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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금지”는 “경제민주화”의 답이 아니고 풀이과정이다

대선에서의 경제 분야에선 최대이슈가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다. 그리고 이 화두에서 양 진영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공약은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에 관한 공약이다. 순환출자라는 것은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출자방식에 대해 박 캠프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문 캠프는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분 3년 내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의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출처)
 

순환출자의 가장 큰 문제는 가공자본의 형성을 통해 경제력을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과정과 건전한 경제행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한국 “재벌”의 역사는 이러한 순환출자 등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양적성장을 극대화한 역사라 할 수 있다. 양 진영은 이러한 퇴행적 경제행위가 경제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상황인식을 공유하며 이를 금지함으로써 그 부작용을 막으려는 계획인 것이다. 이들 간의 가장 큰 차이를 살펴보자면, 문 캠프는 박 캠프와 달리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라는 것이다.

이 차이가 어떻게 재벌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블로거 이정환의 글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자면 재벌의 입장에서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정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박근혜의 당선을 바랄 것이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절름발이 “경제민주화”다. 순환출자의 부작용 해소는 그 전체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독일도 1930년대와 40년대 나찌체제에서는 기업간 상호소유로 엮인 콘체른의 비중이 컸지만, 1945년 패전후 콘체른이 해체되고, 독점 방지법 등이 제정되었으며, 이원적 기업지배구조가 발달해서, 일부 잔존하는 순환출자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안전장치들이 부재하거나 부실하기 때문에 재벌들로의 경제력 집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략] 독일에서는 대기업들이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도록 법률로 강제되고 있습니다. [중략] 즉, 대기업에 이사회와 별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사회가 있어서 이사의 임명권과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데, 감사회는 주로 주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이런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가 가공자본을 형성하려 할 경우 종업원 대표나 주주대표들이 반대를 하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없습니다.[다른 나라는 왜 삼성 같은 순환출자가 없을까요?]

인용 글에서 보다시피 결국 핵심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다. 재벌의 순환출자가 가지는 가장 큰 모순은 “소유-지배의 괴리”다. 우리 재벌은 하나같이 “회장님”이라는 거창한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의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한다. 이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에도, 주주자본주의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순환출자 금지는 주식회사 제도의 본래 취지로 가기 위한 교량일 뿐이며,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민주화”의 보다 진일보한 형태인 이해자 자본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경제단위의 의사결정이 꼭 “민주화”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판단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회장님의 고독한 결단”이 주효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고, 엄청난 정보의 양을 소수의 판단에 맡겨둘 수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다층적인 의사결정 구조 일인지배 구조보다 우월하다는 상황인식도 만만찮고, 기왕에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꺼낸 이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서구의 하의상달식 경제민주화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이, 그것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후 비로소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제시된 경제민주화 비전에 진정 민주적인 요소는 없어 보인다.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발언권 강화를 위한 장치도,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요구해야 할 주체들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것도 특이하다. 경제민주화는 작업장에서, 사업체에서, 지역에서, 근로자와 소비자, 지역주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데 말이다.[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순환출자 금지”는 “경제민주화”의 답이 아니고 풀이과정이다.

귤이 바다를 건너와 탱자가 된 또 하나의 사례,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는 의사결정의 권력을 기업의 주주에서 보다 공공의 지분소유자인, 노동자, 소비자, 공급자, 근린주구, 더 많은 이들 등 보다 큰 그룹으로의 이동을 제안하는 사회경제학적 철학이다.
Economic democracy is a socioeconomic philosophy that proposes to shift decision-making power from corporate shareholders to a larger group of public stakeholders that includes workers, customers, suppliers, neighbors and the broader public.[wikipedia.org]

경 제민주화는 경제조직의 단위들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또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통제될 때 실현된다. – 최우선적인 이해관계가 단기적인 재정이득인 원격 주주들보다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공동체에 대한 진정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에 의해서 소유되고 통제되는 것을 말한다.
Economic democracy exists when the units of economic organisations are owned and controlled by the people who work in them, and/or by those who use their services – people who have a genuine long-term interest in the organisations and the communities in which they operate rather than remote shareholders whose overriding interest is short-term financial gain.[equalitytrust.org.uk]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개념의 정의는 명확하다. 바로 경제에 있어 의사결정의 주체를 소수의 손에서 다수의 손으로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가 재벌총수의 전횡, 단기적 이해의 주주자본주의를 포함한다면, 후자는 소비조합, 노동자의 경영참여, 이해자 자본주의, 기타 보다 급진적인 경제단위의 민주적 통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박근혜 씨가 처음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꺼냈을 때에는 우선 위와 같은 이 개념의 고갱이에 대해 고민하였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본질이 “박정희 체제”의 적자인 그로서는 그와 같은 급진적인 사고를 차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경제관료 출신 김종인 씨의 영입이다.

