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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고 저항하고 생산하라”

“회복된 회사(recovered companies)” 운동은 규모면에서 놀랄 정도는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약 170여개 1만 여명의 노동자 정도다. 그러나 6년 동안 지속되었고 이 나라의 다른 새로운 운동들과는 달리 살아남았고 이 나라의 뿌리 깊은 불평등한 “회복”의 가운데서도 조용한 강함을 쌓아가고 있다. 그 완고함은 실용주의의 한 요소다. 이것은 말이 아닌 행동에 기초한 운동이다. 그리고 그것이 규정하고 있는 행동은, 노동자 통제 하의 생산수단을 다시 일깨우면서 강력한 상징주의가 실려 있긴 하지만 결코 상징적이지 않다.(즉 상징 이상의 것이다.:역주) 그것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조각난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강력한 가능성의 창을 열었다.[“Occupy, resist, produce”, New Statesman]

2001년 경제위기 이후 도산한 기업들을 인수하여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황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발췌.

시작부터 바닥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개인적으로는 이번 개각에서는 (정운천 같은 친구야 어찌 되건 말건) 강만수를 내쳐야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아직 반성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는 유임되었다. 다만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이 경질되었고 새로이 임명된 김동수 차관은 물가 전문가라고 한다. 이명박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장에서 물가관리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실 강만수는 물론이거니와 최중경도 경질될 이유는 없었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네들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70년대 개발독재 + 21세기 신자유주의”라는 희한한 경제기조에 가장 잘 따를 충복들이기 때문이다. 최 차관 경질사유가 “현 경제팀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펴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였다는데 이거야말로 747이라는 허무맹랑한 구호로 당선된 대통령 말 잘 들은 죄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7%/연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발상을 하며(주1), 그 성장률을 운하를 파서 달성하겠다고 하며(주2),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니까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약한 원화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며(주3), 그나마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환헤지를 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아붙이고(주4), 이도 저도 다 안 되니까 경제위기를 촛불집회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을 무슨 이유로 어이없어하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 있어 그의 가장 어이없는 모습은 틈만 나면 경제위기를 부르짖는 모습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그가 민간기업의 CEO 시절 굳어진 버릇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기업의 CEO는 직원들을 다그치는 차원에서 곧잘 있지도 않은 위기를 예언한다. 신년사에 CEO는 흔히 기업의 제2의 도약의 시기라느니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할 험난한 시절이라느니 하는 주문을 하곤 한다. 적어도 직원들의 위기감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는 일정정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국가의 수반이라면 이야기가 틀리다. 국민들은, 그리고 시장은 CEO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이 예측불가능의 복잡계는 대통령이나 경제수반의 발언에 제각각의 행동양식을 보이는데, 때로 발언주체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기에 일반적으로, 상식이 있는 지도자라면 자신이 책임지는 나라의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삼가며, 오히려 때로 의도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안심시켜 때로 현실이 그렇지 않음에도 그 발언 자체로 좋아지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이후로 틈만 나면 ‘경제위기’니 ‘제3오일쇼크’니 ‘촛불집회가 대외신인도를 떨어트린다느니’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이래서야 내가 해외투자자라도 투자를 하기 싫을 지경이다. 공황을 뜻하는 영단어가 괜히 panic이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 위기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위기가 된다. 멀쩡하던 은행도 예금자들이 불안에 떨며 예금을 인출하면 – 이른바 bank run – 어쩔 수 없이 부실은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장도 아닌 대통령이 지금 나라 망한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률을 논할 때는 지났다. 이제는 저성장을 용인해야 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내수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 자원절약형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주5)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불어 현재 경제피폐로 망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북한을 포용하는 한반도 경제권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앞길이 구만리인데 정부는 이제야 물가관리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주1) 이명박 재임기간 동안 연 7% 성장을 유지하면 임기말에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30% 이상 증가한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주2) 사실 이 방법은 노무현도 써먹은 방법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BTL민자사업에 하수도 관거를 끼워 넣어 성장률을 상향시켰다. 하지만 적어도 하수관거는 필요불급한 시설이다.

