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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자본주의는 죽었다”

왜 이게 문제가 될까?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을 포함하여 더 많은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높아져가는 보수를 감내해왔다. 보수는 주주 자본주의의 시대가 시작한 1980년대에 뛰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노동자와 사회에 비해 투자자들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주주들은 그들의 수익이 커지기만 한다면 임원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어느 시점엔가 꼬리가 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주주 이익과 임원 보수는 2000년의 시장 활황 이후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 이후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을 감안한 주식에서 남는 것이 없었다. 반면 임원 보수는 오랫동안 올랐다. 다양한 이유로 주식에 기반을 둔 보상은 보수가 주식의 이익의 등락에 따라 움직이리라는 보장이 되지 못했다. 보상 체제에 대한 부분적인 비난이 일었던 대침체(the Great Recession) 이후에서조차 보수의 상승은 잠깐 동안의 지체만 있었을 뿐이다.

또 다른 데이터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배당은 감소했다. 기업들은 이제 일반적으로 그들의 이익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내놓는데, 수십 년간 최저 수준이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다면야 삭감된 배당이 이해가 되지만, 오늘날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

‘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Say-on-pay)’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이윤이 어떻게 나뉘는가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쉬운 방도이다. 그리고 그들은 승부수를 띄웠다. 모든 계정이 잘 관리되고 있는 바이오약품 회사인 Celgene을 예로 들자. 몇몇 투자자들은 이익이 늘지 않고 있는 와중에도 임원의 보수가 부풀어 오르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Say-on-pay를 조직했고 주류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96%가 경영진을 지지했다.

이는 임원진에게 좋은 뉴스인데, 이제 그들은 회사의 재원을 어디에 쏟아 부을지 결정하는데 보다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넓게 생각하면, “관리자의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이 주주 자본주의보다 현상에 대한 더 단순하고 현실적인 상황이다.[Shareholder Capitalism Is Dead]

다소는 엄살 섞인 글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주주 자본주의’가 처한 묘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글이라 인용해 보았다. 인용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서구 기업들의 임원 보수는 1980년대부터 – 바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한 시점 –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처음에는 소위 주주 자본주의의 발전과 같은 궤를 그렸다.

이런 현상은 특히 월街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들에게 두드러진 현상이었는데, 금융 부문의 비대화와 노조의 경영간섭과 같은 이해자 자본주의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신용위기 사태에서도 보듯이 급기야 이 엄청난 보수는 회사이윤과도 따로 노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때문이라는 종교적인 뉘앙스의 해석을 별개로 하고 생각해볼 때, 현 상황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투자자들과 그들의 대리인 – 즉, 회사의 경영진 – 간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복잡한 금융상품을 팔던 월街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졌다.

또 하나, 투자자들이 이전 세기의 투자자들과 달리 펀드와 같은 집합투자 또는 간접투자의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이해관계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펀드매니저가 그들에게 제시하는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는 한은, 투자자들은 골치 아프게 투자대상 회사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임원 보수를 개의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날 자본주의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려는 행동주의자들이 주주 자본주의를 활용하여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일부 연기금 등에서도 사외이사 파견 등 회사의 의사결정 행위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Celgene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불합리한 임원 보수 등에 무심한 다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이러한 의지가 꺾이고 있는 것 같다.

인용문의 필자는 이에 대해 “주주 자본주의가 죽었다”는 극단적인 선언을 하면서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지만, 결국 자본주의 메가트렌드의 변화와 이로 인한 결과를 개별 인간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은 또한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때문이라는 환원론적 주문에 불과하다. 주주 자본주의가 실패한 이때가 다시 ‘이해자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531:1

한 자료에 의하면 2004년 미국 회사의 CEO 보수와 종업원 평균 임금의 비율은 531:1에 이르렀는데 이는 영국의 25:1, 프랑스의 16:1, 독일의 11:1, 일본의 10:1 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미국 기업과 유럽기업 최고경영자 보수는 규모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면에서도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차이를 가진다.1 2001년 기준으로 S&P 500 기업 CEO들의 보수에는 스톡옵션 비중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1990년에는 8%에 불과하였다.[이사회 운영원리와 법률적 책임, 김화진, 박영사, 2005년, pp72~73]

같은 책에 보면 구미에서 경영진 보수가 CEO의 전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상위원회(compensation committee)가 활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보상위원회가 경영진의 성공적인 기업경영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지급하게끔 추인하는 기능도 하였으나 역시 위의 인용에서의 상황을 보면 보상위원회가 보상에는 충실하되 견제에는 부실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에 비해 유럽은 왜 경영진의 보수가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가에 대한 힌트를 잠깐 주자면 독일 대기업의 경우 종업원들이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감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유럽기업들의 이런 관행도 점차 영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주주 자본주의가 크게 강화된 현대 자본주의 회사체제에서 경영자의 높은 보수, 특히 스톡옵션은 대리인으로서의 경영자가 어떻게 회사의 장기 비전이랄지 핵심역량 강화랄지 하는 중장기적 전략보다는 보다 단기적인 주주이익 극대화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의 광란의 질주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