김종인 씨는 전두환 前 대통령이 개헌을 할 적에 소위 “경제민주화 조항”이라 불리는 헌법 제119조 2항을 집어넣자고 건의하여 관철시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 주장이 진실인지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알아야 할 것은 그 조항이 이 경제적으로 극우적인 나라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명성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119조의2.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원문 보기]

이 조항을 보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는 주체가 “국가”다. 비록 그 규제와 조정의 목적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오랜 기간 국가주의의 통제에 의해 경제시스템이 왜곡되고 변질되어 온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그 주체를 국가로만 국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백번 양보하여도 “경제민주화”가 포괄하는 주체와는 동떨어져 있다.

한편, 왜 박근혜 씨가 이번 선거에서 이 개념을 선점하려 하였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실제로 경제체질의 개선에 관심을 가졌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밖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정책의 좌클릭을 통한 중도층의 흡수와 ‘근대화 세력 對 민주화 세력’이라는 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란 분석을 해볼 수 있다.

그러한 포지셔닝이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씨가 결국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기존의 재벌개혁 공약에서도 한참 미진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오히려 주주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정도의 “경제민주화”와 전혀 상관없는 정책이지만 민주당은 이런 보수성에 동질화되어버려 이슈파이팅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어느 샌가 한국화(韓國化)되어버린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씨의 아버지 박정희가 주창한 “한국식 민주주의”를 연상시킨다. 박정희는 “서구 선진국과 우리는 역사적 배경과 토양이 다르므로 정치도 달라야 한다”며 한국의 현실에 맞는 민주주의를 주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없는 “한국식 민주주의”인 유신(維新)체제였다.

박근혜 씨의 “경제민주화”도 국제사회에서 통용이 될 수 없는 “한국식 경제민주화”다. 재벌의 소유구조 왜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태원 SK “회장”은 티끌만한 지분으로 공금을 가로챘고, 기업은 신종자본증권으로 – 역시 한국화된 – 회사의 자본상황을 윤색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식 “경제민주화”는 이 혼탁한 바다에 소금 한줌 뿌리는 짓이다.

한편 “노동자 대통령”을 표방하며 출마한 김소연 씨는 “재벌 재산을 몰수하여 사회화하고, 모든 주요 산업을 사회화하여 노동자와 민중이 통제”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몰수의 정당성, 현실성에 대해선 의문이 가지만, 적어도 “노동자와 민중의 통제”는 경제민주화 본래의 의미에 충실하다. 너무 거칠어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사전적(!) 정의에는 충실하다.

‘자본주의가 소유권이 엄존하고 그걸 보호해주어야 유지되는 체제인데 그걸 부정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어느 현명한 철학자의 다음과 같은 생각을 들어보자. 우리가 주체적으로 당연하다 생각하는 생각들은 남의 생각이고 시대적 맥락을 가진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란 생각은 절대진리인가?

(러셀이 책을 저술할 당시인 1940년대 초반인 현대에는 많은 국가들이) 정치 권력의 세습이론을 거부하였음에도 이것이 민주 국가의 경제 제도에 거의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우리는 여전히 부모의 재산을 자식들이 상속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즉, 정치 권력의 세습은 거부하면서도 경제적 권력의 세습은 수용하는 것이다. 정치적 왕조는 사라졌으나 경제적 왕조는 살아남았다.