(주3) 미국이 아무리 달러가 똥값이 되었을지언정 미재무부 장관은 늘 자신들의 기조는 ‘강한 달러’라고 노래를 부른다.

(주4) 이는 반절은 맞는 말이고 반절은 틀린 말이지만 적어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장에 대고 그 따위 독설을 퍼붓는다는 것 자체는 몰상식한 짓이다

(주5) 아~ 이명박 정부는 최근 대체에너지원으로 가장 크게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정부지원을 중단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열심히 짓겠다는 결정도 내렸다.

소수의견을 끌어다 경제위기를 노래하는 언론들

어제 주요언론에 보도되어 필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들은 각 언론사가 입맛에 맞게 작성했지만 제목이 대개 비슷하다. 기사제목들을 보자.

주한 외국인 39% “韓, 5~6년내 경제위기 온다” (이데일리)
주한 외국 경제인 10명중 4명 “한국 경제 5년내 위기 올수도”(한국경제)
주한 외국경제인 `5-6년내 한국경제 위기 가능성`(연합뉴스)
주한 외국경제인 “5~6년내 한국경제 위기 도래”(노컷뉴스)
“5-6년 내 한국경제 위기 가능성 있다”(머니투데이)

기사는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외국대사관의 상무관과 외국기업인 100명(응답 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주재 외국경제인들의 우리나라 대외경쟁력 전망’ 보고서에 관한 기사다. 제목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설문조사에서 국내 거주 외국경제계 인사들의 39.3%가 5~6년 내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견해에 ‘그럴 수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이 39.3%의 의견이 소수의견임에도 떡하니 제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전경련의 보도자료에 있는 응답내용을 보면 주한 외국경제인의 60.7%는 한국의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해 ‘거의’(57.1%) 또는 ‘전혀’(3.6%) 없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음에도 제목에는 ‘주한외국인이 한국경제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의견인양 유도하고 있다.

일단 전경련의 보도자료 제목부터도 “주한 외국경제계 인사 39.3%가 “5~6년 내 한국경제 위기가능성”에 공감”으로 편향된 제목으로 되어 있었고 이를 받아 쓴 언론들도 무비판적으로 – 심지어 보다 적극적으로(!) – 다수의견보다는 소수의견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연합뉴스, 노컷뉴스, 머니투데이 등의 제목은 아예 해당답변이 일부의 의견이었음도 알리지 않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주1)

기사는 이외에도 한국경제의 경쟁력 위협요인에 대한 외국경제인의 응답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응답은 분명 의의가 있다. 어떤 부분이 취약요소인지 제3자의 시각을 참고할 필요는 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틈만 나면 경제위기론의 군불을 때는 언론의 자세다.

물론 40%에 가까운 경제인들이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 유의미한 숫자이긴 하지만 다수의견은 분명히 경제가 나빠질 것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단 설문 자체가 두루뭉술했다.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경영환경 속에서 ‘5~6년 이내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면 아무리 경제전문가인들 의견이 제각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말들은 그렇게 하는데 가끔 보면 사상최고치의 수출실적, 역대최고의 사내유보금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경제는 분명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바뀜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바로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고용 없는 성장 등으로 술회되고 있는 양극화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말하는 ‘경제위기’의 해법은 이와는 다르다. 기사에는 “불리한 국내기업 환경 요인으로 고지가, 고임금 등 높은 요소비용을, 강력한 노조와 노사갈등을, 과도한 기업규제”를 들고 있을 뿐이다. 결국 경제단체의 입맛에 맞는 해법을 제시할 뿐이다. 결국은 더욱 규제를 철폐하고 더욱 노동유연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주1) 한국경제의 기사는 더 가관인데 “외국 경제계 인사 10명 중 4명은 “앞으로 5~6년 내에 한국 경제가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는 올해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기한 ‘위기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체 이 상황에서 이건희 씨가 왜 등장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