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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상품 거부는 소비자의 주권

한편으로 자본주의는 또한 소수의 절대 심미안을 가진(?)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소위 명품을 파는 럭셔리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에는 대표적으로 패션 브랜드, 한정판 상품, 그리고 사실은 대다수가 함께 소비하여야 할 유기농 먹거리 등이 있을 것이다. 패션 아이템이나 럭셔리카 정도는 모든 소비자가 누릴 필요는 없다.(주1)

하지만 유기농 먹거리는 적어도 건강권의 문제와 결부될 때에는 선택재라기보다는 필수재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먹거리의 시장은 현재 럭셔리 마케팅 시장과 협동조합과 같은 소비자 운동 등 아직은 일반의 접근이 어려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글에서 말했듯이 대다수 소비자는 하향평준화된 먹거리에 종속되어 있다.(주2)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이와 같은 테두리에서 하향평준화되어 생산된, 더 나아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불량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하나의 소비자 운동이다. 그것이 배후세력이니 검역주권이니 하는 정치적 이슈에 의해 갈 짓자 횡보를 하고는 있지만 생산과정이 의심스럽고 치명적인 병원(病源)을 포함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상품에 대한 일종의 불매운동인 것이다. 그것이 비록 제한된 정보와 다소는 과장된 여론에 의해 정당성이 희석되고는 있지만 상품의 안전성에 대한 입증은 생산자에게 있다는 논리가 보편화되어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자 주권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이다. 이때 상품의 품질에 대한 입증책임은 생산자에게 있다. 대중은 그것을 소비자가 입증하여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저항에도 일정한 한계는 있다. 현 시점까지는 이슈가 ‘광우병 발병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선(戰線)의 지점이 어디인지도 조금은 불투명하다. 미국산 쇠고기가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고 검역주권 포기가 열받는다는 이도 있고 반미적인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들도 있을 것이다.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살펴보자면 소비자 주권적인 관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 국산 쇠고기 → 식량안전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고, 국가간 무역에 관한 관점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로 이어져야 할 것인데 이러한 전개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현재는 통일된 지도조직도 없고 그것 자체를 상정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위와 같은 나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이들도 다수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주3)

다 떠나서 적어도 한 가지 이번 기회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할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건강주권일 것이다. 아무리 대량생산 사회에서 상품질의 하향평준화가 일정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할 때에 소비자는 그것을 거부하고 안전한 소비체제를 구축하여 달라고 요구할 자연법적인 권리를 지니고 있다. 또한 대안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좀 독특한 환경에서 발전해오기는 했지만 쿠바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근접형 생태농업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라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엄청난 저항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생각을 바꾸면 상향평준화된 대량소비도 가능할 것이다.

(주1) 물론 이런 것에 환장해서 가처분 소득 상당액을 이것들의 소비에 갖다 바치는 소비자들도 꽤 된다

(주2) 나 역시도 절대미각을 소유하지 못하고 먹거리 오염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소비자 중 하나

(주3) 실제로 나의 지인 하나는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하지만 한미FTA에 대해서는 아직 개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