나는 지금 두 형태의 권력이 다르게 취급되는 행태를 옹호하거나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러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이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 사람이 삶을 통해 축적한 부를 다른 사람에게 상속할 수 있다는 견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여겨지는지를 고려해본다면, 로버트 필머 경과 같은 사람이 어떻게 왕권의 세습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크의 혁신적 견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마도 (부의 세습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현대인들의 생각이) 미래에는 필머의 이론만큼이나 공상적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러셀의 서양철학사(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中, 재산의 상속에 대한 러셀의 견해에서 재인용]

읽어볼만한 또 다른 관련 글 “경제민주화라는 유령”(이정환닷컴)
An Alternative Model: Economic Democracy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박정희 체제”의 종식

재벌의 모순은 급속한 경제개발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5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남한은 한정된 자원에서 어려운 선택을 했던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풍요를 일구어냈다. 정부는 특정 기업들을 선정하여 업계를 주도해나가도록 했고, 승자가 되게끔 판정했으며, 그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경쟁으로부터 보호했다.
[중략]
오늘날,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남한의 1,800개 상장기업 중 1,600개 정도가 55개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1년까지 상위 10개의 재벌의 매출이 이 나라의 GDP의 70%를 차지한다.
[중략]
현대 그룹의 건설부문 CEO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전에 “비즈니스 프렌들리”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대기업이 정부의 허가 없이 토지를 매입할 수 있게 했고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투자제한을 철폐했다. 그가 집권한 4년 동안, 상위 10개 대기업의 매출은 연평균 13% 증가했는데, 전임자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연 3%였다.[South Korea Pushes to Curb Conglomerates]

한정된 자원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박정희나 그의 후임자들이 택한 전략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이 기사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정권이 선택한 기업들을 보호하는 전략이었다. 일종의 유치산업(幼稚産業)을 보호하는 전략이었거니와, 더불어 유치기업까지 보호한 셈이다. 정부의 비호 아래서 재벌들은 순환출자 등을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며 국내 상장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거의 모든 업종에 그들의 영업망을 걸쳐놓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왜곡된 경제 시스템을 창출한 독재자의 딸이 이제 그러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를 선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형식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그 정책공약은 미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던 바로 그 정당의 후보로서 재벌개혁을 선거의 이슈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경제에 대한 관념이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스탠스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문재인 씨와 안철수 씨가 더 강경한 노선으로 옮겨진 것인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문재인 씨의 대기업 관련 공약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법’ 제정,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시제도, 순환출자 금지 등이 있지만 보다 구조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안철수 씨의 공약은 아직 특별한 것이 없다. 요컨대 그들의 생각도 급진적이지는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건전한 시장경제”정도다.

급진적이지 않으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그것은 재벌 개혁이 대선후보들의 가장 핵심적인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상장기업과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기업이 전체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대기업 고용이 장래에 급격하게 늘어날 개연성이 적은 지금, 중소기업 업종 보호와 같은 소극적인 정책은 일자리 창출, 이를 통한 내수 활성화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재벌 체제하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전자, 자동차, 철강과 같은 업종이 전후방 연계효과로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보듯이 그 고용은 파견직, 비정규직과 같은 질 낮은 일자리로 채우고 있다. 저임금 노동력 사용으로 인한 비용절감분은 주주에게 돌아간다. 골목상권의 진입은 또한 자영업자의 한계이익을 감소시켜 고용을 비례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러한 순환구조 속에서 소득 및 자산의 양극화가 극대화되고 있다.

이헌재 씨는 그의 저서 “위기를 쏘다”에서 박정희 이후 모든 정부는 경제적으로 “박정희 체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발언한다. 이후 “민주정부”가 민주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와 사회분야에 국한된 것이고, ‘재벌 특혜, 수출 중심’의 “박정희 체제”는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고 나도 이에 동의한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도로 민주정부”를 원하는 여론도 우려스럽다. 정말 그 정도면 족한가? 재벌이 건재한 “민주화된 건전한 시장경제”?

박근혜 씨와 문재인 씨의 일자리 공약에 대한 비교

민주통합당이 최근 문재인 씨를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새누리당은 진작 박근혜 씨를 후보로 정했기에, 이로써 오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양대 정당의 공식후보가 확정된 것이다. 이전의 선거판에서 벌어졌던 경선불복에 따른 독자출마와 같은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안철수 씨가 대선출마를 공식발표하면 주요한 후보들의 선거판은 대충 짜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경제’다. 정치적 대립이 치열했던 예전 선거에서는 “민주 對 반민주”의 대결이 주요이슈였고, 지난 선거에서는 경제 이슈가 주요이슈이긴 했지만 우파의 “좌파정치 종식”이란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시 한 축이었다. 이번엔 박근혜 씨가 독재자의 딸로서 퇴행적인 역사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민주화”란 이슈를 선점하면서 경제로 쟁점이 수렴될 전망이다.

