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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두어 가지 문제

1끼당 2457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듯 반대하는 아이들 밥값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무상급식비 지원단가 및 집행기준을 보면, 무상급식 지원단가는 식품비 1892원, 우유값 330원, 관리·인건비 235원을 더한 2457원이다.[무상급식 반대하는 시장님, 세금으로 13만7720원짜리 식사]

지난번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시장이 오늘 급기야 서울시 무상급식 안을 가지고 열릴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정족수인 33.3%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를 넘고도 질 경우, 시장직을 내놓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는 등 온갖 추접한 짓은 다한 기자회견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그의 정치생명의 사활을 건 무상급식의 단가가 1끼 당 2천 원대로 오 시장의 업무추진 과정에서의 밥값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은 금액이라는 비판기사다.

개인적으로는 기사의 성격이 다분히 감정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인용한 사실관계가 정확하다면 무상급식의 질(質)이 걱정될 정도로 졸속 편성한 예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능력껏 노력하여 값싸면서도 좋은 먹거리를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회사 구내식당에서 4천원이 넘는 밥을 사먹어도 영 마뜩찮은 와중에 2천 원대의 식사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고 맛있는 식사가 될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잘 알다시피 현재 각종 먹거리의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점점 잦아지는 자연재해로 인한 가격폭등, 먹거리의 선물거래 등 증권화 과정에서의 가격의 변동폭 증가,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 개발국의 수요증가로 인한 공급부족, 기타 다양한 요인들이 먹거리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올리는 추세다. 최근 우유를 둘러싼 축산농가와 업계의 갈등역시 주요한 인상요인으로 축산농가에게는 정당한 요구일지 모르나 결국 원가상승요인이 되었다.

또 하나, 이른바 “친환경”의 이슈가 있는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당위성은 가격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관철시켜야 할 과제다. 그런데 그런 과제가 앞으로도 계속 관철하는 것이 가능하냐 하는 이슈가 있다. 먹거리 유통의 세계화로 인해 환경이슈, 식품안전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WTO체제의 준수, FTA 체결 등으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지역생산을 통한 먹거리 공급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무상급식은 싸고 – 최소한 안정적이고 – 안전한 음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실험이다. 즉, 무상급식은 일종의 “소비의 사회화” 이슈인데, 이 이슈의 관철이 “생산이 무정부화 내지는 시장화” 된 시스템에서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운영 실태를 보면 생산지 직거래 등 유통단계 축소 등을 통한 원가절감 등으로 대안을 찾고는 있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결국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 하나로 현재 대안경제의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예를 들어보자. 이 나라는 현재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전면적인 국유화보다는 시장을 인정하는 동시에 단계적인 국유화/사회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는데, 이 중 “공공식당” 제도가 있다. 민간식당보다 최고 70%가 싸다는 이 식당의 경쟁력은 독립적인 식량주권을 확보한 공공생산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어릴 적, 섬뜩한 노동착취의 장소로 여기던 이른바 ‘국영집단농장’이 그 원조일 텐데, 어쨌든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PDVAL 등 국영업체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먹거리를 통해 가격도 낮췄고 각종 영양수치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칙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소비의 사회화”가 “생산 및 투자의 사회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정확한 실태야 좀 더 살펴봐야 할 일이겠지만 생산과 소비형태의 모순은 제거되었다는 점에선 인상적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