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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설이 주류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 학설이 교육받지 못한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였다는 사실이, 그 학설의 지적인 명성에 보탬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교리가 현실에 적용될 때에 냉엄하고 가끔은 입맛에 쓰다는 사실이 그 학설에 덕성(德性)을 부여하였다. 그것이 광대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적 상부구조(上部構造)를 지탱하는 데 적합하였다는 사실이 그것에 아름다움을 주었다. 그 학설이 많은 사회적 불의(不義)와 적나라한 잔인성을 발전의 구조 속에 놓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그러한 것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는 일반적으로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권력자의 비위에 맞게 하였다. 그것이 개개의 자본가들의 자유 활동에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권력자의 배후를 이루는 지배적인 사회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하였다.[John Maynard Keynes,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조순譯, 비봉출판사(2007), p39]

이 문구는 케인즈가 리카도 경제학, 즉 그로 대표되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주류경제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에 대한 원인을 냉철하게 – 그리고 아주 냉소적으로 – 분석한 글이다. ‘맞아 정말 그래’라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게 되는 부분인데, 사실 고전학파 경제학뿐만 아니라 유사 이래 사회의 주류를 차지했던 사상이나 이론은 – 심지어는 현실 사회주의에서의 마르크스주의조차도 – 대개 저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