경제 중에서도 현재까지는 “경제민주화”란 키워드가 논의되고 있다. 사실 이 표현은 그 뜻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김종인 씨와 이한구 씨가 날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두루뭉술한 표현이다. 김상조 교수는 칼럼에서 “경제민주화가 뭔지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정답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였고 나 역시 동의한다. 선거판은 결국 각론의 경제 이슈로 쪼개질 것이다.

각론을 먼저 치고 나온 것은 문재인 씨다. 공식후보로 선출된 직후 그의 첫 행보는 현충원 방문이었고, 그 다음이 ‘일자리창출을 위한 각계 대표 간담회’ 참석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일자리 문제를 대선 이슈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몇몇 국가 수준은 아니지만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이슈가 되어 오고 있는 데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이 이슈에 대한 두 후보의 공약 중 흥미로운 점은 둘 다 “노동”이란 단어를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박근혜 씨는 “고용복지”, 문재인 씨는 “일자리”란 표현을 쓰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노동이라는 큰 틀 내에서의 한 형태인 고용에만 시선을 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고용이 창출되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발생하는 허다한 모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 후보 간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문재인 씨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일자리 인권’ 보장, 대기업의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근절 등 이미 창출된 고용 내에서의 문제를 전향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성, 고용형태, 연령, 장애, 종교 및 사회적 신분에 따른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는 ‘전 국민 고용평등법’ 제정공약은 매우 신선하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런 공약에도 불구하고 간담회에서 문 씨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무시간 단축 등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정부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비용증가에 대한 기업의 적개심을 누그러뜨리려는 발언이겠지만, 이는 그가 이미 제시한 일자리 공약을 무시 내지는 희석시키는 발언이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강행조치가 어느새 정부지원으로 변한 것이다.

애초에 고용의 질을 향상시킴에 따른 기업부담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낸 것도 아니고, 노동자의 능력 이외의 차이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인권적 차원에서의 선진적인 입법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도, 바로 그 이슈에 대해 후보로 선출되자마나 정부지원을 언급하는 것은 그리 탐탁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지원하는 셈이니 종교에 따른 차별도 정부에서 지원할 것인가?

물론 정규직 전환이나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킬 개연성은 크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은 그간 비정규직 노동의 남용과 OECD 최장의 근무시간의 열매를 향유하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파견직 활용과 같은 불법행위도 이미 법정으로부터 그 불법성을 판결 받은 상태지만 기업은 개선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기업간 협의의 단계가 아닌 ‘평등법’과 같은 강행법규의 제정이 답이다.

한편, 이 이슈에 대한 박근혜 캠프의 생각은 어떠할까? 박 씨의 사이트에서 그가 주최하여 열린 ‘고용복지 정책세미나’ 자료를 보았다. 이 자료는 전반적으로 고용과 복지 문제가 혼합된 정부의 공적 부조에 관한 이슈에 집중되어 있다. 정규직 전환 이슈는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시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유일하다.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그들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언급에 딱 한번 등장한다.

즉, 박 씨가 내놓은 자료는 최근 노동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저러한 갈등에 대한 언급은 없이 빈곤층에 대한 통합급여 체제의 부작용, 근로장려세제 확대개편, 정부의 고용서비스 품질 개선 등 빈곤층 등에 대한 복지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고용 이슈는 이러한 복지 이슈에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역력하다. 그의 자료에는 장시간의 근로시간, 나쁜 일자리의 급증과 같은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박 캠프와 문 캠프의 노동공약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문 캠프의 현실인식과 그 대안이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국민 고용평등법’은 법제화가 될 경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씨 스스로가 “나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데에 한 몫을 했던 이로서의 한계도 극복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을 운운한 그의 기회주의적 발언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박근혜, 헌법 등등 잡담

