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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

선거권을 갖게 되고 최초로 찍은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거의 천연기념물과 같은 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민중회의’던가 하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조직하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후보를 낸 선거구는 몇 군데였는가 하면… 서울 모선거구와 내가 살던 곳의 선거구 달랑 두 군데였다. 나는 자못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그 후보를 선택하였다. 그 민중의회의 대표는 ‘오세철’ 교수였다.

그의 이름은 그 뒤로도 마이너 중의 마이너로 등장하였다. 민주노동당이 세워져도 그의 이름은 더 좌측에 있었고 매사에 약간 결벽증이다시피 할 정도로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였다. 한번은 어떤 대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태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부끄럽게 연세대 교수라는 쁘띠적인 위치에 온존하고 있었다며, 교수직을 사퇴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의 글을 읽어본 기억도 많지 않다. 때로는 그의 언행이 너무 교조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고작 조직원이 일곱 명이라는 사노련이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너무 이상론 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모든 언행을 공감하기엔 내가 너무 때가 많이 묻어 있었나보다.

여하튼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숨김없고 사심 없고 모순 없는 삶을 살아온 이도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대부를 자처하다 도지사가 되고 여당으로 들어가고 야당으로 들어가고 비록 좌파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제도권으로 들어가고, 호위호식하고 갈등하고 좌절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그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옥중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조직의 공개적인 사회주의 운동은 어떠한 숨김도 없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왔다. 긴급체포할 이유도 전혀 없이 그는 항상 그가 있었던 곳에 있었다. 그런 그를 이제야 검찰이 긴급체포한 것이다.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도대체 오세철 교수가 사회주의 기치를 든 지가 언젠데 이제야 긴급체포를 하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그 분의 청년과 같은 기백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