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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했던 1935년에 법제화된 사회보장제도는 노인층의 빈곤과 싸우기 위한 적당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 비교적 적은 수입 보조 수단(1940년 1월 31일에 아이다 풀러에게 최초로 지급된 월 급여는 23달러였다.)은 평균 월 급여가 1100달러에 이르는 주요한 은퇴 연금으로 변했다. 인구 구성은 이 체제를 파산으로 몰아갔다. 주된 이유는 1935년에 62세였던 기대 수명이 1990년에는 75.4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 수명은 78.7세다. [중략] 국제통화기금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양 세계 전반에서 정부 계리사들이 수명 연장 수준을 3년 적게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50년의 기대 수명이 예상보다 3년 더 길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팀 케인 씀, 김태훈 옮김, 민음사, 2014년, pp310~311]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기대 수명이 늘고 인구가 느는 것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늘어나는 인구가 소비하는 이상으로 생산을 하여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될 때의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태의 역사를 볼 때 대체적으로 인구 증가는 제도 및 생산수단의 발전과 맞물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생활수준도 높아져 다시 기대 수명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왔다. 한편 자연적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제도가 바로 연금이다.

연금 제도는 노동력이 감퇴하여 빈곤에 시달릴 여지가 많은 노년층에 대한 복지제도의 성질도 있지만, 아직 노동력의 여유가 있는 노동자가 은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임금보전의 성격도 있다. 기업 등 노동력을 활용하는 조직은 노동자의 연령에 따른 정년을 둠으로써 청년층을 신규 노동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순환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한 노동자는 생계수단을 포기하는 대가로 여태의 임금에서 일정 몫을 떼어 운용되는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이것이 노동력의 생애주기에 대한 일종의 사회협약이었다.

현재의 문제는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가 전례 없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경제가 성숙 상태에 진입한 국가들은 이러한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와 저출산 추세가 맞물려 인구구성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역시 전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십년간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었던 노사관계와 연금에 대한 사회협약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긴축재정은 주되게 이 사회협약의 파기였기에 그 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 본격적인 사회협약의 파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는데, 화살촉이 “철밥통” 공무원을 향해있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현재까지의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 연금 제도 전체가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한 만큼 공무원을 향해 있는 화살이 언제 군인이나 국민 전체로 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한번 재정립해야 할 그 사회협약에 연금의 축소는 의제에 있지만 기존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대급부는 의제에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박정희 체제”는 언제나 극복될 것인가?

일부 학자들은 또한 일본의 “생산자 경제”와 서양의 “소비자 경제”를 대조하면서 레스터 서로가 말한 일본 주식회사 고유의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규칙들을 성공 요인으로 제시했다. 서로의 칭송은 대부분 과장되었지만 도쿄의 강력한 개입주의가 거시 정책을 차별화한 핵심 요소였다는 지적은 정확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환율을 조작하고 특정 부문의 생산을 지원하고 인도함으로써 공급 측면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했다.[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스/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민음사, 2014년, pp206~207]

보수주의적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조국인,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어떻게 계속 강대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풀어내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로마, 오스만트루크, 스페인, 일본 등과 같은 이전의 강대국들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톺아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중 일본은 근대에 들어 메이지유신 등을 통해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사례로 인용하고 있다.

인용하는 부문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의 경제는 “동아시아의 기적”을 특징짓는 고유의 발전모델을 채택하였다. “자유 시장” 혹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채택하였다고는 하여도 그 안에는 다분히 관에 의한 경제관리, 요소투입을 통한 생산효율 극대화, 수출주도형 경제 등을 지향하였다. 그리고 이런 모델은 일본의 잔혹한 점령이 원한으로 남아 있는 남한 땅에도 그대로 이식되었다.

그 체제를 개인적으로는 “박정희 체제”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체제는 상대적으로 대의민주주의가 발달한 일본에서의 그것과는 달리 통치자가 직접 나서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라고 말하는 등, 보다 가부장적인 국가자본주의의 모습을 띄었다. 어떤 면에서는 체제경쟁세력인 스탈린주의적 북한 체제와 흡사한 면마저 있었지만 그런 점에서 더욱 둘은 앙숙으로 지냈다.

박정희 체제의 흔적은 오늘날까지도 남한의 경제체제에 온존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순환출자로 연명하는 “재벌”, 경제수치에 있어서 수출의 과도한 비중, 그런 상황에서 악화되고 있는 내수를 떠받치고 있는 부채 경제 등.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팀은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임금소득을 올려 내수를 살리자고 잠깐 립서비스를 하더니 이내 부동산 규제를 확 풀어버렸다.

박정희 체제를 극복하는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