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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축제”와 “우리은행”

우리나라의 블로고스피어가 성장통을 겪는 것인지 이제 서서히 외부의 문제와 함께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잡음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솔직히 ‘찻잔 속의 태풍’일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메타블로그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니 관련 글들을 읽어보기도 한다.

금전문제나 한 개인의 인맥형성에 대한 의혹 등 다른 논의들은 제쳐두고 개인적으로는 ‘블로그 축제’라는 명칭이 그리 달갑지 않다. 물론 ‘블로그 포럼’, ‘블로그 페스티발’ 이름이야 붙이기 나름이다. 그러니 한 유명 블로거 분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에 ‘블로그 축제’라 이름붙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은행’ 해프닝이 생각난다. 몇 년 전 우리은행이 탄생했을 때에 나는 “그럼 앞으로 여타 은행들은 남의 은행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타 은행권의 반발이 대단했다. “우리은행이 사명이 되면 우리 은행을 앞으로 뭐라 불러야 하나”라고 아우성쳤다. 실제로 그들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쨌든 우리은행은 지금도 우리은행이다. 문제는 다른 은행권들은 우리은행을 우리은행이라고 안 부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부르냐면 워리은행(worry bank)이다. 저작권이든 상표등록이든 문제가 없었는지 몰라도 결국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작명으로 인해 불필요한 잡음이 생긴 사례다.

다시 ‘블로그 축제’로 돌아가서 축제의 성공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번 한블연이라는 듣보잡 모임이 아닌 실질적으로 국내 유명 블로거들이 모여 화합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개 글에 보니 “제1회”라고 해놓으신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계속 모임을 가질 것으로 여겨진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은행처럼 명칭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블로고스피어가 경계도 없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물이어서 어차피 블로그 축제가 전체 블로고스피어를 아우를 수 없을 것인데 – 특히나 동호회와 달리 100인100색인 블로거 들의 세계가 아닌가 말이다 – 지금 진행되는 블로그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 블로고스피어의 다른 이들이 “블로그 축제”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제1회 OO(예를 들면 ‘대한민국(?)’) 블로그 축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제1회 블로그 축제(유사품 주의)”라고 해야 할까? 요컨대 모임 명칭이 이렇게 뻔한 보통명사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생각해볼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할 일이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