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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비율

2008년 11월 21일(금)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의 김현정 앵커와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대담 중 일부내용이다. 이 글에서 보면 장하준 교수는 이 시점에서 굳이 은행이 BIS비율을 맞출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은행 문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BIS 비율이 하락하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에서 장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악재들을 맞고 있는데, 이것도 예상하신 결과인가요?
— 그렇죠. BIS 비율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자산 대비해서 대출할 수 있는 비율을 정해주는 건데. 예를 들어 자산이 100만큼 있으면 대출은 1,250만큼 할 수 있다든가 이런 식으로 그 비율을 정해주는 건데. 문제는 경기가 안 좋으면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자기네 가지고 있는 자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BIS 비율이 자동으로 내려가게 돼 있거든요. 그러면 은행은 대출을 안 줄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경기가 하강이 되고. 또 그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BIS 비율은 더 떨어지고.  이거 저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외국 전문가들도 계속 BIS 가지고 얘기할 때 논란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호황 때는 반대로 거품을 조장하는 면 있고. 이걸 자체를 바꾸어야 해요. 은행들이 물론 조금 잘못해서 BIS 비율이 내려가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져서 그런 거거든요. 

어떻게 바꿀 수 있나요?
— 그것도 국제적인 규약을 바꾸어야죠. 그리고 정 급해지면 우리나라만 나서서, 우리나라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앞으로 2년 동안 BIS 비율을 중지하겠다, 이게 국제적 협약도 아니거든요, 권장 사항이지.

그런데 그 BIS 비율이라는 건 은행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보여주는 지표 아닌가요?
— 일리가 있는 지표죠. 문제는 뭐냐 하면, 개별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는 BIS 비율을 따라서 경기가 안 좋을 때 돈을 안 빌려주고 틀어쥐고 있는 게 맞는 거지만, 전체적인 경제 전체 입장에서 볼 때는 그렇게 하면 다 같이 피해를 보는 거죠.[출처]

장 교수는 대담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은행이 BIS비율을 지키기 위해 대출을 줄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 보다 정확히는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증대되면서 – BIS비율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지금은 위기상황이니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BIS비율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라는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어 매우 놀랍다. 금융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흔히 BIS비율하면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 글을 보자.

미국이 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80년대 자기자본비율을 규제하면서부터였다.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볼커가 이 자기자본비율의 국제적 통일을 제안한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자기자본규제의의 국제적 통일에 대한 연구와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6년 9월 동위원회의 최종보고는 각국 은행시스템의 다양성을 중시하여 최저자기자본비율의 획일적 적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미국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 전체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단념하고 미국의 제안에 찬성하는 영국을 파트너로 삼아 반대국가들을 개별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독일과 일본은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의 제안에 대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였지만 미국의 집요한 설득과 회유에 이끌려 자기자본비율의 국제적 통일에 최종 동의하였다. 이 동의에 기초하여 1987년 12월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제안이 발표되고 6개월간 민간금융관계자들의 토의를 거쳐 1988년 7월에 BIS자본비율이 국제규준으로 채택되었다. (중략) 요컨대 80년대 볼커 주도하에 이루어진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제라는 새로운 규준의 확립, 월가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규율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려는 시도, 1933년에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의 사실상의 폐지와 1999년 그램-리치-블라일리법(Gramm-Leach-Bliley Act)으로의 대체를 통한 금융겸업화와 복합금융집단(financial conglomerate)의 제도화, 공적 연금=사회보장체제 축소에 의한 사적 연금 확대, 확정급부형 기업연금의 확정갹출형 기업연금으로의 전환 등 이 모든 금융제도개혁은 이 부활한 금융자본헤게모니 아래서 추진된 것이다. 미국은 이런 제도개혁을 세계적 표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금융헤게모니를 관철시키고자 하였다.[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미국자본주의의 구조변화, 전창환 한신대학교 국제경제학과 교수, 미국자본의의 해부 중에서, 풀빛, 2001년, pp29~30]

애초 세계은행이나 IMF에 그늘에 가려 찬밥 신세를 받았던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 국제 결제 은행)가 미국의 금융헤게모니 전략의 일환으로 BIS비율을 국제적으로 관철시키는 도구로 활용되어 – 자기 혼자 지키면 경쟁력 떨어지니까 – 화려하게 국제금융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스토리다. 좌파적인 뉘앙스 때문에 거북해하실 분도 계시겠으나 BIS비율은 아무런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는 권고사항임은 분명하다. 물론 그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고 장하준 교수의 말대로 하면 법보다도 무서운 신용 마피아들의 철퇴가 내리꽂힐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