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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소 즉흥적으로 홋카이도에 3박4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홋키아도 책을 뒤적거렸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고요. 그리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즐기고 온 것 같아요. 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쓰市, 호수와 역시 온천으로 유명한 도야市, 그리고 홋카이도 최대의 도시 삿포로市 등을 둘러봤습니다. 어제 도착했고요. 시간되고 여유가 생기면 부족하나마 여행기를 올려보도록 하죠. 맛보기(?)로 여행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하나.

여행은 저와 아내, 그리고 우리 부부가 잘 아는 총각 한명과 갔습니다. 온천은 빠질 수 없는 관광코스. 기대했던(!!) 남녀혼탕은 없었고요. -_-a 남녀 탕을 하루에 한 번씩 바꿔서 운영하더군요. 그래서 아내는 여탕에, 저와 총각은 남탕으로 갔습니다. 호텔 지하에 있는 노천탕이었는데요. 룸에 비치된 유카타를 입고, 탕 안에서 쓸 작은 수건과 탕 밖에서 쓸 큰 수건을 가지고 갑니다. 저는 그냥 작은 수건을, 총각은 큰 수건을 가지고 갔습니다.

여하튼 둘 다 발가벗고 탕에 들어서는 순간, 제 눈을 의심할 장면이 눈앞에! ‘이라샤이마센’하며 반겨주는 탕의 종업원이 남자가 아닌 아줌마! @_@ 너무 당황스러운지라 갖고 있던 작은 수건으로 중요부위를 가릴 생각도 못하고 스쳐지나 왔습니다. 그런데 아줌마가 뒤따라오던 총각에게 뭐라 하더군요.(총각은 일본어 대화 가능자) 대충 큰 수건은 탕밖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짐작되었습니다.

재빨리 몸 씻는 곳에 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는데 총각이 나가더니 결국 큰 수건을 옷 보관 바구니에 놓고 오더군요. 그 와중에 저는 ‘아.. 역시 일본은 다르구나’ 하며 처음 경험한 문화충격으로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있었죠. 화장실에서도 아줌마가 있으면 머뭇거리게 되는데 목욕탕에서 마주칠 줄이야. 어쨌든 내 옆에 앉은 총각에게 말을 건넸죠.

“야. 너무 황당하지 않냐?”

총각 왈.

“그러게. 왜 큰 수건은 못 갖고 들어오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