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독일

도전받고 있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슈타인브뤽씨는 – 독일의 현 재무장관 페르 슈타인브뤽 – 독일의회에서 가진 한 인상적인 발언에서 “검은 9월”이후 더 이상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을 개화시키고” 투기자들을 강력히 단속할 수 있는 총체적인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였다.
In a remarkable outburst at the German parliament, Mr Steinbruck said the world would never be the same after “Black September”. He demanded a sweeping code of regulations to “civilise the financial markets” and clamp down on speculators.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의 수퍼파워적인 위치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파워가 지구상으로 퍼져 나감에 따른 다극의 질서를 예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The US will lose its superpower status i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he said, predicting a new multi-polar order where power is spread across the globe.

프랑스와 독일의 중견 정치인들은 최근 몇 주간 시장 체계에 대한 급격한 조정을 요구했었다. 런던 시티 – 브뤼셀에서는 “카지노”로 알려졌던 – 에 적대적이었던 한 힘 있는 EU의 한 파벌은 이번 위기를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강행시킬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Senior politicians in France and Germany have in recent weeks called for a radical shake-up of the market system. A powerful EU faction that has always been hostile to the City of London – which is known in Brussels as “the casino” – see this crisis as a rare chance to ram through irreversible changes.

“그들은 모든 회사와 동업자들의 자본수준을 규제하고 경영권 취득을 제한하고 자산박탈을 제한하기를 원한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자본주의의 앵글로-색슨 버전을 규제해서 절멸시키고 싶은 것이다.” MEP(Member of the European Parliament:유럽의회 멤버)이자 UKIP(영국독립당:영국의 극우정당)의 경제 대변인인 존 휘대커의 발언이다.
“They want to regulate the capital levels of every firm and partnership, limit takeovers and regulate asset stripping. In short, they want to regulate the Anglo-Saxon version of capitalism out of existence,” said John Whittacker, MEP and UKIP’s economic spokesman.

슈타인브뤽씨는 앵글로-색슨 세계의 단기이익이나 엄청난 보너스에 대한 동기가 수십 년이래 가장 참담한 위기를 낳은 뿌리라고 말했다. “투자은행가들과 뉴욕, 워싱턴, 그리고 런던의 정치가들은 이를 기꺼이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r Steinbruck said the drive for short-term profit and huge bonuses in the Anglo-Saxon world was the root cause of the gravest crisis in decades. “Investment bankers and politicians in New York, Washington and London were not willing to give these up,” he said.

Financial Crisis: US will lose superpower status, claims German minister에서 발췌

현재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탈규제, 월스트리트, 런던시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과도한 경영진 보수 등이다.

오바마는 제2의 케네디?

“아무도 전쟁을 반기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우리 군대와 여러분의 군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물리칠 우리의 지원과 여러분의 지원 말입니다.”
“No one welcomes war. I recognize the enormous difficulties in Afghanistan … America cannot do this alone. The Afghan people need our troops and your troops, our support and your support to defeat the Taliban and Al Qaeda….”

존 맥케인이 쓸쓸히 독일음식 레스토랑에서 독일계 레스토랑 사장과 식사를 하고 있을 즈음에 오바마가 20만 군중이 모인 베를린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다. 그의 방독과 독일인들의 열광적인 환호의 장면에서 존 F 케네디의 모습이 오버랩된 것은 나 혼자만의 착시현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바마는 이제 케네디家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제2의 케네디’(거의 제2의 제임스 딘이라는 호칭에 준하게 약발이 먹힐만한)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려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도가 성공만 한다면 그는 젊고, 핸섬하고, 경제에 있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안보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그야말로 갖출 것 다 갖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다. 특히 안보에 있어 케네디의 이미지의 차용은 그간 그를 괴롭혀 오던 미국 유권자들의 인종적 편견과 안보에 대한 편집증을 어느 정도, 아니 상당 정도 무마시켜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로서는 잘된 일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계는? 기껏 일방주의 개꼴통 부시가 싫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은 나머지 세계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연설은 ‘니들은 됐고’라는 투로 들린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의 본질을 폭로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얼마 전까지 이라크內 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이에게서 기대했던 연설은 아니다.

