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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rissey 공연 후기 간단하게…


출처 : @Kihang
 

처음 The Smiths의 존재를 안 것은 198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존재를 거의 최초로 알린 이로 기억하는 복X주 씨의 글을 어느 음악잡지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그 분도 어제 공연에 왔을까?) 글도 글이지만 멤버 네 명이서 반코트를 챙겨 입은 모습이 여느 메탈밴드는 물론이고 비슷한 음악을 하는 인디/뉴웨이브 계열과도 다른 분위기를 풍겨 인상적이었다.

그 뒤 외국에서 어렵사리 그들의 앨범을 구한 것이 라이브 앨범인 Rank. 그때가 1986년 아니면 87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들이 해산한 것이 1987년이었으니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게 그들의 음악을 접한 셈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 The Smiths의 음악은 나의 짧고 얇은 음악 듣기의 역사에 한 귀퉁이를 차지하였다. 정규앨범은 물론 국내 라이선스로 나오진 않았지만 90년대엔 수입CD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 확인해보니 Rank의 발매년도는 1988년. 내가 그 앨범을 얻었을 때는 이미 해산하였다.

Morrissey의 솔로 활동은 유명한 밴드 출신의 솔로 커리어 중에서도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듯하다. The Smiths 나긋나긋한 음악이 약간 하드코어적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팬들의 팬덤도 여전했다. 차트에 오르는 곡은 거의 없었던 것 같지만 팬들이나 모리씨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Your Arsenal을 가장 좋아했다. The Smiths와 모리씨 사운드가 가장 화학적으로 잘 결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2-05-06 033
기념품을 팔던 부쓰

어제의 공연은 그러니까 햇수로 따지면 그들을 안지 27년쯤 되어서야 과거의 프론트맨을 겨우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던 셈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목소리의 상태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 상업적 인기를 유지하여 마침내 동북아 먼 곳 서울에까지 공연을 와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그 역시도 자신의 커리어에서 코리아에 오게 될지 몰랐다는 취지의 말을 공연 중에 한 것으로 기억난다. 몰랐겠지.)

공연장은 예상했던 바, 관객의 적어도 1/3이상이 외국인이었다. 동행한 이에게 말했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에 이렇게 많아지지 않았더라면 모리씨의 공연은 더 지연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인 관객들도 예상보다 많았던지라 크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적어도 중년의 성긴 머리처럼 객석이 비지 않아 보일 정도의 밀도는 됐다. 게다가 스탠딩 앞의 반응은 손 한번 잡아달라는 애타는 팬심까지 연출하였다.

그 덕분인지 공연은 나름 탄력을 받아 탄탄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모리씨의 음색은 깔끔했고 셋리스트는 – 다른 나라에서의 셋리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 적당한 강약을 유지하며 흐름을 탈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The Smiths 시절 곡이 네 곡 소개되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모리씨는 Meat Is Murder와 I Know It’s Over를 불렀고, 사실 이 두 곡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퍼포먼스는 Let Me Kiss You에서 연출되었다. 신체적으로 열등한 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눈을 감고 네가 신체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연상하면서 내가 키스하게 해달라’는 예의 모리씨스러운 가사의 곡인데, ‘눈을 뜨면 네가 신체적으로 경멸하는 누군가를 볼 것이다’라는 가사 부분에서 모리씨가 웃통을 벗어젖히고 셔츠를 관객석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곳은 난투장으로 돌변. 🙂

첫 곡으로 소개되지 않았던 Firs Of The Gang To Die는 예상대로 앵콜에서 등장했다. 기분상의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운드가 왠지 헤비하지 않아서 곡 자체는 앵콜곡에 어울렸지만 왠지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부족한 공허함이 있었다. 게다가 앵콜곡은 단 한 곡.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1시간 20분에 불과한 공연에 앵콜이 한 곡 밖이었니 27년을 기다린 보상심리를 채우기는 조금은 부족했다.

다시 오라 모리씨. 두 번 와라!

“David Cameron씨 내 노래 좋아하지 마~!”

현재 영국 수상 직을 맡고 있는 David Cameron은 여러모로 전통적인 영국 보수당의 이미지와는 다른 사람이다. 젊고 잘 생긴 외모에 대다수 보수들과는 달리 NHS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노회한 보수의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리버럴한 이미지가 더 풍긴다.(물론 그래봤자 토리~지만) 한편 그의 리버럴한 이미지를 보다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가 80년대의 전설적인 브리티시 뉴웨이브 밴드 Ths Smiths팬이라는 사실을 공언하고 다닌다는 점이다.

“보수당 당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모리시는 ‘누가 내 비참함을 알까’라구 생각하겠죠. 유감스럽게도 저는 짱팬이에요. 미안해요. (I’m sure that when Morrissey finds that he’s getting endorsement from the leader of Conservative Party, he will think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I’m a big fan, I’m afraid. Sorry about that.)”[Morrissey와의 토크쇼 중에서]

왜 이 사실이 리버럴한 이미지인가 하는 것은, 비록 The Smiths가 드러내놓고 정치적 슬로건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반골기질이 강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하다. 일단 그들의 대표적인 앨범의 제목은 The Queen is Dead다. 이외에도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Panic, There’s No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같은 곡의 가사를 보면 그들이 보수정치와 신자유주의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영국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룹의 프론트맨은 각각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Morrissey와 Johnny Marr다. 이들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Johnny Marr의 경우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David Cameron의 애정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Johnny Marr는 작년 12월 2일 트윗을 통해 “우리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Morrissey는 지지의 뜻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David Cameron은 의회에서 The Smiths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추궁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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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iths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한 의회에서의 추궁 장면

우리로서는 이 정도의 일을 가지고 장난스럽게 구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윤도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가 트위터에서 “내 노래 좋아하지 마”라고 트윗을 했다면 영국보다 훨씬 살벌한 전개가 펼쳐졌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영국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펼칠 수 있는 풍토가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직설적인 대중문화 풍토덕분이다. 대중문화의 이렇듯 솔직한 정치참여는 순수를 가장한 현실외면보다 훨씬 더 건강한 풍토인 것이다.

한편, 우리 너그러우신 Johnny Marr 님께서는 자신이 너무 몰인정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지난 2월 17일 트윗을 통해 David Cameron이 그들의 노래를 좋아해도 된다고 윤허하셨다. 문제는 단서조건이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라는 단 한곡을 2주일동안만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Johnny Marr가 노래제목을 통해 또 한번 David Cameron을 조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당이 진행하고 있는 개혁은 결국 끝낼 수 없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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