블로그를 여기저기 조금씩 정리했다. 배경에 이미지도 넣고, 자유게시판도 만들고, 블로그 소개 글도 좀 바꾸고(소개라기보다는 그냥 푸념), 태그 구름도 새로운 플러그인을 적용하였다. 그렇게 하니 조금 집안 분위기가 화사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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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씨가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대한민국 남자’로 정했다고 한다. 문재인 씨가 특전사 출신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그의 특전사 경력은 박정희의 학생운동 세력에 대한 강제징집 덕분에(?) 쌓은 경력이다. 이렇게 쌓은 경력으로 박정희의 시대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의 딸 박근혜 씨와 대항하려는 상황이니 무슨 ‘뫼비우스의 띠’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 트위터러의 지적에 따르면 문재인 씨의 그런 슬로건들은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좌우파의 슬로건을 모두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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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근혜 씨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ㆍ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계시니 이 문제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기보다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는데 이미 국민과 역사의 판단은 내려졌다. 군사쿠데타 범죄로.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쓰여 있는 바, 4.19정신을 파괴한 5.16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변호한 박근혜 씨는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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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 덕분에 더 잘 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각국 국민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설문만 놓고 보자면 중국은 자본주의, 일본은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울 것 같다. 한편 설문에 응한 국가들 중에서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념의 공백상태를 어떤 정치세력이 파고들 것인지가 향후 남유럽 및 전체 유럽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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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조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사안이 서구 금융권의 라이보 조작 사건과 유사해서인지 연합뉴스 웹사이트에서도 비중 있게 소식을 다루고 있다.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CD를 고의로 떨어트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엔 오히려 CD를 고의로 떨어트리지 않고 있다고 보고 조사를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라이보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은행권이 제출하는 금리지만 CD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증권사가 제출하는 것인지라 좀 사안이 다른 것 같고, 만약 짬짜미가 이루어졌다면 어떤 식으로 짬짜미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언론의 호들갑에 비해 그렇게 큰 스캔들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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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he Ruling Class란 영국영화를 봤다. 피터오툴이 주연한 작품인데 명문가의 후계자가 된 피터오툴이 연기한 Jack이 스스로를 예수라 생각하고 있다는 설정의 풍자극이었다. 결국 가족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Jack은 망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Jack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반전은 Jack이 새로 얻은 정체성은 명문가의 Jack이 아닌 Jack The Ripper의 Jack이란 사실. 좀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재밌는 작품이니 기회 되면 보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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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이 어서 빨리 공휴일로 재지정되길….

선거 소회 – 민주통합당의 패착에 관하여

어제 트위터를 보면 진보개혁 성향의 많은 트위터러 들이 소위 말하는 집단 “멘붕” 상황에 시달린 것 같다. 그간 청와대와 여권의 뻘짓을 보았을 때 많은 야권성향의 유권자들이 여소야대 상황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 내리라고 여겼던 상황이었을 텐데, 결과는 예상 밖으로 여당의 – 사실상의 박근혜의 – 압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여야 간 균형추가 어떻게 될 것이라 예측하지 않았기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편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통합당이 선거기간 동안 저지른 몇몇 패착이 떠오르며 화가 나기는 했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민주통합당의 패배의 배경을 몇 개 들어보자면, 결과적으로 1) 한미FTA 등을 둘러싼 이념적인 혼선, 2) 박영선 의원이 지적한 “보이지 않는 손”이나 김용민 씨의 처리에 대한 우유부단한 지도부의 대처, 3) 불법사찰 등 총선 이슈의 의제선점 실패 등의 원인이 거론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배경은 당의 정체성과 지지층 일부의 괴리감에서 온 혼선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에게는 현재의 한미FTA 이외의 대안이 없었고 다만 반MB의 관성만 있었을 뿐인데 이 부분이 보수 성향 지지층의 이탈을 불렀을 것이다.

두 번째 배경은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1인 지도체제가 아닌 상황이 불러온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명숙 체제는 분명 정도를 벗어난 지도력 부재를 만방에 보여주었다. 김용민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명숙 씨의 코멘트는 “걱정이 많이 된다.”였다. 이후 사태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후 한 말은 “사퇴를 권고했으나 본인이 표로 심판받겠다 하더라.”였다. 이건 지도력도 아니다. 이 역시 당의 정체성과는 다른 일부 지지층의 인기영합주의에 따른 “전략공천”의 – 실은 전략은 없었던 – 패착이 되었다.

