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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재기와 농업진흥청

다음블로거뉴스에 가보니 마트에 라면이 없다는 글이 최상단에 올라와 있다. 서민들의 부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라면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저런 위기설로 민심이 흉흉해질 때면 사재기 대상 1위에 오르곤 하는 상품이다.

이번에는 무슨 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라면을 사재기하고 있을까. 바로 라면 그 자체 때문이다. 국제적인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양상이 심각하고 라면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라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라면을 사두려고 너나 할 것 없이 마트에 몰려드는 것이다.

2007년 초부터 그 조짐이 심상치 않았던 곡물가격의 급등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Agriculture + 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이다. 예를 들자면 2007년 1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대두는 96.8%, 밀은 79.9%, 옥수수는 25% 상승했다.

상승의 원인은 수요 측면, 공급 측면, 거시 요인 등이 지적되고 있다.

수요측면 :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수요급증,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 증가
공급측면 : 기상이변 등으로 경작지역 감소, 식량자원주의의 대두
거시측면 : 금리인하로 글로벌 유동성이 실물투자로 이동, 유가인상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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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현황은 어떠할까.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대 27~3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ex:호주 280%, 프랑스 191%, 캐나다 164%, 독일 126%, 스웨덴 120%)

비교우위론의 도그마에 빠져 농업을 거추장스러운 산업, 농촌을 2차 산업의 인력공급기지로 여겨온 산업정책의 참담한 몰골이다. 이러한 양상은 한미FTA가 효력을 발하는 순간 가속화될 것인데 이에 대한 농업 지원책은 죽어가는 농업의 이부자리나 갈아주려는 시늉일 뿐이다.

이전의 정부들이 모두 비슷한 꼬락서니였지만 새 정부 역시 농업은 시대에 뒤쳐진 후진산업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농업진흥청을 공무원개혁(?)의 희생양으로 삼았을 게다. 하지만 명심해둘 것이 있다. 첫째, 농업은 21세기형 신산업이다. 둘째, MB가 한때 몸담았던 무위험차익거래 백날 해봐도 쌀 한 톨 안 나온다.

바이오 연료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의 고갈과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른바 바이오 연료의 생산과 소비의 비중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른바 친환경적인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더 환경을 파괴하고, 기회비용도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녹색당 의원이자 바이오 연료의 해악에 대한 최근 연구의 저자이기도 한 Andrew Boswell 박사는 “그것들은 환경에 큰 손상을 미치고 (많은 작물들이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경작되어지는 열대지방 국가들에서) 극적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것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왜 바이오 연료가 환경을 파괴하는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가 아닌가 말이다. 환경파괴는 바로 생산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례를 들자면 아르헨티나의 거대한 숲은 콩 재배를 위해 파괴되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숲은 야자 오일 경작을 위해 파괴되고 있다. 숲은 거대한 산소공장인데 이 숲이 파괴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CO2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또 한편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작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옥수수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옥수수가 이산화질소 비료의 폭식가이고 이산화질소는 CO2보다 300배나 더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보겠다고 쓰고 있는 바이오 연료의 생산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모순에 빠져 있다.

한편 바이오 연료 생산용 작물이 인기를 끌면서 이는 또한 전 세계 곡물 가격의 앙등에 일조하고 있다. 즉 기업과 농민들은 좀 더 수익성이 높은 이들 작물을 키우기 위해 전통적으로 재배하던 식용 작물을 포기하거나 식용으로 팔 작물들을 바이오 연료 생산업자에게 넘기고 있다. 가뜩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경작면적이 줄어든 이들 작물의 공급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소비자 가격은 자연히 급등하고 있다. 이제 한동안은 급등한 식용작물이 바이오 연료용 작물보다 가격이 높아져 채산성을 위해 농민들이 다시 식용작물을 재배하는 수요-공급 곡선의 자연스러운(?) 조절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EU는 자국의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연료의 소비를 더욱 늘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국의 CO2만 줄이는 의무를 다하면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이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또 하나의 이윤동기로 이어지는 현재의 환경 상품화 현상의 코미디라 할 수 있다. CO2나 온실효과가 일국의 차원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이 바이오 연료를 많이 쓰겠다고 하면 유권자들은 그 연료의 생산과정이 어떻건 간에 정치인을 환경 친화적인 인물로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나라들도 천연보호구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연료의 사용을 불법화시키겠다고는 말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의심된다. Boswell 박사는 “현재 상태에서 그런 확인 시스템은 완비되어 있지 않고 그것이 작동할지 조차 의심스럽다. 바이오 연료의 공급망은 극도로 복잡하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표명했다.

결국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자본주의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에너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석유라는 화석연료에 기초한 이 시스템은 석유고갈과 석유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만 했다. 그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이오 연료다. 하지만 이 바이오 연료의 생산이 시장에 맡겨지면서 오히려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곡물가격을 상승시키는 시장의 모순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문제해결법은 이 두 가지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즉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체제에 – 보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고소비형 경제체제를 – 대한 근본적인 손질, 대체에너지의 생산 시스템에 대한 재고 등이 될 것 같다. 둘 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사실 지금 현상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