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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의 종주국 영국이 처한 딜레마

하원재무위원회에서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는 통상적인 PFI(영국식 민간투자사업 : 역자주)의 자본비용은 8%로, 4% 가량인 국채(gilts) 수익률의 갑절에 해당한다. 위원회는 납세자가 민간투자사업의 부채 10억 파운드를 갚는 것은 정부의 직접차입의 17억 파운드를 갚는 것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오스본(Osborne) 씨(영국 재무장관 : 역자주)는 그런 의미에서 “민간에 의지하면서도, 납세자에게 더 값싼, 그리고 더 양질의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모델”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 모델은 PFI보다 더 싸야하고, 더 광범위한 조달원에 접근해야 하고, 민간과 공공부문 사이의 위험을 더 효율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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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래 의문으로 돌아가 보자. ; 왜 그냥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가? 이건 – 많은 이들이 PFI가 그렇다고 믿는 것처럼 – 정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를 제외시키고자 하는 것밖에 없는가?

KPMG의 인프라분야 헤드인 리차드 드렐폴(Richard Threlfall)은 내게 정부가 신용등급을 보호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많은 자금조달에 민간부문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긴축과 성장을 위해 경제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자 하는 바람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한 대안이 이런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조달하는 것이지요.” 그의 말이다.[How Monday’s infrastructure plan is attempt to raise money off balance sheet]

보수당 메이저 정부에서 시작된 PFI는 그 다음 집권당이었던 노동당 치하에서도 여전히 지속되었지만(메이저 정부 당시 매서운 비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사업에 대한 정부지급분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현 정부 들어서는 급기야 더 이상 현재와 같은 모델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인용문에 나와 있다시피 재정긴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단순히 더 이상 PFI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강경노선은 애초에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이에 오스본 재무장관은 “민간자금에 의한 양질의 값싼 서비스”(역시 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이 새 모델 중 하나의 옵션이 각종 연기금 펀드들의 참여다. 연기금은 통상 조달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싸서 목표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통설인바, 연기금이 더 낮은 수익률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가설이 주요근거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민간이 PFI의 수요위험을 부담하는 상황은 고정수익률을 선호하는 연기금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칼럼의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 하나는 연기금들의 구미에 맞게 고정금리 수익률을 제공하자는 – 대신 수익률은 변동보다 낮은 – 것이다. 정부가 직접 조달하는 채권 gilts가 고정금리 방식인 바, PFI를 고정수익률로 지급한다면 PFI는 건설 및 운영기간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기회비용 등 각종 프리미엄을 감안한 대안적 채권이 되는 셈이다. 칼럼에서도 발전소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이런 지급방식이 도입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고, 국내에도 BTL사업방식은 이러한 고정수익률 지급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하튼 이 칼럼을 읽으면 현재 자본주의 정부가 처한 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미래성장 및 복지를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해야 하나, 재정여력은 말라가고 있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대안이 민간투자사업이다. 이것이 다행히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불러와 정부의 지불여력이 증가하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투자로 귀결된다면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재앙인 상황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 투자자가 연기금이라면 납세자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