세 번째 배경이 어쩌면 앞으로 민주통합당이 대선까지 짊어지고 나가야할 가장 근본적인 숙제일 것이다. 이제 불법사찰은 대선까지 끌고나갈 성격의 이슈가 아니다. 물론 진상은 파헤쳐야 하겠지만 박근혜 씨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MB의 책임이다.”라 할 것이고 지지자들도 수긍할 것이다. 남은 것은 복지다. 가처분소득의 감소와 내수부진으로 인해 저성장 사회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복지는 박근혜 씨도 전면적으로 내세울 이슈인데 이마저 빼앗기면 자칭 타칭 “진보개혁” 정당의 정체성마저 지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다시 세 가지 배경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을 형성한다. 내가 자주 가는 블로그의 선거분석 글을 보면 한미FTA에 대한 입장변화가 민통당의 악수였다고 하는데 나는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공감하고, 어떤 식으로든 지금과 같은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서 색깔을 선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존의 FTA를 긍정한다면 각종 복지정책이나 경제민주화 조치와 배치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지도력과 결단력일 것이다. 한명숙 씨에게는 결여된.

p.s.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다. 근소하게 승리했으면 여태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논공행상에 바빠 대선에서 동일한 뻘짓을 반복했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다.

p.s. 2 오늘 자정 이후로 진보신당은 정당등록이 취소되어 더 이상 당명을 그대로 쓸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타율적으로 “신”자를 떼게 되었다.

한미FTA 관련 tweet 들 모음 :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

정부와 한나라당이 10월 31일 한미FTA 비준안을 단독상정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트위터는 이러한 사태를 우려하는 트윗들이 올라오고 있고, 나도 질세라(!) 거들고 있다. 관련 트윗들을 이슈별로 모아보았다.

끝장토론

한겨레의 ‘FTA 끝장토론’ 요약. 끝장도 안 났지만… http://bit.ly/vNQm2W

정태인, 한미FTA ‘끝장토론’의 끝은 | 우리가 확인한 것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저 놀라운 확신,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건 시장질서와 자유무역의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극도의 단순함이다. http://bit.ly/vv0eCY

전문가 인터뷰

이정구 경상대 연구교수 “한미FTA는 국제무역을 확대강화하는 것을 넘어 양국 기업주들이 이윤 추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투자자들이 FTA에 따른 과실을 독차지한다는 것 http://bit.ly/tPN5ye

송기호 변호사 “야당이 지금까지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를 두고 ‘통상독재’라고 비판했는데, 정작 통상절차법 통과로 인해 사실상 야당은 ‘통상독재에 대한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 http://bit.ly/rqEQQw

정태인 : 여권 안에서 한미 FTA에 관한 첫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이광재 의원의 세미나 모임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렇다. 2004년 11월께, 삼성경제연구소 측이 이 모임에서 한미 FTA에 대해 발제를 했다. 출처

정치권

민주당 대변인 “민주당은 한미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잘못된 한미FTA를 제대로 바로잡자는 것” 여기까지가 한계? http://qr.net/fnjd

한국 국회는 국내 법·제도의 변경을 수반하는 한·미 FTA의 글자 하나도 바꿀 수 없다. 국회는 오로지 찬·반만을 결정할 수 있다. 현행 법체계상 국회는 체결된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권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http://bit.ly/rWNp1C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수정권한도 없고, 그것에 따라 자신들이 만든 수많은 법률을 뜯어 고쳐야 하는 한미FTA를 “닥치고” 찬성하려 한다면, 의회의 권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므로 그깟 의회는 해산시켜 버림이 순서가 아닐까?

RT @DemocracyCho: 아..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번 FTA 관련해 반대 조류가 커지고 있다네요..특히, 차기 정권을 노리는 친박계 쪽에서 반대 또는 이행법안 수정, 독소조항 무효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답니다..국회쪽 지인 통신~

박근혜 씨, 대선 키워드가 ‘복지’인데 복지하고 싶으시면 한미FTA 반대하세요. 수첩에 적어두시고…

박근혜 씨가 국면전환 카드로 한미FTA 재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될까? 정국은 또다시 엄청난 소용돌이로…

일반의 우려와 달리 한미FTA는 비준 후라도 재협상 및 폐기가 가능하다. 이를 통제할 특별법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FTA의 본질을 간파하고 행동할 의지를 가진 곳이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우리가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하다.

