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력의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중을 지나칠 정도로 편안하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그들을 지혜롭게 하는 데 사용되는 물품들을 박살내거나 하늘로 날려버리거나 바다 속 깊이 빠뜨리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가 실제로 파괴되지 않는다고 해도 무기 공장은 소비 물자 생산에 사용될 노동력을 소모시키는 역할을 한다.[1984, 조지 오웰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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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量)은 질(質)을 바꾸는 방향으로만 변화하는 것일까?
“그들은 의식을 가질 때까지 절대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반란을 일으키게 될 때까지는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1984, 조지 오웰, 정희성 옮김, 민음사, 2003년, p100] 소설 ‘1984년’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쓰가 당(黨)의 눈길을 피해 몰래 쓰고 있는 일기에 적은 말이다. 무산계급인 노동자들이 가게에 나온 냄비를 사기 위해서는 피터지게 싸우면서 정작 체제 전복을 위해선 함성을 지르지 않는 […]
과거는 현재가 규정한다
바로 얼마 전 2월에 풍요부는 1984년 중에는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공식 용어로는 이를 ‘절대 서약’이라고 한다.) 했었다. 그러나 윈스턴이 알고 있듯 실제로는 초콜릿 배급량이 이번 주말부터 30그램에서 20그램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처음에 약속했던 내용을 4월 언제쯤 배급량이 감소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바꿔놓기만 하면 되었다.[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민음사, pp58~59]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
정보의 전파에 있어 판화가의 역할
승리를 거둔 전투나 왕의 대관식, 혹은 축제의 현장이나 발레 공연, 군주가 주관한 공연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판화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중략] 이제 그런 현장을 나가게 된 것은 화가가 아닌 판화가들이었다. 판화는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오늘날의 사진가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가령 프랑스의 판화가인 […]
맨해튼 트랜스퍼 읽는 중
파란불. 시동이 걸리고 기어는 1단으로 들어간다. 차들은 서로 떨어져 유령 같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기다란 리본 모양으로 흘러간다. 콘크리트 공장의 검은 창문 사이로, 현란한 광고 간판들 사이로 노랗게 우뚝 솟은 대형 천막극장처럼 밤하늘 속으로 믿을 수 없이 치솟는 도시의 광채를 마주보며.[존 더스패서스 씀, 박경희 옮김, 맨해튼 트랜스퍼, 문학동네, 2012, pp307~308] 소설가 존 더스패서스가 1925년 발표한 […]
“내가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
1967년 6월 1일 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발매되었다고 하니 얼추 50년을 채워가고 있다. 반세기 전에 나온 음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귀에 착 감기는 명곡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명반이다. 앨범 수록곡 중에 When I’m Sixty-Four를 들어보자. 자신이 64살이 되어도 밥은 먹여 달라는 화자의 넉살이 코믹스럽다. 이 음반이 나올 당시 십대였던 이들중 […]
“몇 명의 사람이 감방에 실지로 갇혔나요? 제로.”
Matt Taibbi라는 작가가 “The Divide: American Injustice in the Age of the Wealth Gap,”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 대해 Democracy Now가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흥미로운 부분을 약간 해석해 보았다. 이 인터뷰를 읽어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 위기의 해소 과정에서 자행된 수많은 부조리는 정치적으로 […]
도널드 덕의 이미지 어떻게 전재할 것인가?
이야기의 줄거리와 이것을 전달하기 위해 이용되는 삽화들 – 키만투가 디즈니 사의 허가 없이 실은 삽화들이기도 하다 –을 보면, 디즈니가 이들 나라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순진무구하고 고귀한 야만인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혁명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따라서 이 책을 미국 내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으나, 여기에 저작권 문제가 끼어들었다. [중략] […]
새로운 셀던 위기에는 무엇이 해법이 될 것인가?
“그러면 이게 내 조건일세. 자네는 경제적 매수 행위나 가전제품 무역 같은 서투른 정책을 버리고 우리 선조가 시험을 끝낸 외교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해.” “선교사를 보내서 이웃 나라를 정복하는 정책 말인가?” “맞아.” [중략] “셀던 위기란 개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힘에 의해서 해결되는 거야. 해리 셀던이 옛날 우리 미래를 계획했을 때 그가 믿은 건 훌륭한 영웅이 아니라 경제와 […]
올해 읽은 중 인상적이었던 책들
올해가 아직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지만 글 올리는 것도 뜸하고 해서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몇 권을 소개할까 한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 경제 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미국 냉전 시기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전문가인 그렉 브라진스키의 저서다. 저자 스스로도 좌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독특한 시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