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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력시장 현황에 대한 전경련의 주장 톺아보기

어제 쓴 글에서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에 대해 자본이 침묵하고 있다”고 썼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저련님의 제보에 의하면, 전경련은 이미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전경련의 기민성을 얕잡아본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전경련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필수 생산요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싸”란 자료를 통해 정전사태로 인해 자신들만 뭇매를 맞는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였는데, 한번 그들의 주요한 주장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에 비해 차별적으로 인상되어 왔다. 2000년 이후 11차례의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 26.6% 인상되었는데, 산업용 요금은 그 두 배에 가까운 51.2%나 인상되었다. 동 기간 동안 주택용은 4.1%, 일반용은 6.6%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요금개편에서도 산업용은 6.1%가 올라, 전체평균인 4.9%보다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였다.[출처 : 전경련 홈페이지]

전경련의 주장에 의하면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등 기타 요금에 비해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여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작성한 표를 보면 출처가 한국전력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정확히 부합하는 자료는 찾지 못했고, – 물론 기초자료로 전경련이 분석한 것이겠지만 – “2011년도판(2010년실적) 한국전력통계 전문”란 자료에서 같은 추정을 할 수 있는 “판매단가 추이”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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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가 이 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표다. 전경련의 주장 중에 사실에 부합하는 것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이나 전체 전기요금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1995년 주택용 대비 54.52%에 불과하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0년 현재 74.12%까지 올랐다. 하지만 증감률에 있어서는 전경련의 분석과 차이가 난다. 내가 찾은 자료로 보자면 2000~2010년 동안, 주택용은 9.14%, 산업용은 31.44% 올랐다. 전경련 자료가 2011년 8월임을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많이 난다.

전경련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산업용 전기를 필수 생산요소로 보기 때문에 주택용보다 낮은 요금을 책정하여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일본 69%, 프랑스 67%, 영국 66%, 미국 59% 등으로 대부분 70% 선을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75%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에 속한다.[출처 : 전경련 홈페이지]

전경련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대적 특혜는 “산업용 전기를 필수 생산요소로 보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사안이며, 특히 한국은 주택용 대비 전기요금 비율이 타국에 비해 높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단, 해당 비율이 75%라는 주장은 상기표의 74.12%와 유사하여 큰 오류가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전경련이 전 세계 주요국들이 산업용 전기요금에 차별적인 특혜를 줌으로써 자본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전력시장의 현실을 상수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75% 수준이라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해당 표 자체에 내재되어 있지만 전경련이 무시하고 있는 사안을 살펴보자. 즉, 전경련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대비 비율이 높아 손해를 보고 있다는 듯이 말했는데, 그러함에도 여전히 각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향유하고 있음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가 유일할 뿐 나머지 국가의 전기요금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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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75% 수준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전기요금의 체계는 매우 복잡하여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전경련은 요금 중에서도 “판매단가”를 적용한 것 같다. 즉, 아래 기사를 보면 100kw까지의 요금은 주택용 56.20원/kw, 산업용이 76.63원/kw로 전기요금 비율이 73.3%여서 전경련의 75% 주장에 접근한다. 하지만 이후 사용량에 대해 주택용은 누진세가 적용되고 산업용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 산업용, 일반용(건물이나 상가 등), 농어업용, 교육용, 시설용(가로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가정용 요금이 가장 비싸다. 100kw까지는 1kw당 56.20원이지만 100kw를 초과하면서부터 누진세가 적용된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요금을 받는 데다 누진세 적용도 없다. 지난 15일 강창일 의원(민주당. 제주 갑)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0년 전기 사용량 상위 10개 업체의 전기 요금은 1kw당 평균 67.56원으로 한국전력 전기요금 평균인 87원 보다는 20원 가량, 산업용 평균요금인 1kw당 76.63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일 의원은 “지난해 전기소비량 상위 10개 업체의 전기요금은 1조7,801억 원으로 발전원가에 비해 7,485억 원이 저렴해 그만큼의 적자를 한국전력이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전력 51.5% 쓰는 산업용, 너무 싼게 문제다]

이 가설을 살펴보기 위해 “2011년 7월 전력통계속보 (제393호)”에서 계약종별 판매수입과 계약종별 판매 전력량을 비교해보았다. 2011년 6월의 각 자료들을 기초로 분석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력량의 일정량에 대해 지불한 금액은 주택용의 그것에 비해서 64.41%에 불과하다. 이 말인즉슨, 인용기사의 주장처럼 전력사용량에 따라 또 다시 주택용과 산업용의 누진세가 차등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각국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을 비교하고 싶으면 이걸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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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요금 인상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둥,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둥, 이미 우리 기업의 에너지절감 노력은 세계최고수준이라는 둥의 주장은 그 주장들 끼리마저 모순되고, 괜히 남 걱정 해주는 기색이 역력하므로 따로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겠다(중소기업에 대한 요금 차등적용 논리는 여길 살펴보라). 요컨대 그들의 주장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전력시장의 “시장질서 위배”는 이미 상수이며, 기타 전경련의 주장도 상당수 자신에 유리한 주장만으로 기초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상반기(1∼6월)에 1조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 판매가 늘면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한국전력 상반기 적자 1조3000억 원 넘어]

2008년 말 기준으로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 대비 14.9%, 공공기관은 4.4%에 불과하다. 상업용 등 서비스업과 전철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합쳐도 30% 남짓이다. 나머지 51.5%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데 그 중 48.9%를 제조업체에서 사용한다.[전력 51.5% 쓰는 산업용, 너무 싼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용 전력소비가 전체전력의 50%를 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경제초점] 4번의 여름, 5번의 겨울]

특히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전기요금이 강점이라는 평가다. 실제 한국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 대비 40~50% 수준이다.[글로벌 데이터센터 한국에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당 76.73원으로, 전력 생산원가인 96원보다 19.27원 싸게 공급받았다. 이는 또 전체 평균 전력 판매단가인 87원보다 10.27원 더 싼 가격이다. 대기업은 전기를 사용할 수록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은 셈이다.[“한전, 대기업 지원하다 거덜”‥전기 1.5조 싸게 공급]

정리해보면 한국전력이라는 거대 공기업이 적자폭이 커져가고 있는데, 이는 원가보다 싼 – OECD 중 제일 싼(!) – 요금에 OECD에서 가장 전력소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체 및 수출업계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국가자본주의적 통치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장하준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말했듯이 엄밀하게 말해서 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자유 시장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이를테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탈산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등의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주제들이다. 이전의 그의 저서들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적잖이 있지만 그게 흠이 될 순 없고 결국 각각의 주제들은 그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국가, 규제, 계획은 非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며, 어떻게 규제하고 계획하느냐가 관건이다’라는 메시지로 수렴되고 있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두어가지]

전력시장만을 놓고 볼 때,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유 시장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전력기업들을 민영화하여 부분적으로 경쟁시키고는 있으나, 이후 민영화 일정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노조 등의 반대투쟁, 현실적인 민영화 프로세스의 어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국가가 통제하는 공기업적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규제와 계획’이 엄존하고 있다. 다만 그 계획은 불편부당하다기보다는 자본에 유리한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 성명서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경직적인 정규직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전경련 “비정규직 대책, 시장질서 위배”]

얼마 전에 정부가 난데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 –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한 – 이에 화들짝 놀란 전경련이 노발대발했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정부의 계획과 규제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말 한마디는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만능무기다. 다만, 그들에게 유리한 “시장질서 위배”엔 침묵하는데, 전력요금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