자동차

RT @ftapolicy: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http://j.mp/sp4KQZ 그리고 추가협상으로 우리가 양보한 분야는 자동차뿐인데, http://j.mp/sur7cs 막상 업계는 환영을 표명했습니다. http://j.mp/rytKtJ

Photo: 한미FTA 비준하라고 “30만 근로자”들이 돈모아서 낸건 아닌 것 같은 광고 http://tumblr.com/ZiMQByB41mlR

간접수용 관련

한미FTA에서의 “간접수용”시 보상금액이 미래의 기대수익을 포함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글. 간접수용은 국내법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한미FTA가 발효되면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 http://bit.ly/uWu6zb

투자자-국가분쟁해결 관련

RT @your_rights: #최재천의한미FTA청문회 138>ISD는 2006년 협상시작부터 한미간에 일체 이견이없었습니다. 참여정부때는 없었다가 MB정부들어 새로생긴 조항이 아닙니다. 과거정권에 일정부분이라도 책임있는 이라면 이점에 대해서는 반성적고려가 필요합니다. ISD2)

용인경전철은 민자사업과 국제중재가 만난 전형적 사례다. 정당한 보상은 있어야지만 큰 틀에서 사업방식, 중재를 통한 보상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조중동은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실은 한미FTA야 말로 이런 체제의 일상화를 초래한다.

금년 4월 국제무역협상에 대한 호주의 접근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재고의 일환으로, 길러드 정부는 양자간과 지역간 무역협정에서 더 이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http://bit.ly/tMHQoS

볼리비아와 벡텔의 상수도 시설을 둘러싼 분쟁 당시 미국-볼리비아FTA가 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벡텔은 다만 유령회사가 설립된 네델란드와 볼리비아 간의 BIT를 활용하여 볼리비아를 국제중재로 몰고 갔다. http://bit.ly/uYK7sw

☞ 이 트윗은 @cogitur 라는 유저가 볼리비아와 미국이 FTA를 체결하는 바람에 상수도 민영화에서 국제중재로 큰 손해를 입었다는 트윗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공식계정인 @ftapolicy 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성격의 트윗이다.

RT @Song_Younghoon: @EconomicView 그런 방식은 다국적기업들이 잘 쓰는 것이기도 하죠. 호주-미국간 FTA에는 ISD조항이 없는데, 필립모리스는 호주 정부의 담배정책을 공격하기 위해 필립모리스 홍콩을 통해 홍콩-호주간 BIT를 활용하여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대안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앎이 중요한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자본친화적인 FTA의 근본성격을 이해하고 진정한 자유무역, 약자의 자유와 공생의 철학이 담긴 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사실 한미FTA에 “제2의 을사늑약”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그간 고민한 바 그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자본에 더 많은 자유를 주는 조약이다. 자본도 자유가 있고 권리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많은 그 자유를 FTA로 더 준다는 점.

한진중공업과 한미FTA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이미 자본은 입지의 자유가 각종 투자보장책에 의해 확보된 상태이고 그래서 한진은 부산을 떠난다. 한미FTA는 양국에 이런 자유를 더 부여한다. 결국 자본이 떠나면 남는 것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한미FTA를 저지한다고 갑자기 신자유주의화가 중단되거나 사회가 복지체제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한미FTA는 자본의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의 한 맥락일뿐. 효과적인 해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상황.

대안적 FTA사례는 남미좌파블럭이 시행하고 있는 ALBA를 들 수 있다. 이 협정은 상호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금융독립성을 강화할 지역개발은행 설립, 지역운동을 활성화할 위원회 설립 등을 담고 있다. http://bit.ly/sBnuXI

헌법

사실 헌법상의 경제질서, 공익을 위한 규제 등의 조항이 별로 지켜진 적도 많지 않다. 토지공개념조차 위헌판정 받을 정도니까. 한미FTA 발효는 이런 사문화된 헌법조항의 사문화에 대한 확인사살이 될 것이다. 실질적인 개헌이라고나 할까?

사실 웬만한 진보조차 환영하는 헌법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있는 성장 및 적절한 소득분배 유지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시장경제의 보완적 성격도 있긴 하지만 독재시절 국가통제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