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은본위제

은(銀)이 사람들의 노동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실한’ 화폐?

이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 정부는 과거 연방준비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고금리의 이자를 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은본위제의 화폐는 미래의 돈을 미리 당겨쓰는 ‘채무’화폐가 아니라 사람들의 노동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실한’ 화폐였다.[화폐전쟁, 쑹홍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랜덤하우스, 2008년, p266]

저자인 쑹홍빙 씨가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유로 그가 은본위제를 추진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음모론 책은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그만이겠지만 – 물론 그 안에 팩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 이 부분은 좀 황당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금본위제, 은본위제, 그리고 금과 은 둘 다를 기반으로 하는 복분위제 등을 시행해왔다. 금과 은이 모든 금속 중에서도 노동이 많이 투입되고 기타 다양한 이유가 있기에 화폐로써의 우위를 점하여 온 것이다.

현대에 들어 금본위제로 단일화된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나 美동부의 금융가에 금이 많이 쌓여 있기에 그러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쑹홍빙 씨가 주장하는 바 금본위제 화폐는 채무화폐고 은본위제 화폐는 노동화폐인가 하는 점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금과 은, 둘 다 투입된 노동을 기반으로 화폐의 위치를 점해온 금속이다. 한편으로 어느 것이든 채무화폐가 될 수도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금을 쌓아놓고 이를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정부를 채무자로 만들었다면 은이라 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