오바마는 아직도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세계평화의 최대의 위협세력이라고 생각하는가? 유가폭등이 그들의 탓인가?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들의 공작인가?

리히텐슈타인의 금융위기와 왕자의 도발

리히텐슈타인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인구 3만5천의 초미니 입헌공국이다. 면적이 서울의 약 4분의 1 정도 된다니 조금이라도 과속을 했다가는 자기도 모르게 국경을 넘어버릴지도 모를 그런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아담하고 조용한 나라다. 그런데 최근 이 나라가 유럽에서 벌어진 한 스캔들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리히텐슈타인 정보 더 보기
http://en.wikipedia.org/wiki/Liechtenstein
http://pro.gjue.ac.kr/~kang/nation/liech/liechten.htm

최근 독일정부는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이 나라의 주요은행에 대해 자국 부유층들의 조세포탈 방조혐의 수사에 착수하였고 이로 인해 양국 간의 외교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게 된 것이다. 특히 독일 연방정보국이 지난 2006년 리히텐슈타인의 최대은행인 LGT Bank의 전직 직원에게 420만 유로를 제공하고 은행고객 자료를 입수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요컨대 갈등의 근본원인은 독일의 이번 조치가 리히텐슈타인의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금융업의 근본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리히텐슈타인은 유럽 각국의 부호들의 자금을 예치하면서 고객정보 비밀유지를 철저히 보장해왔는데 이것이 한 밀고자의 배신행위(?!)로 신뢰에 금이 갔고 향후 자국 은행이 불가피하게 독일의 수사에 협조할 경우 리히텐슈타인 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한편 이러한 양국 간의 갈등양상에서 흥미롭게도 최대의 수혜자는 리히텐슈타인의 왕자 알로이즈(Alois)라고 한다. 1968년 생으로 우리나이로 마흔 하나인 이 왕자는 그동안 좋게 말해서 온화한 품성이고 나쁘게 말해서 약해빠진 이미지로 리히텐슈타인 국민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는 왕자였다.

Hereditary Prince of Liechtenstein.jpg
Hereditary Prince of Liechtenstein” by Presse- und Informationsamt, Vaduz – http://www.llv.li/customthumbnail?imageId=134785&thumbnailWidth=480. Via Wikimedia Commons.

알로이즈 왕자 정보 보기
http://en.wikipedia.org/wiki/Prince_Alois_of_Liechtenstein

그랬던 그가 최근 독일이 밀고자에게 거액을 제공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며 심지어는 주권침해행위라고까지 비난하면서 그럴 돈이 있으면 세금체계를 고치는 것이 낫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국민들은 왕자의 화끈한 모습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비로소 왕자가 다혈질이어서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의 아버지 한스 아담(Hans Adam)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연전에 타블로이드 신문의 씹어대기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스위스 신문의 한 질문에 대해 ‘지루하게 살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던 이 왕자는 이제 그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알로이즈 왕자의 도발은 도발이고 리히텐슈타인 정부의 입장은 보다 외교적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바다건너 국가도 독일과 같은 문제로 리히텐슈타인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히텐슈타인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인 압력 증대와 고립화 우려 때문에 자국은행들에 대한 관리 및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여하튼 이번 스캔들로 인해 스위스나 리히텐슈타인의 은행들이 그동안 철칙처럼 지켜오던 고객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원칙과 이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많은 이들이 그간 그러한 원칙을 미덕으로 알아왔으나 실은 각국의 부호들의 조세피난이라는 범죄의 공범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알로이즈 왕자의 행동이 이 소국(小國)의 국민에게는 영웅적 행위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것은 사적자본의 이윤추구행위에 불과할 수도 있다. LGT bank 의 소유주는 바로 리히텐슈타인 왕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