 이른바 ‘창의와 효율’을 통해 늘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운용되어 왔지만 결국 그 시장역시 자기만족적이고 아전인수적인 편견으로 말미암아 좌초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이러한 잔재들의 교훈과 반성 속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Periskop 홈지기’님과 대화를 나눴던 곳은 ‘Periskop 홈지기’님이 위 책에 기초하고 살을 붙인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소개 글에서였다. 나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책내용으로 볼 때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내용으로 판단된다. ‘Periskop 홈지기’님의 멋진 소개로 더욱 구미가 당긴다. 다큐멘터리 소개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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